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사진을 찍어 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폰으로 촬영한 사진인데 얼마 전에야 새롭게 발견했다. 사진을 촬영한 날짜를 보면서 예전 희방사, 탑리, 화본, 반곡을 목표로 다녀왔던 걸 기억에서 끄집어낼 수 있었다. 사진뿐만 아니라 기존에 올렸던 서울 동대구 1309 무궁화호 열차 승차권도 다시 꺼내 본다. 승차권까지 꺼내 보면서 기억이 더욱 또렷하게 난다.

 

 

서울을 떠날 때 펼쳐진 야경을 시작으로 동대구역에 도착했을 무렵 시원함과 서늘한 기운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중앙선을 처음으로 탑승하면서 탑리, 화본, 희방사 등 특색 있고 아름다움을 지닌 절경을 지닌 기차역을 거칠 때 느꼈던 성취감과 풍경에 빠져들던 황홀함마저 떠올리게 된다. 한 가지 흠이었다면 아침 저녁으로는 가을의 일교차가 있어서 낮에 덥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옷차림으로 갔던 기억이다. 반곡까지 이어오면서 체감했던 더위를 제외하곤 만족할 만한 답사였다.

 

 

2018년이 덥기는 정말 더웠던 해였다. 불과 2년 전이었지만, 장마마저 반짝으로 끝나면서 6월 말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무더위는 8월 말이 되어서야 진정될 기미가 보였다. 무더위의 여진이 10월 중순에도 느껴질 정도였으니 2018년의 무더위는 기네스북에 남기에 충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견뎠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동대구까지 운행한 무궁화호 1309 열차도 2018년 12월 격변의 시기를 맡게 되는데, 내가 다녀오고 난 뒤 두 달이 지나 무궁화호 1317로 개편이 됐고, 동대구에서 대전으로 구간이 단축되었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이 날 발권한 승차권이 나름 의미를 가진 승차권이 되었다는 점도 내겐 특별했다. 또한, 찍어놓은 사진도 시간이 지났을 때 힘을 발휘한다는 것도 새삼스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