자유영혼

본래 여행이란 계획없이 떠나는 게 진정한 여행이라지만, 그래도 계획을 잘 잡아두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희방사역의 답사가 딱 그랬다.

 

 

영주역에 도착했을 때 식사를 마치고, 시간만 잘 잡았으면, 북영주신호소나 풍기역까지 답사를 마무리할 수가 있었는데, 시간과 장소를 잘못 인식하고 있던 탓에 결국 북영주신호소와 풍기역의 답사가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 날 시간과 장소만 잘 확인해뒀어도 두 번 수고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희방사역에서 시간상 입장권을 발매하지 못한 탓에 다시 한번 다녀오기도 해야 하고, 희방사역의 열차 사진 포인트도 확인했던 터라 안타깝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교훈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걸로 한번 씁쓸한 마음을 위안삼아 본다.

 

 

시간과 경로를 확인한 데다가 길도 한번 다녀왔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고 자부한다. 내년초 열차시간표가 개정됨에 따라 경북선의 편수가 확대됨에 따라 옥산역까지 시간을 잘 짜서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다.

 

 

 

 

 

 

 

 

 

 

영주시내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지 30분에서 40분 정도를 달려 희방교차로가 있는 수철정류장에 도착한다. 물론, 지나갈 때 풍기역을 거쳐서 지나갔다. 풍기역까지 대략 20분 정도가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철정류장에서 걸어서 내려오자 사과밭이 눈에 들어왔다. 대구, 경북지역이 사과가 유명하다고 알려진 것처럼 영주에서도 사과가 재배되고 있던 것이다. 요즘은 지구온난화 탓에 사과가 경북지역에서 북상하여 강원도 영월, 정선 등지에서도 재배된다고 한다. 그만큼 자연의 놀라운 힘 앞에 사람의 존재는 한없이 작아지는 듯하다.

 

 

 

 

 

 

 

 

 

 

희방사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사과밭을 등지고 보면 레미콘트럭이나 각종 공사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 있던 터라 중앙선 복선화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간 방문한 중앙선 연선에 위치한 역직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시기적으로 2020년에서 2022년을 전후로 중앙선 복선화 공사가 완료될 것으로 사료되는데, 아마 이 시점이 되면 희방사역도 폐역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중앙선 복선화를 통해 청량리에서 가는 철도교통이 보다 빨라지고 편해지겠지만, 보다 더욱 좋아지겠지만, 그래도 역주변의 풍경과는 모순되면서 언밸런스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두고, 기차를 탑승할 수 있을 때 탑승해야겠다는 생각이다.

 

 

 

 

 

  

 

 

 

 

5분 정도 걸어서 내려왔을까... 사진에서처럼 역 주변에 캐러번 캠핑카가 놓여있었다.

 

 

원래는 캐러번 캠핑카가 없었으나 지자체인 영주시측에서 예산을 들여 희방사역과 주변 마을 지역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캐러번 캠핑카가 있는 캠핑장을 설치했다고 한다. 역직원을 통해 알게 된 바로는 작년 여름 무렵에 들어왔다고 한다. 다른 분들이 다녀와서 올린 포스팅과는 달리 풍경이 확연히 변해있었다.

 

 

완연한 가을의 날씨이다. 가을의 기운이 계절 그대로 피부에 느껴진다. 꼭 담고 싶었던 사진이 바로 이 사진이다. 가을에 단풍이 한창일 때 희방사역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숲을 거닐며 기차에 탑승하기 위해 역에 가는 모습이 꽤 낭만적이지 않은가. 연인과 함께라면 더욱 더 좋을 것 같다. 꼭 가을이 아니더라도 봄에 벚꽃 필 무렵도 운치가 있을 것이므로 개인적으로 꽤 기대가 된다. 이 구도의 모습이 여행의 욕구를 자극했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조용히 혼자 자연을 거닐면서 기차역으로 가는 낭만은 바로 시골역에서만 느끼는 게 가능하다.

 

 

 

 

 

 

 

 

 

 

○ 희방사역의 역사

 

 

- 1942년 4월 1일  배치간이역으로 영업 개시

 

 

- 1951년 4월 11일  역사 신축 및 보통역으로 승격

 

 

- 1974년 3월 11일  소화물 취급 중지

 

 

- 1976년 7월 10일  화물 취급 중지

 

 

- 1988년 12월 12일  현재 역사 신축

 

 

- 1988년 12월 23일  전철화 개통

 

 

- 2009년 9월           역간판 및 역명판에 표시되는 역명을 소백산(희방사)역으로 변경

 

 

- 2016년 하반기       역간판 및 역명판에 표시되는 역명을 기존처럼 희방사역으로 재변경

 

 

- 2022년 무렵          중앙선 복선 전철화 구간이 완공되면 폐역될 예정

 

 

 

 

 

역간판과 역명판이 소백산과 희방사를 왔다갔다 했다지만, 코레일의 전산상으로나 각종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역명은 엄연히 "희방사역"이었다. 즉, 실제 역명과 역간판, 역명판에 쓰인 역명이 달랐던 역이었다는 것이다. 

 

 

희방사역을 둘러싸고 있는 소백산이 존재하기도 하고, 지차체인 영주시측에서도 관련 지역의 명칭을 소백산면으로 변경해 소백산으로 알리려고 했으나 소백산의 주요 봉우리가 영주시에만 있는 것이 아닌 단양군에도 엄연히 위치하고 있는 터라 결국 행정조정을 거친 끝에 희방사역은 순전히 희방사역으로 남게 되었고, 영주시도 관련 지역의 명칭도 소백산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볼 때 지역, 지명이라는 부분이 워낙 민감한 주제이기에 이런 문제일수록 지역간의 충분한 협의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한편, 작년 여름 캐러번 캠핑카만 설치된 게 아니라 역의 외관도 리모델링이 됐다고 한다. 이전에는 역의 외관이 밋밋하게 느껴졌는데, 대대적으로 주변을 개보수하면서 역사도 이전보다 깔끔하게 느껴진다. 사진에 잘 나와있지 않지만, 역사의 한켠에는 커피나 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조형물에는 영주 지역의 특산품인 풍기 인삼과 사과를 바탕으로 관광지 등이 친절히 소개되어 있었다. 역 한켠의 정자와 수돗가를 보며 마치 유명한 약수터가 떠오른다. 가을의 시원함을 느끼기에 제격인 듯 싶다.

 

 

역 주변의 마을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있었는데, 버드나무를 피해 빼꼼히 드러난 마을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포근함을 전해준다.

 

 

 

 

 

 

 

 

 

 

역사 내부도 한마디로 확 바뀌었다. 의자도 다른 블로그 등지에서 본 것과 달리 새롭게 도색이 된 것처럼 보이고, 매표창구는 물론이고, 시간표도 목재 우드 형태로 바뀌었다.

 

 

보통 역들을 다녀보면 역사 한켠에 형식적으로 느껴질 KTX의 사진 등이 걸려있는 게 많은 편인데, 희방사역에는 소백산과 희방사의 등산코스나 주변 지역 마을, 관광지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런 점이 눈에 띄면서 참신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역이란 주제를 넘어 주변을 소개하고, 주변의 관광지들을 소개하면서 보다 아우를 수 있는 컨텐츠 같은 것들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역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살릴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열차시간표를 보면 안동, 부전 방면은 오전에 두 편, 청량리, 원주 방면은 오후에 두 편, 총 상하행 2왕복 도합 4편도의 열차가 희방사역을 정차한다. 즉, 희방사와 소백산을 가고자 하는 등산객들을 겨냥한 시간표라 하겠다.

 

 

실제로도 아침에 일찍 출발해서 희방사와 소백산을 둘러보고, 오후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이용하면 꽤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희방사와 희방사역까지는 수철정류장쪽으로 나와 시내버스를 이용해야할 정도로 거리가 있긴 하다.

 

 

그만큼 희방사역의 여객취급 목적은 다른 역들과 달리 분명하다.

 

 

 

 

 

 

 

 

 

 

역 한켠에는 텃밭이 가꾸어져 있는데, 고추를 비롯 각종 채소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역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정성스레 가꾸는 것 같았는데, 사뭇 맛이 궁금하다.

 

 

 

 

 

 

 

 

 

 

청량리 기점 199.2㎞에 위치한다. 그만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많이 떨어져있음을 반증한다. 결코 우리나라는 작은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각각 단양, 풍기 방향 선로의 모습들이다. 단양 방향의 선로에 큰 교각이 나타나는 데 이는 중앙고속도로의 모습으로써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됨에 따라 도로교통이 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는 사진이 아닐까 싶다. 철도도 빨라진다고 하지만, 문전배달이 가능한 도로교통을 따라가기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단 한가지 선로의 모습이 완만한 곡선인데, 보기에 따라선 완만한 곡선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진다. 소백산의 품속에 있는 기차역답게 선로가 아릅답게 느껴지는 데 뒤이어 나오는 사진을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한편, 완연한 가을 날씨라 그런지 산속에서는 금방 해가 진다. 움직여서 다소 더워졌던 몸이 금새 서늘해진다. 그만큼 스산한 기분이 빨라진다고 해야할까. 사진에 나온 것보다 하늘이 금새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대리석이 분홍색으로 칠해진 나무를 받치고 있는 의자인데, 은은하면서도 균형감까지 갖춰서 편하게 열차를 기다릴 수 있게 해준다. 주변 풍경은 물론 기차역이란 소재에 맞게 적절하게 어울린다.

 

 

호기심에 한번 앉아봤는데, 기분탓일지는 모르지만, 편한 느낌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단양이 아닌 죽령이 나와야 하나 죽령이 신호장인 관계로 여객취급을 하는 단양이 바로 나오게 된다. 예전에는 죽령이 있었으나 단양으로 바뀐지는 오래다.

 

 

역 표식에서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선로 방향으로는 표식이 희방사(소백산)역으로 보다 정확히 적혀있으나 광장 방향으로는 소백산(희방사)로 표기되어 있었다. 그만큼 희방사역의 치열한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모습일 것이다.

 

 

물론, 선로 방향으로는 소백산을 괄호로나마 표기함으로써 희방사역도 소백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웅변해주는 듯 하다. 그만큼 소백산의 존재는 포근하면서도 넓다.

 

 

 

 

 

 

 

 

 

 

앞서 말한 바로 완만한 곡선의 미가 바로 이런 것이다. 처음이라 구도를 잘 잡지 못해 아쉬움이 가득하나 한번 다녀온 지금 그때의 교훈이 있기에 다음에는 보다 아름다운 열차 사진을 담을 자신이 있다.

