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경상북도에서 강원도로 넘어오는 승차권이다.

 

 

희방사역을 지나면 죽령신호장이 나오는데 죽령신호장부터 본격적으로 경상북도를 지나 충청북도에 이르게 된다.

 

 

그 뒤로 단양, 제천을 지나 원주로 도착하는 경로인데, 이 구간이 산악 구간을 지나는 탓에 경치가 꽤 좋은 축에 속한다.

 

 

여기에 도담역 등지에는 화물취급이 활발한 역이라 중앙선을 타면 산업철도와 산악철도의 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희방사도 그렇고, 반곡도 그렇고, 역으로써 기능이 얼마 남지 않은 탓에 다시 한번 꼭 찾아갈 예정이다.

시간과 장소의 착오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지막이 되니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를 거쳐, 충청북도를 지나 어느덧 강원도에 있는 반곡역으로 오게 되었다.

 

 

동대구역에서 새벽 6시에 출발해서 오후 5시 20분 무렵에 반곡역으로 도착했으니 장장 11시간이 넘게 걸린 거리였다. 대략 반나절이 걸릴만큼 솔직히 몸은 좀 고됐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지게 된다. 또, 하루 푹자고 나면 왠지 모를 성취감, 카메라에 담겨진 사진, 그간 수집했던 기념품들이 남아있지 않은가.

 

 

어떤 객차가 걸릴지 모르는 무궁화호만의 묘미에 내가 살고 있는 곳과는 전혀 다른 환경을 접하는 여행의 묘미가 있어서 기차역 답사와 여행이 주는 중독성을 끊지 못한다고 하겠다.

 

 

 

 

 

 

 

 

 

 

청량리 기점 117.6㎞. 이리로 멀었던가. 참 먼 길을 기차를 타고 지나온 것 같다. 무려 광역자치단체 3곳을 지나왔다는 생각에 스스로 놀랄 뿐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는 무수히 많은 기차역들이 있을 것이고, 그만큼 가볼만한 곳도 많다고 생각한다.

 

 

 

 

 

 

 

 

 

 

○ 반곡역의 역사

 

 

- 1941년 7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 1974년 3월 15일  소화물 취급 중지

 

 

- 1976년 7월 10일  화물 취급 중지

 

 

- 2005년 4월 15일  대한민국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165호로 지정

 

 

- 2007년 6월 1일  여객 취급 중지

 

 

- 2014년 8월 18일  여객 취급 및 승차권 발매 개시, 일 상하행 2왕복(4편도) 열차 정차

 

 

- 2016년 1월 1일  일 상하행 4왕복(8편도) 열차 정차

 

 

 

 

 

1941년에 영업을 시작했으니 오랜 시간을 견뎌온 역이라 하겠다. 그만큼 오랜 풍파를 견디며 지금에 이렀으니 반곡역도 여느 역들 못지않게 내공이 크게 다져진 역으로 칭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흘러온 시간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강원혁신도시의 선정이 있기 전까지 도시 교외지역에 위치한 기차역이었던 탓에 오랜 역사와 대비되어 그다지 사람들에게 그다지 주목받던 역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리고, 오래 전에 화물취급이 중지가 되었고, 이력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승차권 발매도 중단한 듯 싶었다. 

 

 

물론, 2004년 무렵 모 공중파방송의 "곰스크로 가는 기차"라는 드라마의 촬영장소로 등장하며 빼어난 영상미를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오랜 역사와 빼어난 경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로 인정받기는 했지만, 위치가 위치였던 터라 여객수입이 저조함을 면치 못했고, 결국 2007년 무렵 여객취급이 중지되어 중앙선을 지나가는 모든 여객열차가 통과되는 비운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원주 반곡지역이 강원혁신도시로 선정되면서 주변 논밭과 민가가 철거되고, 재개발되면서 여러 공공기관이 입주하고, 역의 주변 환경이 크게 변화하게 되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2014년부터 여객영업을 재개되고, 승차권 발매창구도 다시 운영하게 되면서 그간 지니고 있던 명성과 맞물려 사람들에게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또한, 2016년부터는 여객열차의 운행편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전보다 찾아오기가 더 수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정말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무더웠던 여름을 지나 계절의 여왕인 깊어진 가을답게 오후 5시가 지나자 강렬한 노을이 주변에 자리잡고 있었다. 태양이 저물 무렵 강렬한 노을을 선사해주는 가을의 모습에 몇 번이고 반하고 반할 뿐이었다.

