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그간 수집한 CDC 디젤동차의 베리에이션들이다.

 

 

CDC 디젤동차를 처음 접했던 건 개조형이었던 무궁화호 RDC였고, 카메라에 처음으로 담았던 건 평화열차 DMZ-Train이었다. 평화열차 DMZ-Train에 이어 CDC 디젤동차, 바다열차, RDC 무궁화호의 순서로 카메라에 담았다. 하나 빼곤 다 담은 셈이다. 아직 담지 못한 한 가지가 과거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였던 경북나드리열차다. 한 종류씩 찍었던 게 어느덧 한 종류만 남게 되었다.

 

 

지금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면서 역시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사실이다. 당시 보통 등급 여객 완행 열차인 통근열차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평화열차와 경원선, 초성리역과 전곡역까지 아울러서 다녀왔던 게 벌써 일 년이 훌쩍 지났다. 목표했던 8000호대 전기기관차를 놓치고, 정동진역에서 바다열차를 담았던 시절도 일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영동선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RDC를 담았던 것도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이렇게 찍어 둔 사진을 보고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것도 재미지다는 생각이 든다. 초성리역에서 스텝이 꼬였던 것과 보기 좋게 8000호대 전기기관차를 놓치고, 바다열차라도 담자는 생각에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정동진역에서 대기타던 시간까지 기억의 한 편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보면 시간이 아니라 사진이 약이라는 생각이다. 코로나가 진정되고 경북나드리열차를 담아서 2019년의 시간도 다시 한 번 회상하고 싶다.

 

 

 

 

 

코로나로 인해서 전 지구적으로 난리다. 인체에 유해함을 넘어 경제까지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치료제나 백신 개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코로나의 위험성은 언론을 통해 익히 보도된 터라 많은 고민을 했다. 곧 있으면 날이 더워진다는 것과 치료제나 백신도 개발이 되려면 시일이 걸린다는 것을 고민하다가 날이 더워지기 전 이번에 한해 동해역과 신기역을 다녀오는 것으로 정했다. 동해역과 신기역을 오고갈 때 차내승차권을 발권하기 위해 누리로를 왕복으로 이용한 것을 제외하고 다녀오는 동안 자차를 이용했다. KF94 마스크는 당연히 착용했고, 다녀오는 동안 손소독제도 지참해서 사용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작년 8월 8000호대를 담기 위해 철암역에 다녀온 이후로 꽤 오랜만에 다녀오는 답사가 되겠다. 지난 3월 무렵 동해역에 KTX가 운행되기 시작하고, 태백선과 영동선의 일반열차들이 강릉역에서 동해역으로 시종착역이 조정되면서 강릉 ↔ 동해 구간의 환승 수요를 위해 무궁화호 RDC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6월부터 강릉 ↔ 동해 구간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RDC가 전량 누리로로 교체된다고 한다. RDC를 타본 적은 있지만 담아본 적은 없어서 동해역을 결정한 것이고, 신기역은 다녀오고 싶었던 역이라 묶어서 간 이유다. RDC의 경우 이번 기회를 놓치면 대구, 울산, 포항으로 가야만 하기 때문에 나름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동해역을 거쳐간 적은 많았지만, 가본 것도 처음이다. RDC와 함께 처음이라는 의미를 갖는 곳이다. 열차시간표를 확인하고 가지 않아 RDC가 있을지 내심 불안했는데 다행히도 플랫폼에 열차가 있어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곧 있으면 없어질 강릉 ↔ 동해 구간의 무궁화호 행선판과 함께 원하는 구도에서 열차를 담을 수 있었다. 무개화차만 아니었다면 더 좋은 구도가 나올 수도 있었는데,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

 

 

RDC도 기본 태생은 CDC에서 기초하는 차량이라 내구연한을 이미 초과한 열차이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생산된 열차라 진작에 퇴역했어야 할 열차인 셈이다. 2014년과 2018년에 RDC를 탑승한 적이 있어서 첫 만남은 아니다. 5년 간 내구연한을 연장했다고 해도 달릴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있을 때 잘해란 말처럼 있을 때 담아둬야겠다. 남쪽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열차를 푸른 동해 바다와 산을 둔 곳에서 만나 더없이 반갑기만 하다.

 

 

 

 

 

2019년 기해년 한 해가 이렇게 저물어간다.

 

 

2019년 기해년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동시에 2010년대도 역사의 한 편으로 남게 된다.

 

 

2019년 황금돼지해의 철도 결산 중에 단연 손꼽힐 만한 건 경원선을 달리던 CDC 통근열차의 운행정지다. 운행정지라고 하지만 향후 경원선에서 통근열차를 볼 수 없는 게 맞다. 복선전철화가 될 즈음엔 수도권 전철이 통근열차를 대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근열차와 함께 경원선을 누비던 평화열차 DMZ-Train도 차량의 내구연한을 이유로 폐지될 가능성이 몹시 크다.

 

 

CDC 통근열차를 바탕으로 탄생해 강원도 동해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바다열차 역시 누리로를 비롯한 대체 차량이 검토되고 있어서 CDC를 접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

 

 

통근열차를 타보자고 꼭 시간을 내서 가본 게 지금에서야 빛을 발휘하는 것 같다. 사진을 통해 차량과 행선판을 남겼고, 역사의 한 자락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서다.

 

 

통근열차에 이어 무궁화호도 운영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무궁화호가 퇴역하게 되면 한국철도 역사상 객차형 여객열차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다가오는 2020년대에도 객차형 무궁화호의 마지막을 꼭 담으리라 다짐한다.

 

 

 

 

 

8000호대를 놓치고, O-Train이 운행하는 시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어 바다열차로 방향을 선회했다.