 

 

선로 한켠에서는 8500호대 전기기관차들이 중련으로 무수히 많은 화차들을 끌며 소백산을 오르고, 다른 선로 한켠에는 표준 전기기관차로 통칭되는 8200호대 전기기관차가 무궁화호 객차들을 끌고 소백산을 내려간다.

 

 

반곡역으로 떠나갈 무렵 스산한 날씨가 구름과 함께 걷히고, 오후의 따스한 태양이 솟아오른다. 힘든 일을 마친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자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번 답사로 크게 세 가지를 얻은 것 같다. 하나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사진 포인트를 알게 된 점, 두번째는 봄과 가을을 떠올릴만 사진, 그리고 뒤이어 나올 파노라마 사진이다.

 

 

 

 

 

 

 

 

 

파노라마 사진도 꽤 큰 소득이라 하겠다. 찍어놓고도 잘 안되면 어쩌지 싶었는데, 파노라마 사진이 기가 막히게 잘 나왔다. 사진의 아름다움에 직접 눈으로 본 아름다움에 두 번 감탄했다.

 

 

소백산의 따뜻한 품속과 가을의 시원함이 이렇게 오묘한 조화를 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연의 아름다움에 몇 번이나 감탄했는지 모를 정도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자연과 가까운, 시골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들이다. 희방사역도 그 중 하나다.

 

 

희방사역은 소백산의 품속에서 때로는 기차를, 때로는 사람을 품는 따스한 역이다.

 

 

 

 

 

탑리, 희방사는 화본에 비하면 정말 양반이었다.

 

 

답사를 했던 역들 중 화본이 가장 난관이었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교통은 불편했고, 열차편은 탑리보다도 1왕복이 적은 2왕복이라 일정을 짜는 데 있어서 여러모로 머리가 아팠다.

 

 

탑리에서 화본으로 가기 위해 역직원에게 교통편을 문의한 결과 택시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하고 빠른 방법이라는 답을 얻었다.

 

 

실제로 탑리시외버스터미널이 존재하고 있기는 하나 우보까지 가는 것이었고, 우보도 화본과는 반대 방향에 있어서 시간과 비용이 그만큼 든다는 설명이었다. 어차피 우보에 가서도 화본까지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 날도 의성탑리오층석탑을 구경한 다음 터미널 근처에 있던 개인택시를 이용하기로 정하고, 역직원도 탑리에서 화본까지 택시 비용으로 대략 2~3만 원 가량 든다는 설명이었고, 개인택시 사무실에서 기사님에게 비용 문의를 해본 결과 역직원의 설명과 똑같아서 결국 탑리에서 화본까지 택시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개인적으로 시골 지역이라 왕복비용까지 5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터라 이동수단으로 택시를 결정하게 되었다.

 

 

탑리에서 대략 25분 정도 지났을까... 난관으로 설명할 수 있는 화본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국도변을 지나다가 마주치는 여느 시골마을의 풍경이었다. 한적한 분위기가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중화요리 음식점의 이름이 말 그대로 "철가방"이었다. 심플하면서도 의미 전달이 확실했다. 마케팅을 잘 하려면 네이밍을 잘해야 한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준다.

 

 

"리틀 포레스트"는 오늘의 주인공인 화본역과 더불어 화본마을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준 영화라 하겠다. 실제로 화본역과 역전상회가 영화의 촬영지로 등장했다고 전해진다.

 

 

직접 영화를 감상하지 않아서 뭐라고 평하기는 뭐하지만, 영화를 시청한 지인에 따르면 풍경은 좋고, 의도는 좋았지만, 모방성이 있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뒤이어 설명하겠지만, 2010년에 나온 드라마인 도시락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역이기도 하다.

 

 

스토리나 전개가 어찌되었건 각각 2010년과 2018년에 등장한 도시락과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화본역과 화본마을이 사람들에게 명소로 알려진 건 분명한 사실이라 하겠다.

 

 

 

 

 

 

 

 

 

 

가을 녘에 들어가는 간이역의 모습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자연과 사람이 만든 조형물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모습 말이다.

 

 

사실, 화본역의 초창기 모습은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접역인 우보역의 모습과 상당히 흡사했는데, 역사의 양식이 특히 그랬다. 물론, 화본역 주변에는 민가와 마을이 있지만, 우보역 주변에는 민가나 마을이 크게 있지 않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화본역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점은 2010년 군위군이 그린 스테이션 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화본역과 화본마을을 지금처럼 새롭게 조성하면서 현재 모습이 갖춰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되어 한 가지 비화가 존재한다. 뭐냐면, 화본역도 우보역처럼 무인화의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그러다가 군위군의 주도로 그린 스테이션 사업이 추진되고, 다양한 방송매체들, 그러니까 시사교양, 오락, 드라마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화본역과 화본마을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화본역도 무인화의 길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한편, 앞서 말한 도시락에 대해 설명도 추가로 해야할 것 같다.

 

 

2010년 모 지상파 채널의 일일 단막극 형태로 나온 "도시락"이라는 드라마에서 화본역은 미강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는데, 폐쇄를 앞둔 역과 관련된 사람들의 아픔과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스토리로 등장한 바가 있다. 화본역뿐만 아니라 전라남도 화순 지역도 배경으로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날 시청한 소감으로 스토리와 더불어 지역을 뛰어넘어 영상에 비친 풍경과 배경이 참으로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한, 당시 내로라하던 배우들도 다 나와서 단막극치고는 배우들의 무게감이 꽤 있었다. 

 

 

비록 미강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을지언정 무인화가 거론되던 화본역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것 같아 마음 한편으론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이 날도 열차를 이용하려는 주민들보다 오히려 역과 주변 마을지역을 관광하려던 관광객들의 수가 더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비록 현대에 맞게 꾸몄다고 하나 역의 클래스는 그대로다.

 

 

역이라는 하나의 개념을 뛰어넘어 관광지로 변모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시대에 맞게 꾸몄음에도 주변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점이 마음에 든다.

 

 

역의 광장 한켠에는 말로만 듣던 박해수 시인의 "화본역" 시비가 놓여있었다. 박해수 시인은 화본역뿐만 아니라 건천역 등 다양한 역사들의 특징들을 반영한 시를 써서 철덕들에게 더욱 친숙한 시인이기도 하다.

 

 

 

 

 

 

 

 

 

 

화본역의 또다른 특징 중에 하나다. 역명판이 현재 신형 CI를 반영한 역명판과 오랜 옛날의 역명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역 중에 하나다. 이른바 현재와 과거의 역명판을 동시에 가진 역이 몇 개 안되는 걸로 알고 있는 데 화본역이 이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과거의 모습을 가지면서 동시에 현재에 맞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화본역이 가진 커다란 매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 화본역의 역사

 

 

- 1936년 12월 10일  현재의 역사 준공

 

 

- 1938년 2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 1977년 5월 1일  화물 취급 중지

 

 

- 1990년 1월 1일  소화물 취급 중지

 

 

- 1997년 6월 1일  봉림역 관리역으로 지정

 

 

- 2006년 12월 22일  역사 지붕 개량 및 보수

 

 

- 2006년 12월 28일  박해수 시인의 간이역 시비가 세워짐

 

 

- 2011년                리틀 포레스트 사업에 따라 역사 개수

 

 

- 2022년                중앙선 복선 전철화에 따라 역사 이설 예정

 

 

 

 

 

역이 관광지로 발돋움함에 따라 역사 바로 앞에도 화단을 꾸미려고 하는 것인지 흙으로 화단의 형태가 얼추 만들어졌으며, 비료가 놓여져 있었다.

 

 

 

 

 

 

 

 

 

 

역사 내부는 시대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이야 잘 사용하지 않는 통표걸이부터 전호깃발과 과거 철도청 시절 각종 매뉴얼까지 진열장에 놓여있었다. 또한, 과거 추억이 담긴 사진도 있어서 철도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점도 꽤 인상깊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열차, 철도차량들과 열차등급, 그리고 승차권들도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된 점도 정말 보기 좋았다. 정말 짜임새있게 잘 정리가 되어 있어 철도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보다 철도에 더욱 친숙해지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모습들을 볼 때 화본역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같다.

 

 

 

 

 

 

 

 

 

 

철도에 관심이 있거나 코레일에서 발매하는 기념입장권을 수집하는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 것이라 생각한다. 바로 화본역의 기념입장권에 들어있는 도안들이다. 저 사진들이 화본역의 기념입장권 안에 들어있는 셈이다.

 

 

사실, 역세권이 미약한 터라 기념입장권이 화본역의 주요 수입 중에 하나다. 급수탑과 플랫폼에 입장하려면 승차권을 끊어서 열차가 도착할 시간에 들어가거나 기념입장권을 발매해야 하기 때문인데, 일반입장권과 달리 기념입장권의 경우 장당 1,000원의 요금을 내고 구매하는 존재라서 그렇다.

 

 

즉, 기념입장권은 동시에 하나의 입장료 정도로 보면 될 듯 하다.

 

 

한편, 화본역도 도라산역, 정동진역처럼 두 종류의 입장권을 판매하는 역 중에 하나인데, 정동진역의 경우 시기별로 한 장씩만 판매하는 반면, 화본역의 경우 시기에 상관없이 두 장을 모두 구매할 수 있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서울역의 기념입장권과 더불어 화본역의 기념입장권도 이 날 구매할 수 있어서 만족이다. 이와 별도로 탑리역의 승차권과 화본역의 승차권도 함께 구매를 했다. 왜냐하면, 이들도 수집하고자 했던 대상이었으니까.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존재인 토마스 기관차와 고풍스러운 클래식카에 탑승한 레고, 그리고 화본역의 역사까지 승차권 발매창구 한편에 놓여있는 것들인데, 아마 철덕이나 철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놓은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분야를 뛰어넘어 관심과 애정은 활력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매표창구와 모니터 옆에 있는 열차시간표를 보면 두 가지가 보일 것이다.

 

 

첫번째는 신녕역과 동일한 열차가 정차하는 동병상련이라는 것과 두번째는 시간표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그대로다. 화본도 승부 못지않게 찾아가기가 힘든 편에 속한다. 부산이나 대구처럼 남부지방에 거주하고 있다면 열차시각에 맞춰 찾아가겠지만 수도권이나 중부지방에서 찾아가려면 말 그대로 작정하고 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을 지닌 매력을 꼭 접하고 싶기에 찾아가게 된다.

 

 

 

 

 

 

 

 

 

 

화본역의 상징인 급수탑에 물을 공급하는 급수정이 있는 곳인 것 같다. 급수정 내부에는 급수탑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있는 데, 과거 증기기관차가 어떤 식으로 운행을 했는지에 대해 보다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증기기관차를 거쳐 디젤기관차, 그리고 전기기관차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시대에 걸맞게 많은 것들이 발전했다는 생각이다.