 

 

노을과 각종 초록색의 나무들이 어우리지는 풍경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던 여독이 잠시나마 물러가는 듯 싶다. 가을이라는 계절, 태양이라는 자연 현상, 그리고 오래된 기차역이 조화되는 모습이 말 그대로 판타스틱이었다.

 

 

자기 고백을 좀 하자면, 평소에는 무덤덤했던 탓에 해가 뜨면 뜨고, 해가 지면 지나보다 했다. 그만큼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자연 현상이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진을 다시 보고 나니까 아침에 태양이 솟아오를 때와 오후가 다 되어 노을이 질 무렵이 태양의 아름다움을 선사해주는 것을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항상 사람들이 시작과 끝이 좋아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하곤 하는데, 태양이라는 자연 현상이 이러한 말에 가장 잘 부합하는 존재라는 걸 오늘에서야 아는 것 같아 쑥스럽기만 하다.

 

 

 

 

 

 

 

 

 

 

그토록 고대하던 반곡역의 광장 방향 역사가 눈에 들어왔다. 기차에서 내렸을 때 타는 사람은 없었지만, 사진처럼 몬트하임역이 선사해주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아버지와 아들이,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역 주변을 거닐고 있었다.

 

 

기차역으로써가 아니라 마치 사람들이 하나의 문화공간, 미술관 같은 갤러리에 있는 것처럼 빼어난 경관을 감상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랬다.

 

 

 

 

 

 

 

 

 

 

과거에는 그림만 주로 걸려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한국화를 비롯한 그림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의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또한, 천장에는 모빌이라 불리는 흔들깨비가 걸려있었다. 내가 기차역에 온 것이 아닌 하나의 미술관 같은 갤러리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갤러리에 왔다는 생각이 들만큼 역이라는 주제를 넘어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고 봐도 된다.

 

 

특히, 역사 내부에 걸려있는 사진들이 대강 찍은 게 아니라 인물이나 풍경의 특색을 잘 살린 이른바 퀄리티 있는 사진들이라 하겠다. 아마 폰시게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사진보다가 시간가는지 몰랐을 것이다.

 

 

이처럼 각각의 특색을 지닌 문화공간으로 불릴만한 기차역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혁신도시가 새롭게 탄생하면서 다시금 운영을 재개한 매표창구이다. 현재 위치한 매표창구의 왼쪽을 보면, 액자가 걸려있던 곳이 과거 매표창구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매표창구가 과거 다사다난했던 반곡역의 시간을 보여주는 흔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시간의 흔적도 같이 지니고 있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는데, 마침 역사 외부에 그동안의 시간 흐름이 액자로 담겨 전시되어 있었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으로 안에만 꾸민 게 아니라 바깥에도 갤러리라는 주제에 부합하게 정감있게 꾸며놓았다.

 

 

굳이 기차를 타지 않더라도 주변의 경치를 즐기는 것도 좋고, 주변에서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 듯 싶었다. 머리아픈 생각들이 꽉 차 있을 때 역 주변을 거닐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봄에 벚꽃 필 무렵, 반곡역에 있는 벚나무가 빼어난 경치를 뽐내면서 봄의 몬트하임역이라는 환상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내년 봄에 벚꽃이 피는 몬트하임역을 그리며 꼭 반곡역을 다시 찾으리라 스스로 약속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봄의 모습을 기대했었다. 이전부터 봄에 오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오지 못했다. 반곡역을 접하면서 독일인 작가 프리츠 오르트만이 쓴 소설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같이 접하게 되었다.

 

 

여기서 이런 문장이 나온다.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 걸 포기했고 여기 이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 부인과 아이와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을 얻었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지요.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이곳에서 정차했던 바로 그때 당신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처럼 선택한 것이지요."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 의미없는 삶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 만족하게 되었어요."

