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2019년 3월 31일부로 경원선 구간을 운행하는 통근열차와 DMZ Train 평화열차가 운행이 종료된다는 소식을 듣고, 여태까지 다녀온 적도 없는 경원선도 다녀오고, 탑승해본 적도 없는 통근열차를 타보기 위해 일정을 잡고 다녀왔다.

 

 

마음 같아서는 통근열차를 하루 종일 질리도록 타보면서 백마고지역, 신탄리역, 연천역, 전곡역 등 직원이 근무하거나 종착역까지 다 다녀오고 싶었으나 시간과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초성리역, 전곡역을 둘러보고, 중간 한탄강역을 사진 세 장으로 남기게 되었다. 여기에 의정부역에서 뜻하지도 않게 DMZ Train, 평화열차가 지나가는 걸 사진으로 남기게 되었으니 만족할만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다만, 시간에 쫓긴 탓에 전곡역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고, 전곡역에서 입장권을 발매하려는 목적도 열차시간이 다다른 탓에 승차권만 발매하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가져오게 되었다.

 

 

경원선의 첫 시작이었던 초성리역에서 남긴 사진들과 통근열차도 타봤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보려 한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마주했던 첫번째 역이 바로 초성리역이었다.

 

 

 

 

 

 

 

 

 

 

 

소요산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초성리역으로 가는 동안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경기도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경기도의 모습은 수도권에 위치한 행정구역답게 아파트가 즐비하고, 번잡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도시적인 느낌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의정부에서 소요산으로 갈수록 내가 생각했던 도시의 모습이라기보다 점점 지방의 중소도시, 시골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가 가진 편견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겪었던 것이다.

 

 

강원도와 비견될만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수도권에 살다가 강원도로 갔던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강원도하면 시골이고 온통 논밭의 풍경의 펼쳐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종종하곤 했다. 그런데, 막상 강원도에 가면 온통 시골이고 논밭의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원도의 주요 도시인 춘천, 원주만 가도 내가 생각했던 강원도가 맞냐는 것이다.

 

 

마치 편견의 역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일들을 마주하다보면 역시 단정짓기 보다는 몸소 다녀보고 실천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요산에서 마주한 시골의 모습이 초성리역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사진에 나오는 공중전화박스도 근래에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는데, 초성리역의 광장 앞에는 이렇게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2005년 이 시기까지만 해도 핸드폰이 대중들에게 널리 보급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공중전화박스를 찾아보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도 모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가 정말 빠르다는 것을 반증한다.

 

 

공중전화박스 내부에는 IC카드와 동전을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중전화기가 놓여있었다. 실제로 작동이 되는지 확인하지 않았지만, 딱히 사용불가를 안내하는 메시지가 없는 것으로 보아 사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초성리역의 역사

 

 

- 1950년 10월 5일  경기도 포천군 청산면 초성리에서 유엔군 군수품 하역소로 영업 개시

 

 

- 1953년 9월 10일  철도청으로 이관

 

 

- 1959년 8월 10일  보통역으로 승격

 

 

- 2008년 12월 1일  승차권 차내취급역으로 지정 및 철도승차권 단말기 철거

 

 

- 2011년 7월 28일  집중호우로 인한 선로 유실로 영업 일시 중단, 관광 및 화물열차도 당역까지만 운행

 

 

- 2012년 3월 21일  초성철교 완공으로 통근열차 운행 재개와 동시에 편도 기준 1일 6회 감편

 

 

- 2012년 7월 1일  통근열차 운행 편수 증편

 

 

- 2014년 10월 31일  수도권 전철 1호선 복선 전철 착공

 

 

- 2018년 7월 2일  경원선 연천 ↔ 백마고지 구간 선로 개량 공사로 인한 통근열차는 연천역까지만 운행

 

 

- 2019년 3월 31일  경원선 동두천 ↔ 연천 구간 전철화 공사로 인한 통근열차 운행 중단. 대체 버스 일일 편도 32회 운행. 경원선 구간의 화물열차도 당역까지만 운행

 

 

 

 

 