 

 

 

 

 

 

 

 

 

 

화본역의 상징이자 명물인 급수탑이다. 열린 공간에는 고양이와 함께 있는 여인상이 있고, 급수탑을 둘러싸고 있는 담쟁이덩굴과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특히, 수확을 앞둔 가을 논밭의 풍경과 어우러져 언출하는 풍경이 가히 환상적이다. 급수탑을 직접적으로 접해본 것 역시 이 날 처음이었는데, 급수탑도 좋은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또한, 1930년부터 고스란히 이어져온 것이니 보물로 불리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급수탑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거리표를 발견한다.

 

 

청량리 기점 312.4㎞. 한마디로 멀다. 우리나라 땅덩어리가 좁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절대로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영토를 기준으로 판단하기에 작아보일 뿐이지 우리나라 영토가 좁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당장 수도권에서 남부지방까지 이동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다녀오면 기운이 빠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절대 작은 영토가 아니고, 위축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렇게 포스팅을 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며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기차역들은 가을의 청명한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었다. 여기에 계절별로 사계를 담고 싶다는 욕구도 든다.

 

 

집안에 정물 사진으로 걸어두고 사람들과 같이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스스로 자부심도 덤으로 느껴진다.

 

 

 

 

 

 

 

 

 

 

역사의 사진도 여러 장으로 담고 싶었다. 왜 이렇게 중복된 걸 올리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여러 장으로 남기고 싶다.

 

 

역사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며,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모습에 감동에 젖어든다.

 

 

 

 

 

 

 

 

 

 

급수탑과 또다른 명물인 새마을호 객차들이다. 진짜 새마을호가 지난 4월에 일선에서 퇴역하면서 완전한 역사이자 명물이 되었다고 보면 된다. 열차의 전두부를 보면 PP동차의 상징인 동력차로 볼 수 있으나 사실은 저건 모형이다. 즉, 진짜가 아니란 소리.

 

 

부수 객차들은 진짜지만, 전두부는 새마을호의 식당차에다가 모형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나도 육안으로 처음 봤을 때 동력차로 혼동했을 정도로 절묘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새마을호 객차가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에 급수탑과 하나의 명물임은 절대 부정할 수 없다. 급수탑과 함께 한적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새마을호를 통해 시간여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겠다.

 

 

 

 

 

 

 

 

 

아무 생각없이 찾아간 곳인데, 저곳이 바로 화본역의 관사라고 한다. 정말로 지도나 이런 것들을 안보고, 우연히 화본마을을 둘러보다가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일본식 건물양식을 지니고 있어서 신기하기도 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해봤는데 화본역 관사가 맞다고 한다.

 

 

 

급수탑도 처음이요, 관사도 처음이다. 일본식 건축물도 처음 보고, 횡재했다는 표현이 바로 이런 걸 두고 말하나 보다. 정말 횡재했다.

 

 

 

 

 

 

 

 

 

 

옛 산성중학교의 건물이다. 학교는 폐교된 상태이고, 폐교된 건물을 이렇게 옛날을 추억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한다. 열차 시간도 거의 다 됐고 해서 안에 들어가보진 않았다. 들어가려면 소정의 입장료가 있다고 한다.

 

 

다음에 화본역을 다녀올 때는 꼭 들리기로 마음 속에 저장해둔다. 어른들이 추억할만한 공간으로 꾸몄다고 하던데 사뭇 기대된다.

 

 

 

 

 

 

 

 

 

 

화본역 관사와 산성중학교를 둘러보고 다시 역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역 플랫폼으로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역에서 사진도 찍고, 정모를 쓰며 추억에 떠올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기차와 역,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조화가 되는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역사 외부에는 자연과 계절, 사람들이 만든 모든 것들이 어울리고 있었다.

 

 

 

 

 

 

 

 

 

 

깊은 여운이 남는다, 깊은 여운을 달래고자 역사 사진과 박해수 시인의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잘 몰랐던 조화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게 사람이건 자연이건 말이다.

 

 

화본역은 사람과 자연, 과거와 현재가 조화되는 매력이 있다.

 

 

 

 

 

--------------------------------------------------------------------------------------------------

 


 

 

화본역

 

 

 

 

병술년 박해수 짓고 류영희 씀

 

 

 

 

꽃 진 물자리

 

 

젖꼭지 달렸네

 

 

 

자다 잠 깬

 

 

꽃물 든 목숨이네

 

 

 

선 자리 꽃자리

 

 

꽃 뿌리 눈물 뿌리

 

 

방울새 어디서서 우나

 

 

 

배꽃 메밀꽃 베꽃

 

 

배꼽 눈 보이네

 

 

배꼽도 서 있네

 

 

 

눈물 든 급수탑

 

 

억새풀

 

 

고개숙인 목덜미

 

 

눈물 포갠 기다림

 

 

설렘은 흰겨울 눈꽃에 젖네

 

 

 

어머니 젖꽃 어머니 젖꽃

 

 

젖꽃 실뿌리 실 실 실 웃는 실뿌리

 

 

오솔길 저녁 낮달로 떴네

 

 

 

어머니 삶꽃

 

 

젖빛으로 뜬 낮달로 떴네

 

 

오솔길 꽃 진 길 가네

 

 

 

산모롱 굽이 굽이 돌아

 

 

돌아누운 낮달 따라가네

 

 

낮달 따라 꽃 진자리 찾아가네

 

 

 

--------------------------------------------------------------------------------------------------

 

 

 

 

 

탑리, 화본, 희방사, 반곡으로 이어지는 답사기의 첫 번째 역이다.

 

 

이 날의 답사는 바로 탑리역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탑리를 비롯 화본, 희방사까지 중앙선 연선에 있는 기차역 아니랄까봐 찾아가는 데 있어 제법 난이도를 자랑하는 역들이다.

 

 

사실, 이 날도 스스로가 조금만 디테일했다면 북영주신호소는 물론 풍기역까지 한꺼번에 답사를 해서 수고를 덜을 수도 있었는데, 기억력의 착각으로 풍기는 다시 한번 잡고 다녀와야 할 입장이 됐다.

 

 

 

 

 

 

 

 

북쪽에서 남쪽에 있는 기차역들 특히 중앙선처럼 난이도가 있는 역들을 다녀오려면 으레히 이틀의 시간은 잡고 움직여야 한다.

 

 

서울에서 동대구까지 가는 무궁화호 막차를 이용 동대구역에서 뜬 눈으로 새벽을 지새운 다음에야 답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동대구에서 탑리까지 무궁화호 1672 열차를 이용했는데, 이 열차도 나름 근성열차에 포함되는 열차 중 하나다. 왜냐하면, 동대구에서 강릉까지 가는 열차로 다이아상으로만 무려 6시간 40분의 소요시간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1시간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비교적 정시에 맞춰 동대구에서 출발한 열차가 탑리역에 도착하게 되었다.

 

 

 

 

 

 

 

 

○ 탑리역의 역사

 

 

- 1940년 4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 1950년 8월 7일  한국 전쟁으로 역사 소실

 

 

- 1958년 6월 14일  역사 신축

 

 

- 1994년 1월 1일  소화물 취급 중지

 

 

- 1997년 12월 31일  현 역사 신축 완공, 인근에 위치한 금성산성을 본떠 성의 형태로 설계

 

 

- 2005년 9월 30일  화물 취급 중지

 

 

- 2022년 6월         중앙선 복선 전철화 구간이 완공되면 화본, 신녕, 희방사등과 함께 폐역될 예정

 

 

 

 

 

 

 

 

 

흙과 자갈을 밟았다. 화본역처럼 플랫폼이 시멘트나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탑리역도 흙과 자갈로 이루어져 좀 더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준다.

 

 

여기에 역 구내와 주변 풍경이 잘 어우러져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배가 되는 측면도 있다.

 

 

또한, 역 플랫폼에 화분이 아닌 화단이 조성되는 역은 정말 처음인 듯 싶었다. 물론, 시골역을 가보면 대게 화분이 플랫폼에 놓여있는 것이 많으나 화단이 조성된 역들은 본 경험이 없어서다. 그만큼 신선한 느낌과 더불어 자연친화적인 느낌도 함께 받았다.

 

 

 

 

 

 

 

 

가을에 접어든 시기이자 동시에 아침 해가 떠오를 일출시간때라 승강장이 운치 있게 느껴진다. 사진에서도 나오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공사현장이 바로 나타난다.

 

 

바로 중앙선 복선 전철화 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중앙선 복선 전철화를 가지고 역직원과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는데, 2022년쯤에 완공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나 공사란 게 어디 사람 마음대로 될까... 아마 몇 년이 추가로 더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중앙선 복선 전철화 공사가 끝나면 탑리를 비롯 신녕, 화본, 희방사까지 중앙선 연선에 위치한 상당수의 역사들은 영업을 중지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신녕, 화본, 탑리, 희방사 등 특색있는 역들이 많은 만큼 이설이 되더라도 온전히 보존이 되고,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으면 한다. 

 

 

 

 

 

 

 

 

청량리 기점 296㎞. 한마디로 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땅이 좁다고 하지만, 순전히 거리로만 따진다면, 정말로 먼 거리다. 아무리 교통이 좋아졌다고 한들 이 정도 거리를 다녀오면 제대로 녹초가 될 것이다.

 

 

 

 

 

 

 

 

 

역 주변에 의성 탑리 오층석탑이 있어서 탑리역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물론, 탑리라는 지명도 여기서 유래.

 

 

그래서인지 뒤에 나올 역사의 형태도 역사 곳곳에 돌탑이 쌓여져 있었다. 그만큼 탑이라는 컨셉에 가장 잘 부합하며 동시에 역명과 가장 잘 부합하는 역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통 탑이 주는 이미지가 불교, 사찰, 절과 관련이 깊은 경우가 많은데, 역 구내도 장독대와 옹기, 돌탑과 석공예, 그리고 각종 화단까지 마치 절에 온 분위기를 자아낸다.

 

 

절에 가면 마음에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탑리역에 도착했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복선 전철화의 공사 현장이 아니라면, 더욱 운치가 있었겠지만, 아쉽지만 현실을 받아들인다. 감성보다 이성으로 이상보다는 현실을 추구하는 게 지극히 사람의 합리적 본성이기 때문이다.

 

 

비록 분위기가 반감이 될지언정 기본적인 분위기는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나 역이나 클래스는 존재하나 보다.

 

 

개인적인 속마음을 덧붙이자면,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탑을 모티브로 지어진 역사라고 하지만, 정작 역사의 분위기는 탑이라기보다 흡사 과거 중세시대의 성곽 같은 분위기를 준다.