 

 

 

마치 나를 두고 하는 의미심장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연말에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책으로 꼭 접해보리라 다짐에 다짐을 한다.

 

 

못본 건 아쉽지만, 가을 단풍이 울긋불긋 열린 가을 벚나무가 있는 반곡역 갤러리의 아름다움도 봄에 비해 전혀 손색없다.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봄은 곧 올 것이고, 봄의 몬트하임역은 더욱 완숙한 모습으로 내게 또 찾아오는 다른 이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내줄 것이다. 

 

 

지금 보다 더 좋은 희망과 기회를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묘미이며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반곡역의 능곡지변을 불러일으켰던 바로 혁신도시의 모습이다. 말 그대로 논밭과 민가 몇 채가 있던 곳이 몇 년 사이에 이처럼 모든 게 변했다.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원주의 인구가 강원도 최초로 30만이 넘었으며, 반곡역의 위치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한편, 일몰시간에 가까워지자 서쪽 하늘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한다.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 태양 아래로 혁신도시와 주변 도시의 풍경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마지막이 그렇듯, 역사 사진으로 마무리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반곡역에 그리고 곰스크로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곡역에 온 것도 내가 선택한 것이요, 봄이 아닌 가을이라는 시간을 선택한 것도 오롯이 내 자신의 몫이었다. 혹자는 운명은 정해져있다고 한다. 물론, 그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가는 방향과 시간의 물길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선택할 때가 많을 뿐만 아니라 꼭 내가 선택하지 않더라도 받아들이는 존재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가 선택한 방향이며, 내가 선택한 만큼 값진 일이다.

 

 

올 연말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타고, 내년 봄 벚꽃이 만개한 몬트하임역을 꿈꾸며 힘차게 살아가고자 한다. 

 

 

 

"곰스크!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 수도 없는 이 도시는 어린 시절부터 주인공이 꿈꾸던 이상의 도시였다."

 

 

 

 

 

 

 

 

 

 

화본 ↔ 신녕에 이어 이것도 소장하기 위한 승차권 중에 하나이다.

 

 

소장하기 위한 승차권이라지만, 이미 무궁화호 1672 열차를 통해 화본 ↔ 탑리간 구간을 승차한 적이 있다.

 

 

이때 경험을 설명해보자면, 동대구역을 출발했을 때 어슴푸레 태양이 솟아오르기 시작해 황홀한 풍경을 자아냈다. 그러다가 하양을 지나자 어느덧 시골의 풍경을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특히 화본에서 탑리로 갈 때 그 풍경이 가장 좋았던 기억이다.

 

 

화본에서 탑리로 향할 무렵,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속에 이슬이 맺히는 풍경이 연출됐다. 가을녘 시골의 아침이란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가을이야말로 계절의 요정이라는 말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가 보다.

 

 

지금도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지 못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화본에서 신녕까지 가는 무궁화호 승차권은 개인적으로 소장하기 위해 발권한 승차권이다.

 

 

차후 포스팅에 올라오겠지만, 화본에서 탑리까지 가는 무궁화호 승차권도 화본역의 매표창구에서 같이 발권했다.

 

 

물론, 소장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동안 화본, 신녕, 탑리에서 각각 소장하기 위한 승차권을 발권한 이유는 간단하다. 중앙선의 복선전철화가 완료되는 시점에 모두 폐역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도 남고, 결과적으로 해당 역에서 발권한 승차권, 입장권도 기록으로 사진과 같이 남게 되는 것이다.

 

 

 

 

 

청량리에서 부전 구간을 운행하는 소위 말하는 근성열차 중 하나.

 

 

무궁화호 1622 열차도 영주역을 기점으로 전철화가 안된 탓에 영주역에서 전기기관차와 디젤기관차를 교체한다.

 

 

즉, 영주 이북으로는 전기기관차, 영주 이남으로는 디젤기관차가 객차들을 끌고 간다. 물론, 기관차가 교체되기에 발전차는 필수. 심야 단전시간때는 당연히 디젤기관차가 모든 구간을 운행하게 된다.

