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2020년을 맞아 동해역을 기점으로 하는 무궁화호 행선판들이 새롭게 탄생했다.

 

 

첫 번째 사진의 강릉 ↔ 동해 구간의 무궁화호 RDC의 행선판을 제외하곤 두 번째 사진과 세 번째 사진의 동대구, 부전 방향의 열차들은 동해역이 아닌 강릉역까지 운행하던 열차들이었다. 마치 열차의 주인이 바뀐 셈이다.

 

 

올해 3월 초에 여객열차의 개편이 단행되면서 동해역이 시종착역의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여객열차의 개편과 바뀐 행선판을 보면서 무궁화호의 역할도 점차 축소되는 걸 느낀다. 왕년의 무궁화호가 갖는 역할이 작아진다고 해야 할까.

 

 

예전 같으면 강릉역까지 가는 열차가 동해역에서 멈추면서 이러한 현실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무궁화호의 구간이 축소되는 것과 예전처럼 객차형 열차를 접하는 빈도도 줄어드는 느낌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동차형 여객열차의 모습을 더 자주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 사진과 세 번째 사진의 행선판은 같은 열차다. 부전 ↔ 동해 구간을 운행하는 1682 무궁화호 열차가 운행을 마치고, 동해 ↔ 동대구 구간을 운행하는 1673 무궁화호 열차로 새롭게 운행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동해역에 도착하자 역직원들이 행선판을 바꿔 놓은 것이다. 1682 열차가 운행을 마치고 1673으로 운행하는 것도 처음 봤다. 무궁화호 RDC와 신기역을 목표로 다녀왔던 답사가 즐거웠던 게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간 수집한 CDC 디젤동차의 베리에이션들이다.

 

 

CDC 디젤동차를 처음 접했던 건 개조형이었던 무궁화호 RDC였고, 카메라에 처음으로 담았던 건 평화열차 DMZ-Train이었다. 평화열차 DMZ-Train에 이어 CDC 디젤동차, 바다열차, RDC 무궁화호의 순서로 카메라에 담았다. 하나 빼곤 다 담은 셈이다. 아직 담지 못한 한 가지가 과거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였던 경북나드리열차다. 한 종류씩 찍었던 게 어느덧 한 종류만 남게 되었다.

 

 

지금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면서 역시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사실이다. 당시 보통 등급 여객 완행 열차인 통근열차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평화열차와 경원선, 초성리역과 전곡역까지 아울러서 다녀왔던 게 벌써 일 년이 훌쩍 지났다. 목표했던 8000호대 전기기관차를 놓치고, 정동진역에서 바다열차를 담았던 시절도 일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영동선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RDC를 담았던 것도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이렇게 찍어 둔 사진을 보고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것도 재미지다는 생각이 든다. 초성리역에서 스텝이 꼬였던 것과 보기 좋게 8000호대 전기기관차를 놓치고, 바다열차라도 담자는 생각에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정동진역에서 대기타던 시간까지 기억의 한 편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보면 시간이 아니라 사진이 약이라는 생각이다. 코로나가 진정되고 경북나드리열차를 담아서 2019년의 시간도 다시 한 번 회상하고 싶다.

 

 

 

 

 

많은 의미를 갖는 승차권이다.

 

 

첫 번째로 처음으로 발권한 무궁화호 RDC의 승차권이라는 점이다. 열차의 탑승을 위해서 또는 단순히 수집을 위한 목적으로 발권한 승차권들 중에서 무궁화호 RDC 승차권이 없었다. 물론, 무궁화호 RDC를 예전에 탑승한 적은 있었지만, 승차권을 수집하기 전에 탑승했던 터라 수집한 승차권은 없었다.