 

 

탑이라면 탑이겠지만, 그래도 성곽이라는 물씬 느껴지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한 가지 더, 우리에게 친숙한 슈퍼 마리오 게임의 배경과 유사하다고 느낀다면 정말 기분 탓일 거다. 어렸을 때 한번씩 접해본 게임이 바로 슈퍼마리오가 아니었던가.

 

 

탑리역의 역사를 실물로 접했을 때 유년 시절에 즐겨했던 게임 슈퍼마리오가 바로 떠올랐다.

 

 

 

 

 

 

 

 

 

의성탑리오층석탑, 금성산 등 탑리 주변 지역의 명소가 액자에 담겨진 사진으로 걸려있다. 의성탑리오층석탑은 역직원이 권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탑리라는 지명, 역명의 배경이기도 하다.

 

 

거리가 좀 떨어져 있지만, 빙계계곡과 금성면 지역에 존재했던 조문국의 고분군도 있을만큼 알고 보면 탑리역도 숨겨진 보물처럼 관광 소재와 친숙한 역 중에 하나다.

 

 

 

 

 

 

 

 

 

진열장에 김태일이라는 분이 기증한 지게, 절구, 항아리 등의 모형, 짚신, 나막신, 곰방대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마치 조선시대를 소재로 한 지역박물관에 온 것 같았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바로 오르간이었다. 다른 말로 풍금. 풍금을 봤을 때 초등학교때 음악 수업때 풍금을 연주하던 선생님과 '내 마음의 풍금'이라는 영화가 절로 생각이 났다. 전자의 경우 선생님이 풍금을 연주하면 노래를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남아있고, 후자의 경우 서정적인 동화책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게 하고, 기분도 꽤 맑아졌던 기억이다.

 

 

물론, 초등학교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내가 경험한 전자와 후자의 유일한 공통점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내 마음의 풍금은 이병헌, 전도연, 이미연씨가 출연했던 영화였는데, 하근찬의 단편소설 '여제자'를 원작으로 촬영한 영화라고 한다.

 

 

아마 내가 알기로는 그다지 흥행을 거둔 영화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투명하고 맑은 분위기의 영화였다. 

 

 

 

 

 

 

 

 

 

열차시각이 많이 남아있으면 무료하기 마련인데, 역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좋고, 맞이방 한 켠에는 책과 잡지들이 마련되어 있어서 독서로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목공예 제품들과 함께 전선과 관련이 깊은 나무로 된 케이블드럼이 테이블로 놓여있어서 꽤 아기자기한 멋이 난다.

 

 

맞이방이 단순히 시간을 떼우는 공간에서 벗어나 하나의 휴식공간으로 완벽히 자리매김했다. 다만, KTX가 대세인 탓에 탑리역에서도 원동역 구간을 배경으로 하는 KTX의 액자가 어김없이 달려있었다.

 

 

원동역도 멋진 지역임에 틀림없지만, 그래도 각 역을 대표하는 사진이 걸리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중앙선답게 열차가 정말 다니지 않는다. 정확히 3왕복만 정차한다.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현재 경북나드리열차)가 있었을 당시에는 하루 4왕복의 열차가 있었지만, 시간표 개정이 들어가면서 이마저도 날아가 현재는 3왕복만 정차한다. 그래도 탑리역이 화본역, 신녕역보다 다행인 점은 동대구와 강릉을 오고 가는 무궁화호 1672와 1673이 추가로 정차한다는 점과 주변에 탑리시외버스터미널이 있어 비교적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이다.

 

 

주변역들에 비해 무궁화호 1왕복이 추가로 더 정차하고, 다른 대체 교통수단이 가까운 곳에 있어 다행이라는 사실이 한편으론 씁쓸하게 느껴지기만 하다. 역이 특색있어 오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지만, 그에 반해 교통이 불편하다는 점이 선뜻 가기에는 여러모로 시간상 비용상으로 고민을 갖기에 충분하다.

 

 

지금 와서 고백하지만, 탑리, 화본, 신녕, 희방사 이런 역들을 가고자 했을 때도 개인적으로 꽤 망설여졌던 게 사실이다. 교통편도 열악한 편인데다 그나마 있는 교통편마저 놓치면 기약없이 길 위에서 기다리고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성곽과 탑의 조화가 아닐까 싶다. 순수한 돌탑도 있고, 옹기와 돌을 조화시킨 이른바 옹기돌탑도 있다.

 

 

꼭 열차를 타고 가지 않아도 하나의 휴식공간으로 느껴질만큼 소소한 볼거리가 꽤 많았다.

 

 

선로 방향 역사를 카메라에 담을 때도 영락없는 성곽이고, 슈퍼마리오의 배경이다. 슈퍼마리오 시리즈가 나온다면, 제작자에게 탑리역을 배경으로 만들어보는 것을 권해주고 싶을 정도다.

 

 

역직원의 권유에 따라 탑리 지역 시가지를 거쳐 의성탑리오층석탑으로 발길을 돌린다.

 

 

 

 

 

 

 

 

의성탑리오층석탑까지 가는 길마다 담은 사진들이다. 탑리 지역 시가지이기도 한데, 전반적으로 1970년대 분위기를 자아낸다.

 

 

곳곳에 최근에 지은 건물들도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오래전에 지은 건물들도 상당수가 남아있고, 70년대 시절에 사용됐을 법한 간판들도 제법 남아있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온 것 같았다.

 

 

아직도 이런 게 있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정말 깜짝 놀랐다.

 

 

문득 들었던 생각은 변하지 않고,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란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온전히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 놀라웠고, 오래됐다고 무작정 없애려고 하기 보다 현실과 조화시키며 잘 갖춰나가는 게 좋다고 하겠다.

 

 

 

 

 

 

 

 

탑리라는 지명의 모티브이기도 하며, 탑리역의 명명도 여기서 왔다.

 

 

의성탑리오층석탑이다. 사진상 구도가 다소 아쉬웠는데, 석탑 앞에서는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구도를 잡기가 살짝 어려웠다.

 

 

그래도 풍경치고는 잘 나왔다고 자부한다.

 

 

특히, 의성탑리오층석탑은 이래 봬도 국보 77호로 지정될 만큼 국가의 소중한 보물 중에 하나다.

 

 

탑리역에 가보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의성탑리오층석탑과 탑리 지역 시가지를 한번 다녀올 것을 권하는 바다. 탑리역에서 걸어서 10분 안팎으로 갈 수 있다. 또한, 시가지도 그다지 크지 않아서 곳곳에서 70년대 흔적을 느끼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리틀 포레스트의 촬영지가 의성과 군위 지역을 배경으로 촬영됐다고 한다. 탑리 지역이 영화에 나온 것은 아니지만, 마치 영화의 촬영지로 쓰였을만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탑리역의 파노라마 사진이다. 역시 파노라마 사진이 있어야 든든한 기분이 든다.

 

 

먼저 다녀온 신녕역과 지금의 탑리역, 뒤이어 나올 화본역, 희방사역은 찾아가기 힘들지만, 찾아오는 이들에게 그만한 아름다움으로 보상해주는 것이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워낙 교통이 불편했던 탓에 갈까 말까 망설여지고, 몇 번이고 쓸데없는 고민이 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녀왔을 때 밀린 숙제에 한 것에 대해 커다란 보상을 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중앙선 복선 전철화 공사가 완료되기 전 신녕, 탑리, 화본, 희방사는 다시 한번 꼭 방문할 것을 스스로 약속한다. 정말 오길 잘했다.

 

 

내 마음의 풍금은 바로 탑리역이다.

 

 

 

 

연산역을 둘러보고, 마지막 목적지이기도 한 대야역으로 향했다.

 

 

익산역에서 여유를 즐기며 기다리고 있다가 장항선을 경유하는 용산행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 날도 초여름의 끝물에 해당하는 날씨답게 한마디로 더웠다. 그래서 열차에 몸을 싣고, 더위를 이제 피할 수 있으려는 찰나 야속하게도 대야역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며 내리쬐는 태양을 맞이하러 가게 된다.

 

 

대야역만 다녀오면 오늘의 목표는 끝낸다는 생각에, 그동안 꼭 가보고 싶었던 대야역에 가게 될 생각에 몸 한켠에는 엔돌핀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15분이 흘렀을까 무궁화호는 대야역에서 본인을 내려주고, 두 명의 사람을 싣고 목적지인 용산으로 갈 길을 재촉한다.

 

 

 

 

 

 

대야역의 한자인 大野驛이라는 말처럼 커다란 바깥 풍경과 더불어 역 구내에는 커다란 화물 야적장이 있어서 사전적 의미가 그대로 맞아떨이지는 역 중에 하나였다. 넓은 벌판을 따라 서해 바다, 강 호수 등 다양한 자연환경 속을 달리는 장항선의 매력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된다.

 

 

한국철도에도 수많은 기차 노선들이 존재하는 데, 그 중에서 장항선이야말로 진짜 기차여행한다는 느낌을 주는 노선이라고 자부한다.

 

 

 

 

 

 

천안 기첨 142.4㎢. 충청남도의 시작인 천안과 전라북도의 시작인 군산간의 거리가 철길로 무려 142.4㎢라는 의미. 그동안 무심하게 타고 다녔던 열차가 얼마나 먼 거리를 달리는지 이 날 제대로 실감하게 된다.

 

 

 

 

 

 

○ 대야역의 역사

 

 

- 1912년 3월 12일  지경역이란 이름으로 간이역으로 영업 개시

 

 

- 1912년 10월 1일  보통역으로 승격과 동시에 화물 및 소화물 취급 개시

 

 

- 1953년 6월 1일  지경역에서 대야역으로 역명 변경

 

 

- 1977년 8월 1일  무연탄 전용선 부설

 

 

- 1977년 8월 26일  군산역 대신 민수용 무연탄도착취급역 지정

 

 

- 1988년 1월 1일  소화물 취급 중지

 

 

- 1991년 1월 30일  역사 신축

 

 

- 1998년 5월 30일  무연탄 전용선 폐선

 

 

- 2000년 7월 25일  컨테이너 화물 취급 개시

 

 

- 2008년 1월 1일  군산선에서 장항선으로 편입, 군산선 통근열차 폐지, 장항선 새마을호 및 무궁화호 정차 개시

 

 

- 2008년 3월 10일  컨테이너 화물 취급 중지

 

 

- 2008년 5월 1일  장항선 새마을호 무정차 통과

 

 

- 2020년대말  장항선 복선전철화로 역사 이설. (역사가 이전되며 화물취급, 운전취급, 여객취급, 승차권발매 등의 업무를 개시할 예정. 대야역 직원에게 문의결과 이와 같은 답변을 얻음.)

