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본래 여행이란 계획없이 떠나는 게 진정한 여행이라지만, 그래도 계획을 잘 잡아두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희방사역의 답사가 딱 그랬다.

 

 

영주역에 도착했을 때 식사를 마치고, 시간만 잘 잡았으면, 북영주신호소나 풍기역까지 답사를 마무리할 수가 있었는데, 시간과 장소를 잘못 인식하고 있던 탓에 결국 북영주신호소와 풍기역의 답사가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 날 시간과 장소만 잘 확인해뒀어도 두 번 수고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희방사역에서 시간상 입장권을 발매하지 못한 탓에 다시 한번 다녀오기도 해야 하고, 희방사역의 열차 사진 포인트도 확인했던 터라 안타깝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교훈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걸로 한번 씁쓸한 마음을 위안삼아 본다.

 

 

시간과 경로를 확인한 데다가 길도 한번 다녀왔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고 자부한다. 내년초 열차시간표가 개정됨에 따라 경북선의 편수가 확대됨에 따라 옥산역까지 시간을 잘 짜서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다.

 

 

 

 

 

 

 

 

 

 

영주시내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지 30분에서 40분 정도를 달려 희방교차로가 있는 수철정류장에 도착한다. 물론, 지나갈 때 풍기역을 거쳐서 지나갔다. 풍기역까지 대략 20분 정도가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철정류장에서 걸어서 내려오자 사과밭이 눈에 들어왔다. 대구, 경북지역이 사과가 유명하다고 알려진 것처럼 영주에서도 사과가 재배되고 있던 것이다. 요즘은 지구온난화 탓에 사과가 경북지역에서 북상하여 강원도 영월, 정선 등지에서도 재배된다고 한다. 그만큼 자연의 놀라운 힘 앞에 사람의 존재는 한없이 작아지는 듯하다.

 

 

 

 

 

 

 

 

 

 

희방사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사과밭을 등지고 보면 레미콘트럭이나 각종 공사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 있던 터라 중앙선 복선화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간 방문한 중앙선 연선에 위치한 역직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시기적으로 2020년에서 2022년을 전후로 중앙선 복선화 공사가 완료될 것으로 사료되는데, 아마 이 시점이 되면 희방사역도 폐역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중앙선 복선화를 통해 청량리에서 가는 철도교통이 보다 빨라지고 편해지겠지만, 보다 더욱 좋아지겠지만, 그래도 역주변의 풍경과는 모순되면서 언밸런스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두고, 기차를 탑승할 수 있을 때 탑승해야겠다는 생각이다.

 

 

 

 

 

  

 

 

 

 

5분 정도 걸어서 내려왔을까... 사진에서처럼 역 주변에 캐러번 캠핑카가 놓여있었다.

 

 

원래는 캐러번 캠핑카가 없었으나 지자체인 영주시측에서 예산을 들여 희방사역과 주변 마을 지역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캐러번 캠핑카가 있는 캠핑장을 설치했다고 한다. 역직원을 통해 알게 된 바로는 작년 여름 무렵에 들어왔다고 한다. 다른 분들이 다녀와서 올린 포스팅과는 달리 풍경이 확연히 변해있었다.

 

 

완연한 가을의 날씨이다. 가을의 기운이 계절 그대로 피부에 느껴진다. 꼭 담고 싶었던 사진이 바로 이 사진이다. 가을에 단풍이 한창일 때 희방사역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숲을 거닐며 기차에 탑승하기 위해 역에 가는 모습이 꽤 낭만적이지 않은가. 연인과 함께라면 더욱 더 좋을 것 같다. 꼭 가을이 아니더라도 봄에 벚꽃 필 무렵도 운치가 있을 것이므로 개인적으로 꽤 기대가 된다. 이 구도의 모습이 여행의 욕구를 자극했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조용히 혼자 자연을 거닐면서 기차역으로 가는 낭만은 바로 시골역에서만 느끼는 게 가능하다.