초성리역의 첫 시작은 유엔군 군수품 하역소로 출발하는데, 이는 초성리역의 목적이 군사용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초성리역으로 오는 동안 자주포 등 군수품을 탑재한 화차들을 접할 수 있었다. 초성리역을 비롯 경원선 구간의 주요 고객층이 군장병들인 것을 감안하면 경원선의 본래 목적이 군사용으로 사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으론, 각종 자연재해의 한 가운데 놓여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는데, 2010년대에 들어 무려 두 차례나 철교나 각종 시설물들이 비피해를 보았다. 어찌보면 순탄하지 않았던 시간을 보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사 내부의 한 켠에 액자 하나가 걸려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액자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역의 이력, 역사의 사진, 흘러온 시간, 주변 관광지 및 주요 행사를 안내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 역의 소개액자를 통해 사람들이 철도란 존재에 대해 더욱 친숙함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KTX의 사진이 담긴 형식적인 사진보다 이렇게 역과 열차, 그리고 철도라는 특성이 담긴 사진이 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도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그간 못보고 지나친 것일지는 모르지만, 이처럼 역의 소개액자를 본 것도 초성리역이 처음이었다.

 

 

여태 다녀온 역들과는 분명한 차별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역이라 하겠다.

 

 

 

 

 

 

 

 

 

 

역의 매표창구가 있는 자리는 이미 널판지로 막혀있었다. 역사에서 보듯 2008년 12월 1일부로 이미 승차권 발매가 중단되었다. 안 그래도 역세권이 주변 역들에 비해 미흡한 데다 2006년 12월 15일 소요산역까지 복선 전철화가 이루어지며 수도권 전철 1호선이 개통된 영향이 컸다. 여기에 역 주변으로는 시내버스가 수시로 지나다니고 있을 정도로 생활권인 의정부까지 가는 데 있어 의정부까지 바로 가는 시내버스보다 통근열차를 타고가야할 타당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전철화가 주는 양날의 검이다.

 

 

또한, 초성리역도 동두천 ↔ 연천 구간이 복선 전철화 공사가 완료되는 시점인 2022년에 맞춰 역사가 이전되며, 통근열차가 아닌 수도권 전철 1호선이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역의 안내판과 역사 외부에 현수막을 걸어 통근열차의 운행 중단과 이를 대신할 대체버스의 운행을 안내하고 있었다.

 

 

한편, 초성리역의 운영 방식이 다소 독특한데, 배치간이역으로 역직원이 근무하나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주말과 공휴일은 근무하지 않는 일근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역직원은 운전취급과 화물취급을 목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맞이방으로 들어오는 곳에 집표함이 놓여있었다. 집표함에도 경원선의 연선 구간이 그렇듯 통근열차의 운행방식이 꽤 특이하다고 느꼈는데, 역직원이 근무하는 역에 한해 집표함이 설치되어 있거나 실제로 열차의 도착에 맞춰 역직원들이 나와서 하차하는 승객들로부터 일일이 승차권을 받거나 현금 1,000원을 수수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보통 다른 연선에 있는 기차역들의 경우 여객전무 등이 승차권을 확인하지 역직원들이 일일이 나와서 승차권을 확인하는 경우를 겪어본 적이 없었던 탓이 컸다. 경원선에서 그간 겪지 못했던 경험들을 많이하는 것 같아 색다랐다.

 

 

 

 

 

 

 

 

 

 

예전에 비해 개보수가 되어 있겠지만, 그래도 오랜 기차역의 모습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도시적인 느낌이 강한 경기도에서 오랜 기차역을 마주한 건 색다른 경험이나 다름 없었다. 역직원에게 촬영을 받기 위해 역무실로 향하던 때에 역무실의 문이 열려 있어서 역무실 내부도 볼 수 있는 경험도 있었으니 이 날 답사야말로 일석이조였다.

 

 

사진을 찍기 전에 역장에게 허락과 양해를 구했고,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위에 나온 사진들도 당연히 허락과 양해를 구한 뒤에 찍은 사진들이다.