 

 

 

먼저 다녀온 연산역처럼 대야역도 유서깊은 중에 하나였다. 일제시대에 개업한 역이기도 하고, 화물의 취급과 중지, 노선의 변경, 운행하는 열차의 등급도 달라졌으니 말이다.

 

 

2008년은 말 그대로 대야역에 있어서 많은 의미가 있는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군산역의 컨테이너 기지가 설치되어 컨테이너 화물 취급 기능이 군산역으로 이전됐으며, 군산선에서 서천, 장항 등을 지나는 장항선으로 노선이 바뀌어 기존 군산선에서 운행되던 통근열차가 폐지되고, 장항선에서 운행하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운행하게 됐으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특히 여객열차도 보통열차에 해당하는 통근열차에서 엄연히 급행열차인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운행하게 됐으니 알고 보면 그만큼 역의 급이 올라갔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장항선의 복선전철화가 대략 2020년에 완료가 될 예정인데, 공사가 완료되면 대야역은 이설 및 이전을 거치게 된다. 다사다난하다는 말이 딱 떠오른다.

 

 

한편, 대야역이 이전과 관련되어 이 날 근무하던 역직원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화물취급, 운전취급, 여객취급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며, 승차권발매도 기존처럼 역창구에서 발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역시 나무위키나 위키백과 등의 백과 프로그램도 적당히 신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익산에 갈 때 새마을호를 이용하게 위해 장항선을 경유하는 열차를 타고 가곤 했는데, 특히 대야역을 지날 때마다 느꼈던 감정 중에 하나가 내가 열차를 타고 지나갈 때마다 변화가 없어서 정감이 가곤 했다. 물론, 각종 표식이나 역명판과 역간판 등은 신규 CI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역사는 물론이고, 역이 풍기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변화가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더욱 꼭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던 역 중에 하나였다.

 

 

변화가 없다는 말을 바꿔 보면, 그만큼 특징이 있어서 이렇다할 시선을 끌기에는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특징이 없어 좋은 감정을 느낀 반면, 누군가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어서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만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2016년 모 종편채널에서 "시그널"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이 때 바로 대야역이 촬영장소로 등장하게 되는 데, 정작 대야역이란 본명이 아닌 현풍역이란 필명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렇다할 특징이 없던 탓에 대역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었나 보다.

 

 

 

 

 

 

열차를 타고 지나갈 때도 상상했던 풍경이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역 구내도 변화가 없는 간소함을 지녔고, 광장 방향의 역사 바깥쪽도 도시 교외지역처럼 간소함을 고스란히 지녔다. 상상과 현실이 말 그대로 일치가 됐던 터라 당연한 말이지만, 이질감을 없었다.

 

 

 

 

 

 

무궁화호가 상행 4번, 하행 5번으로, 장항선 무궁화호가 총 9왕복(18편도)를 운행하는 것을 비춰보면, 대략 절반 정도가 정차하고 있었다. 그래도 시간별로 적절하게 편성이 되어 있어서 접근성 측면에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이용승객도 하루 평균 보통 20명에서 30명 내외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에 걸맞게 여객열차의 편수가 배치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역의 분위기도 여느 교외지역의 기차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사 외부도 역사 내부도 소박하고 간소했다.

 

 

'누군가 이게 다입니까?'로 물어본다면, 나는 당연히 '네.'라고 대답한다. 정말 이게 다다. 소박하고 간소하게 보이지만, 역으로서 갖추고 있을 것은 갖추고 있고, 사람들도 역의 규모에 맞게 이용하며, 열차도 비교적 적정 수준으로 정차한다.

 

 

그래도 이렇게 끝내기가 아쉽기도 하고, 역에 왔으면 가능한 파노라마 사진도 꼭 남기고 싶어서 선로 방향과 광장 방향으로 각각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봤다.

 

 

 

 

 

 

광장 방향은 만족하는 데 반해, 선로 방향은 살짝 불만족스러웠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만족이다.

 

 

소박하고, 간소하면서도 두드러지는 특징이 없지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는 대야역이야말로 내게 있어 커다란 매력덩어리다.

 

 

 

 

 

 

익산역에서 출발한 무궁화호가 대략 30분이 지났을 무렵 연산역에 도착하였다. 연산역에서 내린 사람은 본인 1명, 탑승하는 사람은 없었다. 연산역 역시 늘상 생각하는 시골역의 모습이었다.

 

 

사진으로는 잘 나와있지 않지만, 연산역의 역간거리표를 잘 보면 연산역이 대전조차장역 기점 39.6㎢에 위치해 있다. 또, 사진을 잘 보면 과선교가 나오는데, 과선교는 주민들에게 있어서 꽤 중요한 시설물 중에 하나이다.

 

 

 

 

 

 

연산역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던 터라 잘 알고 있었지만, 첫 눈에 보기에도 기차역에 왔다기 보다 철도를 주제로 한 놀이동산에 온 것 같았다. 그만큼 사람들이 보다 쉽게 철도에 다가갈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 연산역의 역사

 

- 1911년 7월 10일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 1950년 10월 16일  공비 피습으로 역사 소실

 

- 1957년 7월 18일  역사 복구 준공

 

- 1977년 11월 1일  특급열차 여객 취급

 

- 1990년 8월 1일  전산단말기 설치

 

- 1991년 9월 1일  소화물 취급 중지

 

- 1999년 11월 26일  역사 개수

 

- 2001년 9월 17일  역무실 일부 증축

 

- 2003년 1월 28일  연산역급수탑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48호로 지정

 

- 2007년 6월 5일  어린이 철도체험학습 운영 개시

 

- 2007년 8월 10일  일일 역장체험 운영 개시

 

- 2008년 11월 1일  화물 취급 중지

 

- 2013년 1월 10일  철도문화체험장 개장

 

- 2016년 1월 1일  기념입장권 발매 개시 (※ 코레일 기념입장권 발매역 - 서울역, 도라산역, 화본역, 연산역, 정동진역) 

 

 

 

연산역이 겪고 온 이력에서 보듯 특출나지 않아 보여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시나브로 역의 가치를 높여 오고 있었다. 역 자체의 개보수는 물론이고, 급수탑만 해도 문화재청으로부터 대한민국 등록문화재로 인정받은 바 있으며 철도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절찬리에 운영중에 있다. 여기에 2016년에는 전국 5개역에게만 주어진 기념입장권의 발행역으로 당당히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철도문화체험 프로그램은 꽤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특색있는 간이역들이 사람들이 없다 싶으면 무인화의 칼날을 맞는 것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무인화와 여객취급마저 중지가 되면 역은 말 그대로 방치가 되어 주변 미관이 좋지 않아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회비용의 상실도 초래한다.

 

 

전반적으로 열차이용의 감소를 통한 교통수단의 불편을 초래하며, 역이 방치가 되면서 좋지 않게 활용될 여지가 많아지고, 대개 시골 간이역들은 역사적인 가치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역사적 가치도 덤으로 없애기 때문이다. 

 

 

무작정 역을 없애기 보다 역의 특성을 보다 활용하는 것이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의 수입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열차이용의 횟수도 유지시켜 교통수단의 불편함도 보다 줄일 수 있기에 가치를 보다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먼저, 역사 바깥부터 하나씩 둘러보기로 했다.

 

 

역사 바깥으로 나갔을 때 여느 평범한 시골 마을의 분위기였다. 평온한 시골 마을이 있지 않은가... 편안함을 전해주는 분위기 속에 역사 주변에 아기자기하게 역이 꾸며져 있었다. 또한, 마을 주민들 소유의 텃밭도 마련되어 있었다.

 

 

역 구내에만 형식적으로 꾸며놓은 것이 아닌 역사 바깥으로도 세심하게 꾸며놓아 진정으로 철도문화공간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즉, 철도와 자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 하겠다.

 

 

 

 

 

 

역사뿐만 아니라 역 주변 마을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인위적으로 정리했다는 느낌보다 자연에 맞게 순리대로 정리했다는 느낌을 주어 편안함을 받을 수 있었다. 역 곳곳이 말 그대로 자연친화적이었다.

 

 

잘 어울린다는 표현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역사 자체도 시대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면서 고풍스러운 역사 주변으로 마을의 풍경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니 말이다.

 

 

연산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코레일 직원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 분들의 도움으로 철도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으니 이만큼 고마운 일이 어디 있을까 싶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연산역 기념입장권의 도안인 연산역 급수탑이다.  

 

 

호남선 연선에 위치한 대전, 충남지역의 기차역들 중에서 연산역뿐만 아니라 서대전역과 강경역에도 급수탑이 존재하고 있었으나 이후 철거되면서 연산역의 급수탑이 호남선 연선에 위치한 대전, 충남지역의 기차역들을 통틀어 유일하게 남아있는 급수탑이라고 한다. 이러한 특수성과 희소성을 인정받아 문화재청으로부터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48호로 2003년에 지정된 바 있다.

 

 

특히, 화강석을 하나씩 다듬어서 만든 게 사진에서 보던 여느 급수탑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마치 경주에 있는 신라시대의 첨성대를 보는 듯한 기분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정교하면서도 주변의 풍경과도 정말 잘 어울린다. 

 

 

사실, 연산역 기념입장권 발매가 이 날 소기의 목적 중 하나였는데, 연산역 기념입장권의 도안도 바로 연산역 급수탑에 따온 것이다.

 

 

 

 

 

 

과선교는 급수탑의 근처에 위치해 있는데, 과선교를 통해 철도로 인해 왕래가 곤란한 마을간 이동이 가능하다. 특히, 역 구내로 열차가 수시로 이동하기에 더더욱 과선교가 필요하다.

 

 

한편, 급수탑 주변으로 요즘 유명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서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지고 역이 발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과선교를 건너서 본 마을의 규모도 단순히 생각했던 것과 달리 생각외로 꽤 큰 편이었다. 마을의 논밭과 마을의 건축물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은 거 같아 철도와 자연을 즐기면서 스트레스 푸는 데 이만한 공간도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광장에서 선로 방향으로 역사 전경 사진을 꼭 남기고 싶었는데, 마음이 편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 날 찍은 사진들이 꽤 잘 나와서 몇 장이고 더 올리고 싶을 정도다. 더도 덜도 말고, 이 날 느꼈던 편안함을 평생토록 느끼고 싶다.

 

 

 

 

 

 

역사 내부로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열차시간표와 여객운임표가 맞아준다. 무궁화호와 동위 동급인 누리로를 포함하여 무궁화호 계통 열차가 5왕복으로 정차하고 있으니 열차 운행편수는 꽤 괜찮다고 생각이 든다.

 

 

승차권과 입장권을 발매하면서 역직원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도 주말보다 평일에 주로 대전으로 가는 통근이나 용무 목적으로 이용하는 수요가 많다고 한다.