 

 

 

 

 

 

 

 

 

 

○ 희방사역의 역사

 

 

- 1942년 4월 1일  배치간이역으로 영업 개시

 

 

- 1951년 4월 11일  역사 신축 및 보통역으로 승격

 

 

- 1974년 3월 11일  소화물 취급 중지

 

 

- 1976년 7월 10일  화물 취급 중지

 

 

- 1988년 12월 12일  현재 역사 신축

 

 

- 1988년 12월 23일  전철화 개통

 

 

- 2009년 9월           역간판 및 역명판에 표시되는 역명을 소백산(희방사)역으로 변경

 

 

- 2016년 하반기       역간판 및 역명판에 표시되는 역명을 기존처럼 희방사역으로 재변경

 

 

- 2022년 무렵          중앙선 복선 전철화 구간이 완공되면 폐역될 예정

 

 

 

 

 

역간판과 역명판이 소백산과 희방사를 왔다갔다 했다지만, 코레일의 전산상으로나 각종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역명은 엄연히 "희방사역"이었다. 즉, 실제 역명과 역간판, 역명판에 쓰인 역명이 달랐던 역이었다는 것이다. 

 

 

희방사역을 둘러싸고 있는 소백산이 존재하기도 하고, 지차체인 영주시측에서도 관련 지역의 명칭을 소백산면으로 변경해 소백산으로 알리려고 했으나 소백산의 주요 봉우리가 영주시에만 있는 것이 아닌 단양군에도 엄연히 위치하고 있는 터라 결국 행정조정을 거친 끝에 희방사역은 순전히 희방사역으로 남게 되었고, 영주시도 관련 지역의 명칭도 소백산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볼 때 지역, 지명이라는 부분이 워낙 민감한 주제이기에 이런 문제일수록 지역간의 충분한 협의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한편, 작년 여름 캐러번 캠핑카만 설치된 게 아니라 역의 외관도 리모델링이 됐다고 한다. 이전에는 역의 외관이 밋밋하게 느껴졌는데, 대대적으로 주변을 개보수하면서 역사도 이전보다 깔끔하게 느껴진다. 사진에 잘 나와있지 않지만, 역사의 한켠에는 커피나 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조형물에는 영주 지역의 특산품인 풍기 인삼과 사과를 바탕으로 관광지 등이 친절히 소개되어 있었다. 역 한켠의 정자와 수돗가를 보며 마치 유명한 약수터가 떠오른다. 가을의 시원함을 느끼기에 제격인 듯 싶다.

 

 

역 주변의 마을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있었는데, 버드나무를 피해 빼꼼히 드러난 마을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포근함을 전해준다.

 

 

 

 

 

 

 

 

 

 

역사 내부도 한마디로 확 바뀌었다. 의자도 다른 블로그 등지에서 본 것과 달리 새롭게 도색이 된 것처럼 보이고, 매표창구는 물론이고, 시간표도 목재 우드 형태로 바뀌었다.

 

 

보통 역들을 다녀보면 역사 한켠에 형식적으로 느껴질 KTX의 사진 등이 걸려있는 게 많은 편인데, 희방사역에는 소백산과 희방사의 등산코스나 주변 지역 마을, 관광지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런 점이 눈에 띄면서 참신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역이란 주제를 넘어 주변을 소개하고, 주변의 관광지들을 소개하면서 보다 아우를 수 있는 컨텐츠 같은 것들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역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살릴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열차시간표를 보면 안동, 부전 방면은 오전에 두 편, 청량리, 원주 방면은 오후에 두 편, 총 상하행 2왕복 도합 4편도의 열차가 희방사역을 정차한다. 즉, 희방사와 소백산을 가고자 하는 등산객들을 겨냥한 시간표라 하겠다.

 

 

실제로도 아침에 일찍 출발해서 희방사와 소백산을 둘러보고, 오후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이용하면 꽤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희방사와 희방사역까지는 수철정류장쪽으로 나와 시내버스를 이용해야할 정도로 거리가 있긴 하다.

 

 

그만큼 희방사역의 여객취급 목적은 다른 역들과 달리 분명하다.