 

 

올해 초 서경주, 신녕, 동화를 다녀올 당시에는 객차 안에서 기관차가 교체되는 것을 경험한 반면, 이번 탑리, 화본, 희방사, 반곡을 다녀올 때는 플랫폼에서 기관차가 교체되는 것을 생생하게 하게 되었다.

 

 

자연에 보다 가까운 풍경을 경험하는 것도 기관차 교체를 경험하는 것도 불편함을 넘어 중앙선에서만 볼 수 있는 하나의 특권이라 생각한다.

 

  

본래 여행이란 계획없이 떠나는 게 진정한 여행이라지만, 그래도 계획을 잘 잡아두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희방사역의 답사가 딱 그랬다.

 

 

영주역에 도착했을 때 식사를 마치고, 시간만 잘 잡았으면, 북영주신호소나 풍기역까지 답사를 마무리할 수가 있었는데, 시간과 장소를 잘못 인식하고 있던 탓에 결국 북영주신호소와 풍기역의 답사가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 날 시간과 장소만 잘 확인해뒀어도 두 번 수고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희방사역에서 시간상 입장권을 발매하지 못한 탓에 다시 한번 다녀오기도 해야 하고, 희방사역의 열차 사진 포인트도 확인했던 터라 안타깝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교훈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걸로 한번 씁쓸한 마음을 위안삼아 본다.

 

 

시간과 경로를 확인한 데다가 길도 한번 다녀왔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고 자부한다. 내년초 열차시간표가 개정됨에 따라 경북선의 편수가 확대됨에 따라 옥산역까지 시간을 잘 짜서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다.

 

 

 

 

 

 

 

 

 

 

영주시내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지 30분에서 40분 정도를 달려 희방교차로가 있는 수철정류장에 도착한다. 물론, 지나갈 때 풍기역을 거쳐서 지나갔다. 풍기역까지 대략 20분 정도가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철정류장에서 걸어서 내려오자 사과밭이 눈에 들어왔다. 대구, 경북지역이 사과가 유명하다고 알려진 것처럼 영주에서도 사과가 재배되고 있던 것이다. 요즘은 지구온난화 탓에 사과가 경북지역에서 북상하여 강원도 영월, 정선 등지에서도 재배된다고 한다. 그만큼 자연의 놀라운 힘 앞에 사람의 존재는 한없이 작아지는 듯하다.

 

 

 

 

 

 

 

 

 

 

희방사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사과밭을 등지고 보면 레미콘트럭이나 각종 공사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 있던 터라 중앙선 복선화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간 방문한 중앙선 연선에 위치한 역직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시기적으로 2020년에서 2022년을 전후로 중앙선 복선화 공사가 완료될 것으로 사료되는데, 아마 이 시점이 되면 희방사역도 폐역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중앙선 복선화를 통해 청량리에서 가는 철도교통이 보다 빨라지고 편해지겠지만, 보다 더욱 좋아지겠지만, 그래도 역주변의 풍경과는 모순되면서 언밸런스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두고, 기차를 탑승할 수 있을 때 탑승해야겠다는 생각이다.

 

 

 

 

 

  

 

 

 

 

5분 정도 걸어서 내려왔을까... 사진에서처럼 역 주변에 캐러번 캠핑카가 놓여있었다.

 

 

원래는 캐러번 캠핑카가 없었으나 지자체인 영주시측에서 예산을 들여 희방사역과 주변 마을 지역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캐러번 캠핑카가 있는 캠핑장을 설치했다고 한다. 역직원을 통해 알게 된 바로는 작년 여름 무렵에 들어왔다고 한다. 다른 분들이 다녀와서 올린 포스팅과는 달리 풍경이 확연히 변해있었다.