 

 

 

 

 

 

마을 어르신들이 맞이방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시골역의 맞이방이다. 역으로서 기능을 하고, 역의 사용 주체인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연산역을 볼 때 역으로서의 영역을 뛰어넘어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문화공간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철도의 영역을 뛰어넘어 사람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초저항이라고 불리는 수도권 지역의 각종 전동차들과 일반열차의 객차 종이모형이 진열장에 놓여져 있었으며, 진열장 위에는 연산역의 옛 모습을 본뜬 종이모형, 서울역, 간이역 카페의 옛 모습을 본뜬 종이모형이 각각 놓여있었다.

 

 

한편, 발매창구에는 경원선에서 운영중인 CDC 디젤동차인 통근열차, 그리고 새마을호 객차 한 량이 고스란히 놓여있었다.

 

 

그것보다 재미있던 건 아재개그라 불리는 기차역의 역명을 활용한 아재개그 리스트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역은?' '상봉역' 바로 이런 식이다. 숨겨진 개그 본능을 자극한다. (승부해야하는 역은 승부역이요, 동화책이 있는 역은 동화역이다. -_-;)

 

 

나무 장식과 종이 모형들은 아마도 철덕들이 가져다 놓은 것 같다. 건전하게만 한다면, 철덕도 꽤 좋은 덕질이요, 취미라고 생각한다. 사실, 철덕들의 흔적을 마주한 것도 연산역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신선했다. 연산역뿐만 아니라 황간역에서 진정한 철덕문화체험도 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황간역도 답사하고자 하는 시골역 중에 하나이다.

 

 

 

 

 

사람들이 철도를 보다 친근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건널목과 신호기는 물론이고, 이제는 어엿한 코레일의 플래그쉽인 KTX의 석고 모형도 놓여있어서 철도를 마음놓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연산역이 왜 철도문화체험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지 설명해주는 듯 했다. 이것말고도 시소 의자와 토끼 우리가 자리하여 있어서 철도와 자연은 물론, 낭만까지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모습이 깊은 인상이었다.

 

 

동물들을 활용한 명예역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 같은데, 연산역의 명예역장이야말로 토끼가 아닌가 싶다.  

 

 

한편, 원래 KTX가 아니라 간선전기동차인 누리로의 모형이 놓여있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누리로의 모형은 온데간데없고, KTX의 모형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KTX가 어디에서든 주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도 일반열차들도 KTX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연산역에서 철도문화체험이 가능하다고 한다. 자세한 사항은 연산역의 연락처와 공식 카페에 문의하면 된다.

 

 

※ 네이버 카페 - https://cafe.naver.com/yeonsanst , 연산역 041-735-0804

 

 

 

 

 

 

화장실의 반대편 측면에 보면 '여객열차 운행 변천사'가 마련되어 있어 우리가 쉽게 접하는 여객열차들의 목록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19세기 1899년부터 현재 21세기 2015년까지 여객열차 운행 변천사를 통해 철도의 역사, 열차의 역사를 넘어 과거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사회가 흘러왔는지 반추해볼 수 있는 좋은 항목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단체관광열차나 명절 임시열차로나 볼 수 있게 된 진짜 새마을호의 모습이다. 새마을호는 동차형, 일반 장대형을 모두 통틀어 각종 기차역에서 카페로 또는 체험관으로서 사람들과 호흡하고 있다. 꼭 현역에서 뛰는 것만으로 사람들과 호흡하는 건 아니니까. 참고로 연산역 구내에 위치한 새마을호 객차는 다섯 자리로 일반 장대형 객차이다.

 

 

이처럼 현업에서 물러난 열차들을 각종 주제나 특성에 맞게 활용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새마을호가 과거 안락함을 주던 철도청 시절의 플래그쉽이자 철도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연산역을 학점으로 평가한다면, "A+"로 평가하고 싶다.

 

 

연산역에서 이 날 겪었던 경험은 단순히 기차역을 경험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문화공간을 경험했다고 자부한다. 역 나름대로 특색이 있겠지만, 역 나름대로 특색을 잘 살리지 못하거나 단순히 형식적인 면에만 치중해서 꾸몄다고 느껴진 역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날 연산역에서 본 풍경은 단순히 형식적으로 치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사람들과 호흡하고자 만든 기차역이자 문화공간이라는 것이고, 심혈을 기울여 고민했다고 느껴졌다는 점이다. 이 점이 기존에 봤던 기차역들과 연산역의 큰 차이점 중에 하나였다.

 

 

 

  

 

 

내가 바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의 영역을 뛰어넘어 역이 가진 가치를 보다 크게 만들고, 역의 특색을 살려 사람들과 호흡하는 그런 기차역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연산역은 내가 희망했던 가장 최고의 기차역이다.

 

 

 

신녕역에서 동화역까지 오는 내내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되었다. 화본역과 탑리역을 지날 때 아름다운 기차역과 조화되는 시골의 편안한 풍경을 보았으며, 풍기역과 희방사역을 지날 때 보게 된 자연의 비경이 꽤 아름다웠다. 소백산의 품속을 지나가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소백산을 지나 도담역에 도달할 무렵 황량한 풍경과 대비되는 시멘트공장의 위세에 크게 놀랐다. 시멘트공장의 위엄을 제대로 느꼈다고 해야할까... 웅장하다는 표현으로 표현이 잘 안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제천을 지나 원주에 도착할 때는 도시와 농촌의 모습이 조화되는 모습이 꽤 어울리지 않듯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한편, 원주가 혁신도시로 선정되면서 도시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2003년인가 2005년인가에 원주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 무렵에는 원주의 도시규모가 현재 정도의 규모는 아니었다.

 

중앙선도 사람들에게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뿐 특색이 있는 주요 간선 중에 하나이다. 양회와 석탄 등 옛날 화물철도의 선입견을 주는가 싶지만, 막상 중앙선을 따라 기차여행을 해보면, 선입견이 눈녹듯 사라지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중앙선에 위치한 화본, 탑리, 신녕뿐만 아니라 동화, 신림, 반곡, 풍기, 희방사 등 곳곳에 아름다운 기차역과 여행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눈을 참으로 즐겁게 한다.

 

다만, 중앙선도 복선전철화가 예정되어 있어 2020년을 전후해서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들이 사라질 예정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날 무궁화호를 이용했을 때도 단양, 단성 등 이 구간을 비롯해서 곳곳에서 추운 겨울임에도 공사가 한창이었다. 목표로 잡고 있는 풍기, 희방사, 화본, 탑리, 신림, 반곡 등의 답사를 좀 서둘러야겠다는 마음이다.

 

경상북도 영천시에 위치한 신녕역에서 탑승한 무궁화호가 경상북도, 충청북도를 거쳐 목적지인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동화역에 연착 및 교행 등을 이유로 지연되어 대략 3시간 40분만에 도착한다.

 

 

 

 

 

청량리 기점 88.2㎢에 위치한 동화역에 말 그대로 드디어 도착했다.

 

 

○ 동화역의 역사

 

- 1940년 4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 1950년 12월 8일 한국전쟁으로 역사 소실

 

- 1956년 5월 10일 역사 신축

 

- 1988년 1월 1일 수소화물 취급 중지

 

- 1998년 6월 1일 자갈 발송 개시

 

- 2004년 4월 28일 컨테이너 야드 개장

 

- 2005년 12월 5일 승차권 발매 중단, 승차권 차내 취급역 전환.

 

- 2009년 10월 31일 화물 취급 중지

 

- 2011년 10월 5일 여객 취급 중지

 

- 2011년 12월 21일 여객 취급 및 승차권 발매 재개, 폐역인 간현역의 여객 취급 기능 인수

 

 

 

 

 

 

동화역의 역사이자 이력을 보면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곡절이 있다. 한국전쟁으로 역사가 소실된 것도 그렇거니와 화물 취급과 여객 취급을 중지와 개시를 반복한다는 점도 그렇다. 주목할만한 점은 동화역은 이미 오래전부터 승차권 차내취급역으로 지정될만큼 역세권이 예나 지금이나 꽤 미약한 편이다. 차내취급역으로 전한된 후에 정차하는 열차 편수가 줄어들더니 여객취급의 중지도 경험했으니까.

 

그러다가 여객 취급이 중지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객 취급이 다시 재개되었는데, 이는 동화역의 인접역인 간현역 자체가 폐역이 되면서 동화역이 간현역에서 취급하던 여객취급의 기능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정작 간현역은 폐역이 된 후로 레일바이크로 다시금 사람들의 여행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인생사 세옹지마라는 말이 역에게도 통하는가 보다.

 

한편, 동화역뿐만 아니라 역명판에 나와 있는 만종역도 경강선으로 이전됨과 동시에 동화역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된다. 만종역도 운전취급과 화물취급만 담당하다가 경강선의 개통으로 여객취급이 다시 재개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에서 동화역과 꽤 비슷한 운명을 맞이했다.

 

 

 

 

 

경강선의 KTX 개통 등을 비롯한 각종 공사로 역 구내가 꽤 어수선했다. 동화역의 풍경과 다소 언밸런스하게 느껴졌다.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플랫폼과 주변의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역직원이 다가왔다.

 

 

사실, 나무위키나 각종 위키백과 사이트 등지에 보면 동화역의 역직원들이 불친절하다고 서술되어 있어 긴장 아닌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이 날 역직원은 퉁명하다거나 불친절하기 보다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보며 용건을 묻는 등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가주며 역직원에게 불친절한 구석을 딱히 발견하지를 못했다. 또한, 사진을 충분히 찍도록 기다려주기까지 해서 긴장을 할 필요도 선입견을 가지면서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역직원에게 방문 목적을 설명하며, 역사로 들어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자 하는 승차권과 입장권을 동시에 발매하였다.

 

 

 

 

 

마주하게 된 동화역의 역사도 중앙선의 연선에 위치한 역사들처럼 아름다운 멋을 간직하고 있었다. KTX의 개통으로 곳곳에 펜스가 설치된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사의 모습은 오래된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동화역의 진정한 주제라 하겠다. 바로 소나무.

 

 

동화역의 역사와 풍경뿐만 아니라 꼭 카메라에 담고 싶었던 게 바로 이 소나무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할 거 없이 사시사철 온전히 모습을 유지하는 소나무의 모습에 감격함은 물론, 소나무의 한결같은 모습에 왠지 모르게 든든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동화역의 상징과도 같은 이 소나무가 바로 '노무현 소나무'로 불린다. 노무현 소나무로 불리게 된 계기가 바로 2007년 당시 16대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동화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때 노무현 대통령이 동화역의 소나무를 보며 감격했음은 물론, 소나무를 곁에 두지 못해 아쉬워했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에 순간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도서함도 그러혹, 도서함 위에 놓여진 화문들을 보며 역사 곳곳이 역직원들의 노력으로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옛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한편, 역사 곳곳이 꽤 아기자기한 모습이라 눈호강을 제대로 했다.