 

 

 

 

 

 

 

 

 

 

역 한켠에는 텃밭이 가꾸어져 있는데, 고추를 비롯 각종 채소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역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정성스레 가꾸는 것 같았는데, 사뭇 맛이 궁금하다.

 

 

 

 

 

 

 

 

 

 

청량리 기점 199.2㎞에 위치한다. 그만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많이 떨어져있음을 반증한다. 결코 우리나라는 작은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각각 단양, 풍기 방향 선로의 모습들이다. 단양 방향의 선로에 큰 교각이 나타나는 데 이는 중앙고속도로의 모습으로써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됨에 따라 도로교통이 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는 사진이 아닐까 싶다. 철도도 빨라진다고 하지만, 문전배달이 가능한 도로교통을 따라가기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단 한가지 선로의 모습이 완만한 곡선인데, 보기에 따라선 완만한 곡선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진다. 소백산의 품속에 있는 기차역답게 선로가 아릅답게 느껴지는 데 뒤이어 나오는 사진을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한편, 완연한 가을 날씨라 그런지 산속에서는 금방 해가 진다. 움직여서 다소 더워졌던 몸이 금새 서늘해진다. 그만큼 스산한 기분이 빨라진다고 해야할까. 사진에 나온 것보다 하늘이 금새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대리석이 분홍색으로 칠해진 나무를 받치고 있는 의자인데, 은은하면서도 균형감까지 갖춰서 편하게 열차를 기다릴 수 있게 해준다. 주변 풍경은 물론 기차역이란 소재에 맞게 적절하게 어울린다.

 

 

호기심에 한번 앉아봤는데, 기분탓일지는 모르지만, 편한 느낌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단양이 아닌 죽령이 나와야 하나 죽령이 신호장인 관계로 여객취급을 하는 단양이 바로 나오게 된다. 예전에는 죽령이 있었으나 단양으로 바뀐지는 오래다.

 

 

역 표식에서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선로 방향으로는 표식이 희방사(소백산)역으로 보다 정확히 적혀있으나 광장 방향으로는 소백산(희방사)로 표기되어 있었다. 그만큼 희방사역의 치열한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모습일 것이다.

 

 

물론, 선로 방향으로는 소백산을 괄호로나마 표기함으로써 희방사역도 소백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웅변해주는 듯 하다. 그만큼 소백산의 존재는 포근하면서도 넓다.

 

 

 

 

 

 

 

 

 

 

앞서 말한 바로 완만한 곡선의 미가 바로 이런 것이다. 처음이라 구도를 잘 잡지 못해 아쉬움이 가득하나 한번 다녀온 지금 그때의 교훈이 있기에 다음에는 보다 아름다운 열차 사진을 담을 자신이 있다.

 

 

선로 한켠에서는 8500호대 전기기관차들이 중련으로 무수히 많은 화차들을 끌며 소백산을 오르고, 다른 선로 한켠에는 표준 전기기관차로 통칭되는 8200호대 전기기관차가 무궁화호 객차들을 끌고 소백산을 내려간다.

 

 

반곡역으로 떠나갈 무렵 스산한 날씨가 구름과 함께 걷히고, 오후의 따스한 태양이 솟아오른다. 힘든 일을 마친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자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번 답사로 크게 세 가지를 얻은 것 같다. 하나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사진 포인트를 알게 된 점, 두번째는 봄과 가을을 떠올릴만 사진, 그리고 뒤이어 나올 파노라마 사진이다.

 

 

 

 

 

 

 

 

 

파노라마 사진도 꽤 큰 소득이라 하겠다. 찍어놓고도 잘 안되면 어쩌지 싶었는데, 파노라마 사진이 기가 막히게 잘 나왔다. 사진의 아름다움에 직접 눈으로 본 아름다움에 두 번 감탄했다.

 

 

소백산의 따뜻한 품속과 가을의 시원함이 이렇게 오묘한 조화를 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연의 아름다움에 몇 번이나 감탄했는지 모를 정도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자연과 가까운, 시골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들이다. 희방사역도 그 중 하나다.

 

 

희방사역은 소백산의 품속에서 때로는 기차를, 때로는 사람을 품는 따스한 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