 

 

바다열차는 2007년 7월 24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관광열차로써 다른 관광열차들에 비해 역사와 시기가 오래된 열차이다.

 

 

2007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삼척선을 경유하는 유일한 여객열차이기도 하다. 원래는 강릉역에서 삼척역까지 운행을 하나 삼척역의 동해선 공사로 인해 현재는 삼척해변역까지만 운행한다. 2014년 12월부터 2018년 7월까지 경강선의 공사로 인해 안인역을 경유해 정동진역에서 삼척역까지만 운행을 한 역사를 감안해보면 나름의 곡절이 있다고 하겠다. 

 

 

특히, 바다열차라는 명칭처럼 빼어난 바다의 풍경을 보여주는 열차로 정평이 난 관광열차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바다열차는 코레일에게 있어서 효자나 다름없는 열차인데, 바로 원판인 CDC를 개조해서 관광열차로 재탄생한 것은 물론, 새마을호 열차등급으로 운영됨과 동시에 그에 걸맞는 운임을 받기 때문이다. CDC가 바로 통근열차라는 걸 감안해보면, 평화열차와 함께 코레일에게는 효자와 같은 존재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사진을 유심히 보면, 철도와 밀접한 관련된 주제가 등장하는 데, 바로 완목신호기가 되겠다. 지금이야 사용이 되지 않지만, 2004년까지 정동진역에서 완목신호기가 사용된 적이 있다고 한다. 완목신호기를 찍어둔 걸 실수로 날려버린 탓에 다음에 정동진에 갈 일이 있다면, 제대로 담고 올 생각이다.

 

 

더운 날씨는 제쳐 두고, 파란 하늘 아래 푸른 바다를 곁에 두고 달리는 바다열차를 카메라에 담은 것 역시 7500호대와 더불어 이 날의 커다란 소득이었다.

 

 

 

 

 

통근열차가 운행이 중단이 됐으니 어쩌면 이 날 탑승한 통근열차가 내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셈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되어서 그런지 내가 찍은 사진들 중에서 가장 정감이 가는 건 물론이고, 경원선의 유명 촬영포인트에 가서 찍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같이 남는다.

 

 

통근열차는 주어진 열차등급처럼 CDC라는 싸다싸라는 별명처럼 여러모로 친숙한 교통수단이었다. 여기에 타본 적이 없던 열차를 생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타보게 되어 내겐 정말 값진 의미로 남아있다.

 

 

통근열차는 2019년 3월 31일을 끝으로 운행을 중단되었다. 왜냐하면, 동두천에서 연천까지 복선전철화 공사로 인해 중단이 되었다고 하며, 경원선 관련 포스팅처럼 동두천에서 백마고지까지 통근열차를 대체할 버스가 운행된다고 한다.

 

 

통근열차에 대해 운행을 중단되었다가 경원선 복선전철화 공사가 완료되면 다시 운행을 재개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가 났다고 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분분하다.

 

 

비전철화 구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된다는 점, 운행구간보다 회송구간이 더 길다는 점, 차량의 내구연한이 도래할 시점이라 디젤동차의 특성과 맞물려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점, 전 구간 운임이 1,000원이라 비현실적인 운임 탓에 운행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라는 점, 실제로 경원선 구간은 시내버스가 수시로 운행하고 있어서 대체 교통수단이 충분하다는 점을 비춰볼 때 통근열차가 폐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만약, 통근열차가 경원선 복선전철화와 상관없이 폐지가 된다면, 통근열차가 담당했던 역할은 연천까지 들어오는 수도권 전철과 시내버스가 받게 되는 구조로 가게 될 것이다.

 

 

여기에 통근열차의 폐지는 한가지 의미를 갖게 되는데, 일제강점기 당시 2등 및 3등 객차에서 해방 후 보급 및 보통 등급, 비둘기호와 통일호로 이어져 내려오던 보통 등급 각역정차 완행 일반여객열차의 종말로 이어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즉, 통근열차의 폐지가 중요한 의의를 갖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도 통근열차는 코레일의 전산상으로 동차형 통일호로 표기가 될 정도로 통일호와 동위등급으로 분류가 되어왔다. 아마 분위기상 통근열차는 폐지가 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통일호가 퇴역한 시기가 바로 2004년 3월 31일이었으니 통일호와 동위등급인 통근열차가 퇴역한 시기가 2019년 3월 31일이라는 점을 감안해볼 때 운명적이라 하겠다. 스스로도 의미를 부여해보자면, 역사적 뒤안길로 사라지는 존재와 함께 마지막을 함께 했으니 이번 답사는 내겐 참으로 많은 주제를 던져주었던 답사가 아니었나 싶다.

 

 

 

 

 

초성리역으로 진입하는 경원선의 통근열차다.

 

 

이 사진도 당연히 처음이라는 주제와 결론으로 이어진다.

 

 

경원선 통근열차 2761, 경원선에서 처음 마주한 통근열차이자 생전 처음으로 마주한 통근열차이기도 하다. RDC야 사진으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서경주, 신녕, 동화를 다녀왔을 때 보기도 했고, 탑승해보기도 했지만, CDC로 불린 통근열차는 말 그대로 처음인 셈이다.

 

 

특히, CDC는 싸다싸라는 애칭으로 철덕들에게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통근열차의 운임이 전구간 1,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참으로 그럴 듯 하다. 마치 경원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천 원의 행복이랄까...

 

 

따뜻한 봄의 계절과 맞물려 행복이 더해진다. 청산을 따라 달리는 통근열차가 봄의 기운을 우리 곁으로 한층 가까이 전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