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당신의 자리 - 장항선 청소역 (2016. 9. 25)
청소역은 한 방송사의 추석 특집 단막극이었던 "아버지 당신의 자리"로 널리 알려진 역이다.
꼭 "아버지 당신의 자리"의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청소역은 장항선의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한국철도의 숨겨진 또다른 보물로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역이다.
○ 청소역의 역사
- 1929년 12월 1일 진죽역(眞竹驛)으로 배치간이역으로 영업 개시
- 1958년 9월 1일 보통역으로 승격
- 1961년 3월 12일 현 역사 착공
- 1961년 11월 9일 현 역사 준공
- 1988년 12월 1일 진죽역에서 청소역으로 역명 변경
- 1990년 1월 1일 소화물취급 중지
- 2006년 12월 4일 청소역사 등록문화재 305호로 지정
- 2013년 8월 1일 승차권 차내취급역으로 전환
청소역은 청소역의 역사처럼 청소역의 탄생부터 존재, 그리고 역사(驛舍)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역사(曆史) 자체라 하겠다.
이날 청소역의 답사는 정말 만족 그 이상이었는데, 뒤이어 사진으로 나오게 되겠지만, 청소역의 역사(驛舍), 청소역 맞이방 내부에 있는 애드몬슨 승차권, 청소역 주변 마을과 건널목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거기에 이날 내 마음을 알아준 것처럼 청소역에서 찍었던 사진들도 내 마음속에 쏙 들었다. 다시 말해, 옛 세월의 흔적, 그리고 장항선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역이 바로 청소역이었다.
이렇듯 청소역은 장항선의 보물이자 장항선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조화란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청소역은 옛 모습을 가지런히 간직하고 있는 마을과 자연스롭게 또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었다.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야말로 이상적일 것이고, 청소역은 이에 가장 부합하는 역이 아닌가 싶다.
비록 옛 모습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시대적 흐름에도 거스르지 않는다.
조화란 말이 바로 청소역을 함축하는 하나의 단어라 할 수 있다.
청소역은 2006년 12월 4일 문화재청으로부터 역사적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청소역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역이자 1929년에 개업하여 장항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로서 살아 숨 쉬고 있고, 비록 근미래에 복선전철화가 되어 영업상 폐역이 될지라도 묵묵히 내색없는 아버지와 같은 든든한 존재로서 때론 장항선의 산증인으로서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다.
청소역이 위치한 보령시의 상징인 머드를 형상화한 캐릭터를 곁들여 청소역에 대한 기본지식과 설명을 통해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청소역의 역간판부터 출입문 안내판까지 과거 철도청 시절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역사 광장앞 음식점과 매점, 그리고 택시승강장까지 청소역이 전해주는 모습 하나 하나가 그야말로 정겹다. 삭막하고 지친 일상속 청소역에서 정겨움을 만끽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야말로 역사 속으로 추억 속으로 사라진 에드몬슨 승차권이 액자에 담겨 있어 청소역의 가치를 더욱 빛내주고 있었다. 쉽게 접하기 힘든 검표가위, 전호깃발, 집표도장도 청소역의 알림판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다른 블로거의 답사기를 통해 파악한 바 있었는데 아쉽게도 없었다. 마침 역 구내를 순찰하던 역직원에게 영문을 물어보니 잘 모르겠지만, 분실 및 도난 등의 이유로 치우지 않았을까란 의견을 말해주었는데, 현재 승차권 차내취급역으로 전환된 청소역의 상황을 볼 때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표가위, 전호깃발, 집표도장이 있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에드몬슨 승차권과 운치 있는 긴 벤치, 역사 곳곳에 남아있는 세월의 자취만해도 청소역은 장항선의 철도박물관이라 칭할만 하다.
청소역 내부에는 보령시의 명소인 대천해수욕장, 무창포해수욕장, 오천항, 오서산 등의 사진들이 걸려있어 청소역뿐만 아니라 보령시의 여행지를 사람들에게 적극 권하고 있는 듯 했다.
2013년 8월 1일 청소역이 승차권 차내취급역으로 전환되고 말았다. 역 운영 개선 및 경영효율화가 목적이라곤 하나 그래도 내심 섭섭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결국 청소역은 승차권 차내취급역으로 전환되면서 역직원들이 3조 2교대로 운전취급만 담당하고 있다. 인접역인 광천역과 대천역에서 승차권을 예매할 것으로 안내하고 있으나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마을의 특성상 꽤 불편함을 느낄 듯 싶다. 그래도 무인화의 칼날을 피해갔으니 다행이라는 현실에 안도해야하는 상황이니 웃프다는 게 바로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역 운영 개선 및 경영효율화의 어두운 단면을 나타내주는 듯해서 씁쓸함만 느끼게 되었다.
매표창구에서 승차권 예발매를 취급했다면 더욱 정겨웠을 상상을 마음속에 넣어둔다. 매표창구 옆에는 열차시간표와 여객운임표가 액자로 조촐하게 담겨있었다.