 

 

 

 

 

 

 

 

 

 

역직원이 근무하는 이유가 바로 저 시멘트 사일로이다. 한라시멘트가 운영하고 있는 시멘트 사일로인데, 바로 저 시멘트 사일로가 있어서 정기적으로 주중에 화물열차가 초성리역까지 들어온다고 한다. 운전취급과 화물취급을 목적으로 직원이 일근제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역장의 설명으로는 경원선의 동두천 ↔ 연천 구간의 전철화 공사가 진행되는 기간에도 통근열차를 비롯해 여객열차는 다니지 않겠지만,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양회조차뿐만 아니라 다른 화물열차들도 초성리역까지 들어오고, 운전취급과 화물취급을 위해서 평소대로 직원들이 근무할 예정이라고 한다. 동두천과 소요산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공사기간 동안 직원이 근무하는 역이 된다는 설명도 덧붙여줬다.

 

 

 

 

 

 

 

 

 

 

동두천, 소요산 방면 선로다. 개인적으로 한번 명칭을 붙여보자면 청산 포인트로 붙이고 싶다. 건널목을 건너 플랫폼 위에서 찍은 열차가 그야말로 만족 그 이상이다. 이 날 답사한 소득 중에 하나다. 건널목을 건너 플랫폼에 올라 동두천, 소요산 방면으로 열차가 들어오는 사진을 찍으면 주변 풍경과 조화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광장 방향의 역사 사진인데, 화면에 다 나오도록 찍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광장 방향에 한해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었는데, 이 또한 내겐 소득이었다. 뒤이어 사진으로 공개하기로 한다.

 

 

한편, 역간판에 쓰여있는 글씨가 꽤 컸다. 다른 역들과의 차이점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용산 기점 59.6㎞. 같은 수도권이라지만, 용산까지 꽤 거리가 있었다.

 

 

긴 거리 동안 주변 풍경도 모습도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오래 사진으로는 플랫폼에 지주형 역명판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주형 역명판은 온데간데 없었다. 부착식 역명판만 덩그러니 붙여있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아마 이 시절 철거가 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구내에는 공사에 필요한 자재나 건널목들이 놓여있었다. 즉, 복선전철화 공사를 암시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전곡, 백마고지 방향쪽으로 가까이 걸어가보면 시멘트 사일로의 웅장함과 위압감에 짓눌린다.

 

 

전곡, 백마고지 방향을 등지고, 동두천, 의정부 방향으로 보면 산세나 주변 환경이 뭔가 편안함을 주는 기분이다. 역시 경기도도 다 같은 경기도가 아닌가 보다.

 

 

 

 

 

 

 

 

 

 

뒤이어 전곡역에도 나오겠지만, 플랫폼 위에 차광막이 씌여 있었는데, 예전 2000년대 초중반 경원선을 배경으로 나온 드라마들이 생각이 난다. 경원선을 배경으로 나온 드라마들을 보면 차광막 밑에 의자들이 놓여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예전의 모습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모습이 마치 든든한 존재의 모습이다.

 

 

 

 

 

 

 

 

 

 

역의 기본은 당연히 역사다. 역에 가면 역사의 온전한 모습은 꼭 남기자는 게 일종의 소신이다.

 

 

선로 방향의 역사를 시간에 쫓기던 탓에 제대로 찍지 못한 점이 평소 가진 소신에 반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답사를 통해 느끼는 거지만,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꽤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에 쫓기던 모습도 함축적인 의미를 담지 않았을까란 생각이다. 가져온 것도 많았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것도 많았다.

 

 

그래도 소득 중에 하나인 파노라마 사진이 마음을 뿌듯하게 해준다.

 

 

 

 

 

 

 

 

 

 

파노라마 사진들은 내가 원하는 구도로 정말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느낌이 많았지만, 파노라마 사진을 보며 마음이 많이 풀어졌다.

 

 

역사의 그대로를 담은 것 같아 지금도 다시 보면서 흡족함을 느낀다.

 

 

초성리역이 첫번째고, 통근열차를 본 것도 첫번째고, 경원선을 접해본 것도 첫번째다. 아쉬움과 소득이 공존한다는 이야기를 누누이 했지만, 이렇게 글을 쓰며 다시 정리를 해보면 그래도 소득이 훨씬 더 큰 것 같다. 

 

 

청산을 따라 접해본 첫번째 경험들이 내겐 소중한 추억이자 값진 소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