 

 

간현역의 여객취급 기능을 그대로 인수하면서 동화역의 정차 편수가 중앙선과 태백선을 모두 포함한 무궁화호 편도 13회가 정차한다. 무궁화호 편도 13회가 정차하는 데다가 역사 바로 앞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위치해 있고, 시내버스도 20분 간격으로 자주 다니면서 시간만 잘 맞으면 찾아오는 데 큰 불편함이 없다고 하겠다.

 

 

 

 

 

KTX의 개통으로 인해 역사 주변에 철조망 등이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니까.

 

 

참고로 위에 있는 버스 정류장은 원주시 문막읍 방향이고, 원주 시내 방향으로 가려면 뒤에 나오겠지만, 반대편 정류장에서 탑승해야 한다. 시내버스도 20분 간격으로 다니기에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시내버스가 오면 손을 흔들어 탑승 의사를 밝히면 버스가 정차한다.

 

 

 

 

 

 

역사 앞 주차장에 있는 나무의 모습, 영업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역사 앞에 있는 역사 슈퍼, 그리고 위에서 말한 원주 시내방향 정류장까지 마치 옛날 전래동화 속 풍경과 똑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만큼 전래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역사 자체도 물론이고, 역사의 주변 풍경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역사 앞에 있는 슈퍼를 보면서 어르신들이 슈퍼에 들러 막걸리를 한잔 한다거나 손자나 손녀들 군것질거리들을 사가지고 가는 장소로 이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동화 속 풍경을 뒤로 한채 원주시내로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만낭포. 동화리'란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다. 만낭포가 뭔가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까 동화역에 위치한 원주시의 지명으로 설명되어 있다. 인공미와 자연미가 조화되는 게 이런건가 싶을 정도로 정말 정말 아름다웠다.

 

 

동화역에서 느꼈던 여운을 동화역의 선로 방향 역사 사진으로 이어서 표현하고자 한다.

 

 

 

 

동화 속 소나무는 우리에게 있어 한없이 포근하면서도 든든한 존재이다.

 

 

 

 

 

노이즈가 잔뜩 껴서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진이었다.

 

그런데, 막상 다시 사진을 보니까 노이즈와 태양, 신녕역의 모습이 의외로 만족할만한 사진으로 나타났다.

 

의도하지 않게 좋은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무조건 실망만 하고 화만 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관점의 차이가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좋게 만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서경주역과 영천역을 차례로 거쳐 찾아가기 힘든 신녕역에 다다른다.

 

 

중앙선에 위치한 역들이 으레 그렇듯 열차편이 많지 않으면서도 찾아가기는 꽤 어려운 축에 속한다.

 

 

그렇다고 중앙선 연선에 위치한 지역들의 열차를 대신한 다른 교통수단들도 좋은가하면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신녕역도 찾아가기 쉽지 않은 역임에는 틀림없으나 힘든 만큼 찾아온 이에게 아름다움으로 보답을 한다는 점이 여느 역들과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영천역에서 영천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신녕역에 도착했다. 이 날도 하마터면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뻔했다. 영천시외버스터미널의 시간표가 제대로 되어있지가 않은 데다가 그나마 터미널 직원의 다소 무성의한 대응에 황당함이 몰려오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알아본 버스노선과 비슷한 차량이 지나가서 놓쳤나 싶어 고민하던 찰라 마침 제대로 된 버스가 제시간에 맞게 들어와 운좋게 타고 갈 수 있었다.

 

 

영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신녕역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무인화가 이루어진 중앙선의 간이역들이 눈에 보였다. 화산역도 눈에 들어왔고, 영천의 교외 지역 풍경에 빠져있다가 25분이 지났을 무렵 목적지인 신녕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분명 역이름도 신녕역이었으며, 공식적인 행정구역명도 신녕면으로 등록되어 있었지만, 마을 곳곳 표지판 등을 보면, 신녕이 아닌 신령으로 표기되어 있었으며 영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기사님께 물어봤을 때도 신령으로 발음을 하고 있었다. 신녕과 신령이 통용되는가 보다. 

 

 

 

 

 

 

다소 혼란이 있었으며, 이 날도 미세먼지가 날렸지만, 역 주변이 정말 아름다웠다. 따뜻한 봄에 오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쉽다는 생각이 쭉 들었다.

 

 

 

 

 

 

○ 신녕역의 역사

 

- 1938년 11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 1990년 1월 1일 소화물 취급 중지

 

- 1997년 6월 1일 화산역 관리역으로 지정

 

 

 

역풍경도 풍경이거니와 역사도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눈이 부시다고 해야할까.

 

 

마음이 정화된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정말이지 신녕역을 마주한 순간부터 마음의 정화는 물론이고, 스트레스도 눈녹듯 사라지는 듯했다.

 

 

 

 

 

 

언문일치라는 말을 빌리자면, 내외일치라는 말이 딱 들어맞다고 생각한다. 바깥도 아름답고, 안도 아름답다.

 

 

역사 내부도 오래된 기차역의 모습도 그대로 존재하고 있음은 물론, 화분도 색깔별로 배치되어 있으며, 인근 지역 학생들이 백일장 등지에서 만든 시를 액자로 고스란히 전시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신녕역이야말로 옛날 생각이 절로 나게 할 정도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신녕역을 답사하고자 했을 때 신녕역에서 발매한 승차권과 입장권을 소지하고 싶어 다소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도 신녕역에서 승차권 발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역직원에게 되돌아갈 열차의 승차권을 구매한 뒤 소수의 입장권도 같이 발권했다.

 

 

과거에 다른 철덕들의 신녕역 답사기를 보면 신녕역에도 무궁화호가 4왕복까지 존재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국 알음알음 감편이 되어 현재는 무궁화호 2왕복만이 운행되고 있었다. 그래도 목적지가 청량리, 정동진, 동대구, 부전 등 실로 다양했다.

 

 

승차권과 입장권을 발매한 뒤 역직원에게 촬영 동의를 받아 시멘트를 탑재한 양회조차를 보내고 난 뒤 본격적으로 플랫폼에 가서 촬영에 임하게 되었다.

 

 

 

 

 

 

역사와 역의 표지판까지 옛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신녕역이야말로 마음도 정화하며, 철도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역사 곳곳이 아기자기함은 물론, 마음 편히 감상에 빠져들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역사는 옛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건만, 정작 플랫폼에는 역명판을 비롯한 각종 표식들은 코레일의 신CI 형식에 맞춰져 있다.

 

 

사진을 어느 정도 찍고, 역직원과 역과 관련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역직원에게 양회조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날은 양회화물이 있다고 한다. 열차 입환과 해방은 신녕역 직원들이 하고, 시멘트 사일로에서 작업은 시멘트업체 직원들이 한다고 한다. 양회화물이 있는 데다 신녕역을 보면 신녕역이 취약지대인터라 일근을 포함한 3조 2교대로 총 7명의 직원이 항시 근무하게 된다고 한다.

 

 

신녕역에서는 화물취급, 여객취급, 승차권발매, 운전취급을 하게 되는 데, 재밌는 사실은 화산역을 기점으로 영천역은 대구본부, 신녕역은 경북본부로 나누어진다는 점이다. 운전취급은 신녕역은 물론 무배치간이역인 인근 화산역을 포함한다고 한다. 승차권 발매의 경우 보통 인근 주민들이 KTX 승차권을 발매하는 목적으로 이용된다고 하며, 여객취급의 경우 정작 자차들이 있어서 인근 주민들의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 이용은 뜸한 편이라고 하니 신녕역도 여느 시골역과 처지가 다르지 않은 듯 해보였다.

 

 

사실, 신녕역도 중앙선 복선화가 되는 데로 폐역의 운명을 받아들게 되는데, 이는 신녕역을 비롯해 탑리역과 화본역의 운명도 신녕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중앙선 복선화는 대략 2020년을 전후로 될 것으로 보이는 데, 빨라짐과 동시에 추억은 추억으로 남게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알게 되는 거 같아 한편으론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주차장 방향 역사의 모습도 기대를 만족시켜준다. 신녕역을 다녀온 건 개인적으로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며, 다시 한번 신녕역에 오고 싶다는 생각이다. 많은 역들은 아니지만, 나중에 몇 번 더 오고 싶은 역이 바로 신녕역이었다.

 

 

 

 

 

 

청량리 기점 327.6㎞. 그만큼 신녕역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역이며, 우리나라의 영토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큼 크다는 걸 실감하게 된 날이기도 하다. 역직원이 열차가 곧 들어온다며, 안내해주기 시작한다.

 

 

힘든 만큼 커다란 보상은 물론이며, 오감을 만족시켜주며,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켰던 역은 신녕역이 내겐 유일했다.

 

 

내게 남겨진 신녕역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중앙선 복선화가 되기 전 신녕역을 꼭 다시 찾아 날씨 따뜻한 봄기운 가득한 신녕역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

 

 

 

 

 

 

1월 15일은 서경주역과 신녕역, 그리고 동화역을 한꺼번에 다녀온 날이기도 하다.

 

사실, 서경주역과 신녕역, 화본역과 탑리역, 그리고 건천역, 안강역과 불국사역까지 마음에 두고 있었으나 일정상으로도 빠듯했고, 시간이 되지가 않았다. 결국, 일정을 짜면서 서경주역, 신녕역, 동화역으로 오는 게 시간상으로 맞아떨어졌다.

 

서경주역을 먼저 다녀왔으니 서경주역부터 풀어나가기로 한다.

 

서경주역은 어떤 면에서 보면 이전에 포스팅했던 동백산역과 처지가 비슷한 존재였다.

 

( 동백산역 포스팅 참조 - http://flytoazuresky.tistory.com/658 )

 

서경주역의 역사와 이력을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 서경주역의 역사

 

- 1992년 11월 1일 금장신호장으로 영업 개시

 

- 1993년 5월 1일 여객 취급 개시

 

- 1995년 8월 10일 보통역으로 승격. 금장신호장 → 금장역

 

- 2009년 1월 1일 금장역에서 서경주역으로 역명 변경

 

- 2010년 4월 1일 서울역 ↔ 포항역 간 새마을호 정차 개시

 

- 2015년 4월 2일 서울역 ↔ 포항역 간 새마을호가 운행 종료

 

 

 

동백산역처럼 주목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가 점차적으로 역의 규모가 커진 셈이다. 동백산역과의 차이가 있다면 서경주역은 지금도 여객수요가 활발하다는 점, 동백산역처럼 새로 이설되거나 역사를 새로 건설한 건 아니란 차이점이 있다. 다만, 서경주역도 추후 동해선과 중앙선의 복선전철화가 완료되는 시점에 나원역과 통합될 예정이며 역사도 새로운 곳으로 이전한다고 한다. 물론, 서경주역 분기하던 삼각선의 존재도 건천역으로 동시에 이전하게 될 것이다.