얼핏보면 청소역을 무인역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래도 청소역은 엄연히 역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보통역이다.
바로 위에 있는 사진이야말로 이날 청소역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청소역에서는 전철화가 되어 있지 않아 다소 거추장스러워 보일 수 있는 전선들이 보이지 않아 사진을 담기가 한결 수월했다. 미세먼지가 아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자연은 처음에 모든 것을 내주지 않는가보다. 사실, 처음에 모든 것을 다 알아버리면, 그것만큼 재미없는 게 어디 있을까?
다음에 청소역을 들렀을 때를 상상해보며 청소역을 꼭 한번 다시 들리기로 다짐을 해본다.
광천역 방면으로 놓여진 승강장 위의 가로등이 더욱 청소역의 정겨움을 배가시켜주는 듯했다. 다음에 청소역에 올 때는 가로등을 벗삼아 기차와 사람이 조화되는 사진을 담기로 다짐해본다.
과거 화물을 취급했던 화물승강장 위에는 선로와 이름 모를 벽돌들이 놓여있었다. 그간 사용하지 않았는지 듬성듬성 잡초들이 자라나 있었다.
청소역의 역명판만큼은 시대를 앞서간다. 현재 코레일 CI체계로 개편된 역명판을 채용하고 있었다. 미세먼지로 가려졌지만, 청소역에서는 오서산을 바라볼 수가 있다. 청소역에서 오서산의 사시사철을 담아보고 싶은 욕구가 요동친다. 오서산의 봄여름가을겨울이 사뭇 궁금해진다.
산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정겨운 마을, 철도박물관에서나 볼만한 철도의 소중한 유산들이 시골역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청소역이야말로 가장 조화롭고 이상적인 시골역이 아닐까 싶다. 물론, 청소역이 지닌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환산불가일 것이고.
웅천역으로 떠나는 열차시간이 다가오면서 청소역의 역사 전경과 청소역 주변 마을을 사진에 담아보기로 했다. 청라, 대천 시내방면으로 가는 도로와 마을,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역사로 숨쉬고 있는 청소역의 역사 전경을 각각 플랫폼과 광장방향으로 담아본다.
청소역에서 담았던 사진 하나 하나가 포스팅하는 지금 새롭게 내 마음속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청소역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더불어 청소역에서 보고 담았던 사진들이 내가 기대한 이상이라 정말 만족 그 이상이었다.
청소역의 진정한 마지막 하이라이트! 청소역에서만 볼 수 있는 무궁화호의 교행이다. 청소역을 떠나 웅천역으로 가기 전 운전취급을 보던 역직원이 역무실에서 나와 사람들에게 열차가 들어오니 조속히 플랫폼으로 갈 것을 재촉했는데, 바로 청소역에서만 볼 수 있는 무궁화호의 교행때문이다. 용산행 무궁화호 1558과 익산행 무궁화호 1557이 열차 다이아상 교행하는 관계로 청소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마치 내게 다음에 또 오라는 당부와 더불어 청소역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주는 소중한 선물과 같았다.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을 내 눈으로본 게 믿기지 않았다. 이 날 청소역의 답사는 100점 만점에 10,000점이다.
결국 시간이 되어 청소역에 더 있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한 채 나는 웅천역으로 가는 무궁화호에 몸을 실는다.
오래전 추석때 단막극으로 유명 방송사에서 방영된 「아버지 당신의 자리」의 아름다운 글귀와 더불어 이날 청소역에 다녀온 소중한 추억을 바탕으로 다음번 청소역을 방문했을 때 청소역의 숨겨진 참모습을 만끽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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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당신의 자리
장항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청소역은
광천역과 대천역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간이역이다.
번화한 두 역사와는 달리 이제는 간간히 오가는 햇볕과 바람만이
숨을 고르고 가는 쇠락한 간이역으로 남아있다.
70여 년의 장구한 세월을 간신히 버티고 있는 듯, 초록의 기와는 하늘을 얹고는
그저 쓸쓸하다.
한때는 많은 이들이 오고갔을 역.
시대는 변하는데 변하지 못하는 간이역은 하나 둘, 폐역이 되어간다.
기차는 지나건만 멈추어 주질 않는다. 아무도 찾아 주지 않아
있어도 있지 않은 존재.
늙어감도 그러한 것 같아 서럽다.
하루가 다르게 낡아가는 것처럼......
아무도 다가와주지 않는 고독.
쓸쓸함과 헛헛함을 그저 그러해야만 하는 듯 삭히며 짐 지고 가는 노인.
버림받고 있는 간이역처럼
자식에게 등 돌려진 자신도 閉驛(폐역)을 앞둔 그와 다르지 않다.
드라마는 쇠락한 청소역을 무대로 간이역과 인생을 함께한 노인의
상처 깊은 가족사를 통해
함께 견뎌내고 함께 건너가는 힘.
가족 간의 이해와 용서 그리고 사랑이
사람을 살아있는 것처럼 살아가게 해주는 힘 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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