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그간 살면서 몇몇 역들을 거치고 다녔지만, 본격적으로 철도역의 "답사"를 시작한 것은 옛 강릉역이 처음이었다.

 

엄밀하게 이야기해보면, 강릉역을 답사할무렵 철도에 대한 완벽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기보단 마침 강릉에 일이 있어 강릉역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카메라로 사진으로 남겨볼까란 생각에 다녀온 것이었다.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유명하시고, 현직 한국철도공사 직원이기도 하신 스팀로코님의 블로그를 (lovtrout.blog.me) 보고, 쉬는 날 시간을 정해 역답사를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그 시기가 정확히 올해 초였다.

 

물론, 이전에 강릉역 이후로도 공항답사를 다니던 2014년 6월 무렵 포항역의 기록도 1~2장의 사진으로 남겨두기도 했고, 2015년 6월에도 머리식힐 겸 삼척의 도경리역도 다녀오기도 했다.

 

스팀로코님의 블로그를 보면서 간이역 답사의 나름 몇가지 방향을 세울 수가 있었는데, 관리역보다 능주, 대야, 승부, 신기, 희방사, 주덕, 삼탄, 반곡, 동화, 신림, 임기, 현동, 분천, 추풍령, 남성현, 신녕, 탑리, 옥산, 석항, 쌍룡, 추전, 동백산, 백산, 청소, 판교, 삽교 등 1인 근무지정역이나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는 역으로 정했다. 물론, 무인역(무배치간이역)은 될 수 있으면 제외했다. 역이란 역무원이 있어야 하고, 열차를 타려는 사람이 있어야 진정한 역이랑 생각했기 때문이다. 임기나 현동은 왠지 모르게 끌렸던 터라 가볼 생각이지만...

 

관리역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1인 근무지정역이나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간이역들을 답사하는 게 진짜 답사라 생각했고, 사실 역다운 역들은 승부역 등 1인 근무지정역이나 우리가 생각하는 간이역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간이역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겠다.

 

 

 

과거 기차를 타기 위해 강릉역을 한번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영동선을 처음 접한 것이 2001년이었다. 강릉에서 동대구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탄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로 지루함을 느꼈다.

 

지금처럼 낭만적이고 감상에 쉽게 빠질 나이가 아니었으니까.

 

이후 13년이 지난 당시 2014년 강릉역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강릉역의 영업중지를 불과 이틀 앞두고 다녀오게 되었다.

 

 

 

 

강릉역 역사가 13년 뒤에 찾아온 나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아직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시기이기도 했는데, 바람이 불어 더위를 크게 느끼지는 않았던 날씨로 기억한다. 강릉역 역사 오른편에는 소위 말하는 근성열차로 잘 알려진 강릉 ↔ 부산 1691 무궁화호 열차가 승객들을 맞이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역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사진을 슬슬 찍기 시작했는데, 스토리웨이가 있었고, 무궁화호 옆에는 바다열차가 플랫폼에 있었다. 2014년에 바다열차가 처음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규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삼척역이 종착역이라고 한다.

 

 

 

 

역사에 들어와 처음으로 눈에 띄었던 건 바로 강릉역의 영업중지 안내문이었다. 강릉역이 영업중지가 되면서 강릉역의 여객업무는 정동진역으로 이관이 되었고, 현 강릉역 역사에서 정동진역까지 열차시간에 맞춰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셔틀버스에 대한 내용은 정동진역 포스팅에서 따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이어 강릉역의 열차시간표와 여객운임표가 눈에 띄는데, 과거에는 청량리역에서 강릉역까지 새마을호가 한편 운행되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새마을호는 온데 간데 없고, 무궁화호만 열차시간표와 여객운임표에 자리잡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새마을호보다 현재 서민열차라 불리는 무궁화호가 더 정이 가는 게 사실이다. 시간이 더 걸릴지언정 기차여행을 좀 더 할 수가 있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군상을 접할 수가 있고, 무엇보다 운임부터가 꽤나 저렴하니깐 말이다.

 

 

 

 

강릉역의 승차권 발매창구와 맞이방이다. 비록 이틀 뒤에는 영업중지가 되고, 정동진역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겠지만, 당시에도 강릉역은 자신의 역할에 꽤나 충실하고 있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고객님!'이란 말이 꽤나 뜻깊게 다가온다. 자신의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게 웃으며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해 배웅을 하는 것 같아 시원섭섭한 감정이 몰려온다. 시원섭섭함이란 바로 이런 감정을 가리켜 말하는가보다.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라는 말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누가 이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별을 하게 되면 섭섭한 게 사실이다. 포스팅을 하는 지금 강릉역은 없어졌으니까.

 

그래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말처럼 강릉역도 새롭게 다시 태어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