 

 

 

 

동이 트는 아침에 기차역을 다녀오는 것도 처음인 것만 같다. 동이 틀 무렵이라 그런지 새벽의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다. 서경주역도 과거 역사의 트렌드라고 불리는 凸로 불리는 형태를 띄고 있었다. 과거에 욕설로 널리 알려졌다면 이런 식으로 건설하지는 않았을까 싶다.

 

 

한편, 서경주역은 다소 특이한 형태를 띄고 있는 역 중에 하나인데, 역간판이 역사 정중앙이 아닌 역사의 측면에 위치하고 있는 점이 특이사항이기도 하다.

 

 

 

 

역 주변으론 아파트단지가 밀집되어 있는 데다가 주변 도로와 아파트단지로 가는 길이 이어져 있다. 주변 주민들 입장에서 출퇴근이나 기타 용무를 목적으로 역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 날 이른 새벽인데도 통근을 목적으로 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제법 됐다.

 

 

 

 

삼각선이 분기하는 데다 주변에 배후 수요가 존재하고 있기에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대구선을 경유하는 기차들이 정차하며 여객수요에 맞춰 열차편도 빈도있게 존재하고 있었다. 

 

 

 

 

서경주역의 역사 내외부가 참으로 아기자기했다.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민속 도구들을 진열해놓고 있으며 역사 밖에서는 다양한 돌탑이 쌓여있었다. 역직원들의 손길과 정성이 들어가 있다고 해야 할까?

 

 

특히, 서경주역에 쌓여있는 돌탑을 보며, 사람의 인생도 마치 돌탑을 쌓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기초 공사를 탄탄히 해야하는 것부터 제일 밑에서 쌓을 때는 주어진 기회가 많지만, 돌탑을 점점 쌓아가다 보면, 점점 신중해져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또한, 기초 공사를 잘못하면 돌탑을 쌓아나갈 때 난처해진다는 점을 비추어보면, 돌탑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과 제법 흡사한 구석을 지니고 있다.

 

 

이 날이 겨울이라 그렇지 아마 봄이나 여름에 왔으면 돌탑과 주변에 식재된 나무들이 어우러져 보다 생기있는 풍경을 연출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사실, 대략 10여 년 전에만 해도, 겨울철에 미세먼지라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봄철에 황사가 있어서 일정 기간동안만 잘 넘어가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요즘 들어 황사는 물론이고, 미세먼지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계절과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이제는 미세먼지가 하나의 일상이 된 탓에 미세먼지도 둔감해지는가 보다. 미세먼지가 있으면 그냥 심드렁해진다.

 

 

 

 

미세먼지가 사람이나 동물의 호흡기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세먼지가 아침에 동이 틀 무렵과 잘 어우러진 탓인지 이 날 찍은 사진치고는 꽤 퀄리티있게 나왔다고 자부한다.  

 

보기에 따라서 안개가 꼈다고 해도 믿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제는 미세먼지도 우리의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걸맞게 적응해나가야 할 듯 싶다. 그래도 미세먼지가 단점만 있는 건 아닌지 인생사 새옹지마란 말이 절로 생각난다. 

 

 

 

 

역명판에 경주방면으로 안강ㆍ경주가 병기되어 있다. 즉, 서경주역은 금장삼각선의 분기점이므로 그만큼 운전취급상 중요한 역임을 역명판을 통해 웅변하고 있었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 서경주역의 주차장 방향으로 역사 사진을 찍고, 이것으로 부족했던 관계로 다양한 구도로 사진을 찍어 파노라마 사진도 남기게 되었다. 

 

사실, 찍고 나서도 구도가 좋지 않았던 탓에 고개를 기웃거렸는데, 예상이 현실화됐는지 파노라마 사진도 만족스럽다고 하기에는 애매모호하다. 역시 한번에 모든 것을 다 가져가려고 하기 보다는 때로는 호흡을 좀 더 길게 가지고 가야할 일이 늘 존재하는 게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역 포스팅을 정말 오랜만에 하는 것 같다. 워낙 바쁘기도 빠쁘다는 이유로 숨 돌릴 틈이 없이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래서일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가끔 기차를 타고,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자리잡고 있다.

 

새해 첫 날 무작정 떠났던 곳 중에 하나가 바로 동백산역이었다.

 

사실, 동백산역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곳이었다.

 

 

○ 동백산역의 역사

 

- 1975년 2월 1일 태백신호장으로 영업 개시

 

- 1984년 12월 1일 동백산역으로 역명 변경

 

- 1988년 12월 15일 보통역으로 승격 및 화물취급 지정

 

- 2007년 6월 1일 여객취급 중지

 

- 2009년 10월 31일 화물취급 중지

 

- 2009년 11월 24일 솔안터널 공사에 따른 임시역사로 역무 이전

 

- 2012년 6월 27일 솔안터널 개통과 동시에 신 역사에서 여객취급 개시, 태백선측의 동백산을 분기로 격하

 

- 2017년 6월 7일 승차권 창구발매에서 승차권 차내취급으로 전환

 

 

동백산역의 역사를 보듯 포스팅을 작성하는 지금에서 보듯 동백산역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원조 "태백"역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가 황지역에게 "태백"이라는 상징을 가진 이름을 뺐긴 데다 여객영업의 취급과 중지를 반복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역사도 수차례 이전한 어찌보면 파란만장한 존재야말로 동백산역이 증명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동백산역은 하나의 승리자(?)이기도 했는 데, 나한정, 흥전, 심포리, 통리역이 솔안터널의 개통됨에 따라 여객취급과 동시에 승차권 발매역으로 지정되며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동백산역에 도착하자마자 플랫폼에 발을 디뎠을 때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영동선에 있는 역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내뿜었기 때문이다. 역명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역사 분위기며 모든 것이 내가 알고 있던 영동선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93이라는 숫자가 둘러보다 나타났는 데, 영주역을 기점으로 동백산역이 93㎢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 날 동백산역에서 내린 사람은 본인 단 한 사람뿐. 내가 내릴 때 탑승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여객전무는 주변을 둘러보다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무궁화호와 함께 목적지인 부전역으로 떠났다. 

 

영동선에서 다소 보기 힘든 달대식 역명판부터 새롭게 지어진 역사답게 꽤 세련됨을 가진 동백산역이었지만, 내린 순간부터 이질감에다가 스산한 기운만 잔뜩 느끼고 있었다. 새해 첫날부터 왠지 모를 상념에 잠겨있었다고 해야할까...

 

한편, 한보에너지라는 푯말이 뭔가 눈에 낯익었다. 모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한 "태양의 후예"란 드라마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물론, 태양의 후예란 드라마를 시청하지는 않았는데, 워낙 유명했던 배우들이 출연했던 터라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지금은 영화 촬영지로 알려지며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곳이라고 한다.

 

 

 

 

 

역사 내부도 깨끗했다. 새로 지은 역답게 환경은 확실히 깔끔해서 보기 좋았다. 다만, 스쳐 지나가는 곳이라 그런지 몰라도 과거 통리역과 비교해볼 때 체면이 영 말이 아니었다. 통리역은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제법 됐던 데다 대한민국에서는 보기 드문 "스위치백"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역이었기에 덕후들에게도 뭔가 인기가 있고 특색있는 역이었던데 반해 동백산역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정동진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는 어떤 나이지긋하신 분 한분뿐이었다. 

 

동백산역과 함께한 운명인 솔안터널의 개통은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우선, 확실히 편해졌다. 스위치백이 철도원들에게 있어 위험한 방식이기도 한 데다가 시간도 많이 잡아먹기에 시간에 쫓기는 이들에게 원성을 들을 수도 있는 존재였다.

 

시간도 단축되었다. 솔안터널로 삼척 도계역에서 태백의 첫 관문인 통리역 시절보다 현재 동백산역으로 바뀐 시점이 더욱 가까워졌다. 그만큼 현재 트렌드에 맞게 바뀌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다만, 스위치백이 사라지며 감성이 뭔가 메말라감을 느낀다. 실제로 스위치백이 없어진다고 할 때 굳이 철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기회를 만들어 이용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존재였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통리역과 달리 사람들에게 멀어지며 스쳐 지나가는 존재가 되면서 철도에서 정의하고 있는 역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역의 차이가 크게 생겼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동백산역의 창구로 가서 가고자 했던 목적지의 승차권을 구매하고, 입장권도 몇 장 발권했다. 물론, 이때 내가 발권한 승차권과 입장권이 어엿한 가치를 지니게 될 줄이라곤 꿈에도 몰랐다. 

 

 

 

 

과거 통리역 못지않게 주말열차를 제외하곤 나름 착실하게 운행되고 있었다.

 

 

 

 

역사밖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롭게 단장한 역답게 깔끔함과는 달리 스산한 기운만 느껴질 정도로 크게 대비되었다. 택시승차장에는 택시기사들이 기약없이 사람들만 기다릴 뿐이었다. 

 

 

 

 

역의 특성상 동백산역은 사람들에게 운동을 요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맞이방으로 갈 때도 걸어 올라가는 것을 권하고 있으며, 플랫폼으로 갈 때도 걸어 올라가는 것을 권하고 있었다.

 

다만, 역사는 뭔가 판에 박힌 역사들과는 달리 지어졌다는 점은 칭찬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표지판이 빼꼼히 동백산역임을 알려주고 있으나 동백산역이먈로 스쳐 지나가는 존재인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스쳐 지나가는 존재일지라도 뭔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보다 발전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게 속마음이다. 무관심만큼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도 없을테니까.

 

 

 

 

세련됨과 스산함이라는 다소 모순적인 모습을 보며 돌아오는 시간 동안 쓸데없는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아깝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맞이방에서 기다리시던 어떤 나이지긋하신 분과 함께 뛰어오던 어떤 아주머니와 같이 기차를 이용했던 터라 이전보다는 분명 큰 발전이 있었다. 또한, 이 날 영동선에서 보기 힘든 새마을호를 보게 되었는데 이 새마을호는 다음달로 미루기로 한다.

 

 

이 날 동백산역의 매표창구에서 발권한 승차권과 입장권이 하나의 전설이 될지는 앞서 말한 것처럼 꿈에도 몰랐다. 내가 발권한지 불과 6달 뒤에 승차권 차내취급역으로 전환되면서 더이상 발매역에 동백산역으로 찍힐 수가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새마을호도 보고, 발권할 수 없는 승차권과 입장권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