 

 

완연한 가을의 날씨이다. 가을의 기운이 계절 그대로 피부에 느껴진다. 꼭 담고 싶었던 사진이 바로 이 사진이다. 가을에 단풍이 한창일 때 희방사역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숲을 거닐며 기차에 탑승하기 위해 역에 가는 모습이 꽤 낭만적이지 않은가. 연인과 함께라면 더욱 더 좋을 것 같다. 꼭 가을이 아니더라도 봄에 벚꽃 필 무렵도 운치가 있을 것이므로 개인적으로 꽤 기대가 된다. 이 구도의 모습이 여행의 욕구를 자극했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조용히 혼자 자연을 거닐면서 기차역으로 가는 낭만은 바로 시골역에서만 느끼는 게 가능하다.

 

 

 

 

 

 

 

 

 

 

○ 희방사역의 역사

 

 

- 1942년 4월 1일  배치간이역으로 영업 개시

 

 

- 1951년 4월 11일  역사 신축 및 보통역으로 승격

 

 

- 1974년 3월 11일  소화물 취급 중지

 

 

- 1976년 7월 10일  화물 취급 중지

 

 

- 1988년 12월 12일  현재 역사 신축

 

 

- 1988년 12월 23일  전철화 개통

 

 

- 2009년 9월           역간판 및 역명판에 표시되는 역명을 소백산(희방사)역으로 변경

 

 

- 2016년 하반기       역간판 및 역명판에 표시되는 역명을 기존처럼 희방사역으로 재변경

 

 

- 2022년 무렵          중앙선 복선 전철화 구간이 완공되면 폐역될 예정

 

 

 

 

 

역간판과 역명판이 소백산과 희방사를 왔다갔다 했다지만, 코레일의 전산상으로나 각종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역명은 엄연히 "희방사역"이었다. 즉, 실제 역명과 역간판, 역명판에 쓰인 역명이 달랐던 역이었다는 것이다. 

 

 

희방사역을 둘러싸고 있는 소백산이 존재하기도 하고, 지차체인 영주시측에서도 관련 지역의 명칭을 소백산면으로 변경해 소백산으로 알리려고 했으나 소백산의 주요 봉우리가 영주시에만 있는 것이 아닌 단양군에도 엄연히 위치하고 있는 터라 결국 행정조정을 거친 끝에 희방사역은 순전히 희방사역으로 남게 되었고, 영주시도 관련 지역의 명칭도 소백산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볼 때 지역, 지명이라는 부분이 워낙 민감한 주제이기에 이런 문제일수록 지역간의 충분한 협의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한편, 작년 여름 캐러번 캠핑카만 설치된 게 아니라 역의 외관도 리모델링이 됐다고 한다. 이전에는 역의 외관이 밋밋하게 느껴졌는데, 대대적으로 주변을 개보수하면서 역사도 이전보다 깔끔하게 느껴진다. 사진에 잘 나와있지 않지만, 역사의 한켠에는 커피나 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조형물에는 영주 지역의 특산품인 풍기 인삼과 사과를 바탕으로 관광지 등이 친절히 소개되어 있었다. 역 한켠의 정자와 수돗가를 보며 마치 유명한 약수터가 떠오른다. 가을의 시원함을 느끼기에 제격인 듯 싶다.

 

 

역 주변의 마을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있었는데, 버드나무를 피해 빼꼼히 드러난 마을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포근함을 전해준다.

 

 

 

 

 

 

 

 

 

 

역사 내부도 한마디로 확 바뀌었다. 의자도 다른 블로그 등지에서 본 것과 달리 새롭게 도색이 된 것처럼 보이고, 매표창구는 물론이고, 시간표도 목재 우드 형태로 바뀌었다.

 

 

보통 역들을 다녀보면 역사 한켠에 형식적으로 느껴질 KTX의 사진 등이 걸려있는 게 많은 편인데, 희방사역에는 소백산과 희방사의 등산코스나 주변 지역 마을, 관광지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런 점이 눈에 띄면서 참신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역이란 주제를 넘어 주변을 소개하고, 주변의 관광지들을 소개하면서 보다 아우를 수 있는 컨텐츠 같은 것들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역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살릴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열차시간표를 보면 안동, 부전 방면은 오전에 두 편, 청량리, 원주 방면은 오후에 두 편, 총 상하행 2왕복 도합 4편도의 열차가 희방사역을 정차한다. 즉, 희방사와 소백산을 가고자 하는 등산객들을 겨냥한 시간표라 하겠다.