 

 

두 번째로 역사 속으로 남게 된 승차권이라는 점이다. 강릉 ↔ 동해 구간을 운행하는 셔틀열차가 전부 6월 1일부로 누리로로 운행하게 되면서 역사적인 의미를 갖게 된 승차권이 되었다. 동시에 동해역에서 촬영한 무궁화호 RDC 열차와 행선판도 역사적인 의미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지금 와서 보면 단기간만 운행하고 종료된 열차의 승차권을 확보한 것도 처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승차권도 수집하기 위한 목적에서 발권한 승차권이다. 이번 승차권과 관련되어 나름의 에피소드가 존재한다. 동해역에서 무심결에 동해 ↔ 강릉 구간의 승차권을 발권하려고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동해 ↔ 정동진 구간으로 발권할 수 있었다. 금전적인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강릉까지 발권했다면 운임이 2,900원을 지불했겠으나 역직원의 보이지 않는 배려로 정동진까지 발권해서 기본운임인 2,600원에 발권할 수 있었다. 역직원의 친절함과 보이지 않는 배려에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무궁화호 RDC와 신기역을 목표로 철도와 함께 한 하루였는데, 정말로 기분 좋은 기억만 남아 있던 하루였다.

 

 

 

 

 

코로나로 인해서 전 지구적으로 난리다. 인체에 유해함을 넘어 경제까지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치료제나 백신 개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코로나의 위험성은 언론을 통해 익히 보도된 터라 많은 고민을 했다. 곧 있으면 날이 더워진다는 것과 치료제나 백신도 개발이 되려면 시일이 걸린다는 것을 고민하다가 날이 더워지기 전 이번에 한해 동해역과 신기역을 다녀오는 것으로 정했다. 동해역과 신기역을 오고갈 때 차내승차권을 발권하기 위해 누리로를 왕복으로 이용한 것을 제외하고 다녀오는 동안 자차를 이용했다. KF94 마스크는 당연히 착용했고, 다녀오는 동안 손소독제도 지참해서 사용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작년 8월 8000호대를 담기 위해 철암역에 다녀온 이후로 꽤 오랜만에 다녀오는 답사가 되겠다. 지난 3월 무렵 동해역에 KTX가 운행되기 시작하고, 태백선과 영동선의 일반열차들이 강릉역에서 동해역으로 시종착역이 조정되면서 강릉 ↔ 동해 구간의 환승 수요를 위해 무궁화호 RDC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6월부터 강릉 ↔ 동해 구간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RDC가 전량 누리로로 교체된다고 한다. RDC를 타본 적은 있지만 담아본 적은 없어서 동해역을 결정한 것이고, 신기역은 다녀오고 싶었던 역이라 묶어서 간 이유다. RDC의 경우 이번 기회를 놓치면 대구, 울산, 포항으로 가야만 하기 때문에 나름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동해역을 거쳐간 적은 많았지만, 가본 것도 처음이다. RDC와 함께 처음이라는 의미를 갖는 곳이다. 열차시간표를 확인하고 가지 않아 RDC가 있을지 내심 불안했는데 다행히도 플랫폼에 열차가 있어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곧 있으면 없어질 강릉 ↔ 동해 구간의 무궁화호 행선판과 함께 원하는 구도에서 열차를 담을 수 있었다. 무개화차만 아니었다면 더 좋은 구도가 나올 수도 있었는데,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

 

 

RDC도 기본 태생은 CDC에서 기초하는 차량이라 내구연한을 이미 초과한 열차이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생산된 열차라 진작에 퇴역했어야 할 열차인 셈이다. 2014년과 2018년에 RDC를 탑승한 적이 있어서 첫 만남은 아니다. 5년 간 내구연한을 연장했다고 해도 달릴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있을 때 잘해란 말처럼 있을 때 담아둬야겠다. 남쪽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열차를 푸른 동해 바다와 산을 둔 곳에서 만나 더없이 반갑기만 하다.

 

 

 

 

 

초성리역으로 진입하는 경원선의 통근열차다.

 

 

이 사진도 당연히 처음이라는 주제와 결론으로 이어진다.

 

 

경원선 통근열차 2761, 경원선에서 처음 마주한 통근열차이자 생전 처음으로 마주한 통근열차이기도 하다. RDC야 사진으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서경주, 신녕, 동화를 다녀왔을 때 보기도 했고, 탑승해보기도 했지만, CDC로 불린 통근열차는 말 그대로 처음인 셈이다.

 

 

특히, CDC는 싸다싸라는 애칭으로 철덕들에게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통근열차의 운임이 전구간 1,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참으로 그럴 듯 하다. 마치 경원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천 원의 행복이랄까...

 

 

따뜻한 봄의 계절과 맞물려 행복이 더해진다. 청산을 따라 달리는 통근열차가 봄의 기운을 우리 곁으로 한층 가까이 전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