 

 

실제로도 아침에 일찍 출발해서 희방사와 소백산을 둘러보고, 오후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이용하면 꽤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희방사와 희방사역까지는 수철정류장쪽으로 나와 시내버스를 이용해야할 정도로 거리가 있긴 하다.

 

 

그만큼 희방사역의 여객취급 목적은 다른 역들과 달리 분명하다.

 

 

 

 

 

 

 

 

 

 

역 한켠에는 텃밭이 가꾸어져 있는데, 고추를 비롯 각종 채소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역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정성스레 가꾸는 것 같았는데, 사뭇 맛이 궁금하다.

 

 

 

 

 

 

 

 

 

 

청량리 기점 199.2㎞에 위치한다. 그만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많이 떨어져있음을 반증한다. 결코 우리나라는 작은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각각 단양, 풍기 방향 선로의 모습들이다. 단양 방향의 선로에 큰 교각이 나타나는 데 이는 중앙고속도로의 모습으로써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됨에 따라 도로교통이 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는 사진이 아닐까 싶다. 철도도 빨라진다고 하지만, 문전배달이 가능한 도로교통을 따라가기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단 한가지 선로의 모습이 완만한 곡선인데, 보기에 따라선 완만한 곡선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진다. 소백산의 품속에 있는 기차역답게 선로가 아릅답게 느껴지는 데 뒤이어 나오는 사진을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한편, 완연한 가을 날씨라 그런지 산속에서는 금방 해가 진다. 움직여서 다소 더워졌던 몸이 금새 서늘해진다. 그만큼 스산한 기분이 빨라진다고 해야할까. 사진에 나온 것보다 하늘이 금새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대리석이 분홍색으로 칠해진 나무를 받치고 있는 의자인데, 은은하면서도 균형감까지 갖춰서 편하게 열차를 기다릴 수 있게 해준다. 주변 풍경은 물론 기차역이란 소재에 맞게 적절하게 어울린다.

 

 

호기심에 한번 앉아봤는데, 기분탓일지는 모르지만, 편한 느낌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단양이 아닌 죽령이 나와야 하나 죽령이 신호장인 관계로 여객취급을 하는 단양이 바로 나오게 된다. 예전에는 죽령이 있었으나 단양으로 바뀐지는 오래다.

 

 

역 표식에서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선로 방향으로는 표식이 희방사(소백산)역으로 보다 정확히 적혀있으나 광장 방향으로는 소백산(희방사)로 표기되어 있었다. 그만큼 희방사역의 치열한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모습일 것이다.

 

 

물론, 선로 방향으로는 소백산을 괄호로나마 표기함으로써 희방사역도 소백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웅변해주는 듯 하다. 그만큼 소백산의 존재는 포근하면서도 넓다.

 

 

 

 

 

 

 

 

 

 

앞서 말한 바로 완만한 곡선의 미가 바로 이런 것이다. 처음이라 구도를 잘 잡지 못해 아쉬움이 가득하나 한번 다녀온 지금 그때의 교훈이 있기에 다음에는 보다 아름다운 열차 사진을 담을 자신이 있다.

 

 

선로 한켠에서는 8500호대 전기기관차들이 중련으로 무수히 많은 화차들을 끌며 소백산을 오르고, 다른 선로 한켠에는 표준 전기기관차로 통칭되는 8200호대 전기기관차가 무궁화호 객차들을 끌고 소백산을 내려간다.

 

 

반곡역으로 떠나갈 무렵 스산한 날씨가 구름과 함께 걷히고, 오후의 따스한 태양이 솟아오른다. 힘든 일을 마친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자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번 답사로 크게 세 가지를 얻은 것 같다. 하나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사진 포인트를 알게 된 점, 두번째는 봄과 가을을 떠올릴만 사진, 그리고 뒤이어 나올 파노라마 사진이다.

 

 

 

 

 

 

 

 

 

파노라마 사진도 꽤 큰 소득이라 하겠다. 찍어놓고도 잘 안되면 어쩌지 싶었는데, 파노라마 사진이 기가 막히게 잘 나왔다. 사진의 아름다움에 직접 눈으로 본 아름다움에 두 번 감탄했다.

 

 

소백산의 따뜻한 품속과 가을의 시원함이 이렇게 오묘한 조화를 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연의 아름다움에 몇 번이나 감탄했는지 모를 정도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자연과 가까운, 시골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들이다. 희방사역도 그 중 하나다.

 

 

희방사역은 소백산의 품속에서 때로는 기차를, 때로는 사람을 품는 따스한 역이다.

 

 

 

 

 

 

 

 

 

 

http://flytoazuresky.tistory.com/784 이곳에 올린 탑리 ↔ 화본 승차권과 같이 발매한 승차권이 되겠다.

 

 

또한, 열차를 승차하기 위해 발매한 승차권이 아닌 입장권과 같이 단순히 소장하기 위해 발매한 승차권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운행하는 열차 역시 강릉에서 동대구까지 가는 무궁화호 1671로써 동일하다.

 

 

탑리를 제외하고는 화본과 신녕은 운행하는 열차와 열차 편수까지 모두 동일하다는 공통점까지 지니고 있다. 이후 중앙선의 복선화가 완료되는 데로 폐역이 될 에정이라는 점까지 모두 똑같다.

 

 

그리고, 찾아가기 힘들지만, 멋진 기차역들 중에 하나라는 공통점도 같이 가지고 있다. 나는 이게 가장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무궁화호 1671 역시 동대구와 강릉을 오고가는 열차 중에 하나이다.

 

 

이 열차도 소위 말하는 근성열차로 손꼽히는 열차인데, 오래 전에 강릉에서 동대구까지 가기 위해 무궁화호 1671 열차를 타고 간 적이 있다.

 

 

그때도 지루함을 넘어 온몸이 쑤시는 경험을 제대로 했다. 아마 이 때 기차여행이 낭만을 넘어 고통을 주는 걸 깨달았던 날이었다.

 

 

다만, 경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좋다고 생각한다.

 

 

1671과 1672도 마찬가지고, 1681, 1682, 1691, 1692 등 영동선을 경유하는 열차들은 사실 전구간을 이용하는 생객보다 구간 소요를 노리고, 어찌보면 공익적인 측면에서 운영하는 열차로 보면 된다. 해당 열차들이 지나가는 지역이 주로 삼척, 태백, 봉화, 영주 등 교통이 다소 불편한 지역이면서도 수요를 크게 거두기는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니까.

 

 

아무쪼록 이 날 이후로 무궁화호의 마지노선은 대략 3시간이라는 나름의 가치관도 생겨난 날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여정의 시작이라 하겠다.

 

 

첫 여정은 아닌 게 서울에서 동대구까지 오는 여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대구를 출발할 무렵 막 동이 트고 있었다.

 

 

아침 해가 솟아오를 때의 풍경을 말로 어찌 설명할까.

 

 

대구선을 타고 하양역으로 향할 때 풍경이 말 그대로 끝내줬다. 동이 틀 무렵 하양역을 지나 화본역을 거쳐 탑리역으로 향할 때 농촌의 아침 풍경이 마치 그림같은 풍경으로 내게 다가왔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물로 보는 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과거 서울 ↔ 부산 무궁화호 막차를 대신하는 열차. 경부선의 마지막 열차가 되겠다.

 

 

역시 무궁화호는 3시간 이상을 넘어서면 몸이 힘들어진다. 여기에 밤을 새우는 것도 작용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왜냐하면, 시간을 맞추려면 이 방법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

 

 

마지막 열차라 사람들이 꽤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서울에서 천안까지는 사람들이 만석을 넘어 입석도 종종 보였는데, 천안을 지날 무렵부터 슬슬 사람들이 빠지기 했다. 그러다 대전을 지날 때부터 상당히 널널했다.

 

 

그렇다 쳐도 좋은 경험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