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내년 초에 이설을 앞두고 있는 웅천역이 떠올랐다.

 

 

장항선 2단계 개량사업에 따라 웅천역도 선로와 역사가 모두 이전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예정대로 라면 장항선은 2년 뒤인 2022년까지 복선전철화로 개량된다고 하나 아마 시일이 걸릴 것을 예상하면 수년이 지나서 완공이 되리라 생각된다. 장항선 2단계 개량사업은 남포에서 간치 구간이 완료될 예정이고, 완료시 간치역이 폐역될 예정이다. 이미 2018년 동백정역까지 운용되는 서천화력선이 폐지됨으로서 간치역의 기능도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동전의 양면처럼 새로 생기는 존재가 있는 반면, 없어지는 존재가 있기 마련이다. 새로 등장하는 이에 대한 기대와 없어지는 이에 대한 그리움이 공존하는 게 사람들에게 던져진 숙명이 아닌가 싶다.

 

 

새로운 웅천역은이 현 위치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으로 이전한다고 한다. 웅천고등학교 인근으로 이전된다고 하는데 추후 보령을 방문하게 될 때 새로운 웅천역도 필히 방문할 생각이다.

 

 

 

 

 

그간 장항선에서 찍었던 여객열차들을 처음부터 살펴봤다.

 

 

장항선에서 찍었던 열차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서 얻었던 공통점은 바로 7300호대가 견인했던 열차들이 주가 됐다는 점이다. 7400호대도 있긴 하다. 의도했던 건 아니었지만, 7300호대가 대부분이라 이번 게시물의 주제도 7300호대가 되겠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 되돌려 보면서 각각의 사진들이 하나의 추억 내지 하나의 기록으로 남았단 사실이다. 첫 번째 사진의 7333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서대전 ↔ 용산 1556 무궁화호의 경우 2016년 12월 9일 여객열차 시간표가 개정되면서 장항선을 경유하여 운행하는 서대전역 착발 여객열차가 역사로 남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네 번째 사진의 7368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153 새마을호는 PP 부수객차가 내구연한 초과로 퇴역하게 되면서 우리가 알던 새마을호 열차가 아닌 리미트 객차를 개조한 새마을호로 운행되고 있다. 우리가 알던 새마을호도 그야말로 역사로 남게 됐다.

 

 

철도의 역사로 갖는 의미뿐만 아니라 계절적인 의미로도 많이 변했다고 할 수 있다. 판교역에서 촬영한 첫 번째 사진은 7333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서대전 ↔ 용산 1556 무궁화호, 각각 청소역에서 촬영한 두 번째 사진의 7316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151 새마을호와 세 번째 사진의 7379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4891 서해금빛열차, 웅천역에서 촬영한 네 번째 사진은 7368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153 새마을호는 모두 2016년에 촬영한 사진들이다. 사진들을 보면 뿌옇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미세먼지의 공습이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미세먼지라는 단어가 언론 매체에 등장하게 되는데 2016년에 들어서 미세먼지가 우리의 일상이 됐다는 점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사진은 대천역에서 촬영한 7318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553 무궁화호이다. 대천역에서 2018년에 촬영했다. 2018년에는 장마가 엄청 일찍 끝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무더위를 겪었던 시절이다. 두 달 가까이 무더위로 연일 기록 갱신이 뉴스에 보도가 됐던 시절이기도 하다. 두 번 다시는 겪어 보고 싶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 여름이라고 보면 되겠다.

 

 

작게는 2년, 크게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이 갖는 무상함이랄까.

 

 

시간 날 때마다 했던 기차여행은 코로나로 인해 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날 찍었던 사진들이 시간이 지나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된다는 점이 사진이 주는 또 하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고추장에 뭔가 꽂힌 느낌이다.

 

 

7500호대 디젤기관차를 철암역에 갔을 때 카메라에 담게 되었는데, 2016년 가을 웅천역에 갔을 때 7600호대 디젤기관차를 카메라에 담은 게 생각나서 순차적으로 글을 올렸다.

 

 

7500호대와 7600호대 모두 고추장도색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화물 전용 기관차라는 점이다. 원래 7500호대의 경우 자석도색이었던 걸 고추장도색으로 바꾼 기관차인데, 신형 디젤기관차로 도입된 7600호대 역시 고추장도색을 적용하여 등장한 것을 감안하면 추후 도입되는 디젤기관차의 경우 고추장도색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객은 전기동차로 전환되는 걸 감안해보면, 장기적으로 기관차는 화물 견인에 집중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담이지만, 7500호대를 담았을 당시 기관차에 시동이 걸려있는 상태여서 걸걸거리는 7500호대의 엔진음까지 덤으로 들을 수 있는 보너스도 있었다. 정작 목표했던 8000호대를 담지 못해 힘이 빠지긴 했지만, 뭔가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8000호대야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그래도 인연이 닿지 않을까 싶다. 뭔가 긍정을 갖는 유쾌함을 가져보고자 한다.

 

 

 

 

 

웅천역의 답사를 마치고 무궁화호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찍었던 사진이 되겠다.

 

 

가장 최근에 생산된 디젤기관차인 7600호대 디젤기관차로 이번 포스팅의 주인공인 셈이다.

 

 

7600호대 중에서 7616호 디젤기관차이며, 운이 좋게도 기관사가 기관차에 탑승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7600호대의 경우 정선아리랑열차를 견인하는 7610호를 제외하고는 이른바 고추장도색을 하고 있는 화물 전용 기관차이다. 7500호대와 함께 화물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관차이기도 하다.

 

 

기관차 뿐만 아니라 여기에 10량이 족히 넘어 보이는 무개화차와 함께 조성이 되어 있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석탄하면 초등학교때 배우던 교과서로 인해 태백을 떠올리곤 하는데, 보령도 석탄으로 유명하다. 태백 뿐만 아니라 보령에도 보령석탄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석탄과 깊은 인연이 있는 도시라 하겠다. 실제로 웅천역을 비롯해 남포역에서도 2007년 무렵까지 석탄 화물을 꾸준히 취급했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기관차의 모습과 기관차, 화차가 함께 조성이 된 편성을 볼 수가 있었으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3년 전인 2016년에 웅천역에서 찍은 화물열차 사진을 찾아 보면서 잘 담아뒀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번에 보령을 가게 된다면, 간치역을 비롯해 마음 속으로 생각해놓은 보령의 명소들도 다녀올 생각이다.

 

 

 

좋은 기억만 남아있는 웅천역의 입장권.

 

웅천역에 갔을 때 승차권을 발권하고, 입장권도 같이 발매해줄 것을 부탁했을 때 매표창구에서 근무하던 역직원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꽤 친절하게 발매해주었다.

 

이 날도 어김없이 미세먼지로 몸도 마음도 텁텁한 상태였지만, 충청도의 구수한 인심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던 하루였다.

 

말 그대로 내겐 정감 있는 기차역이었다.

 

 

 

시간의 흐름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웅천역으로 들어오는 새마을호 1153.

 

장항선의 복선화가 완료되면 웅천역은 이전할 예정이며, 청소역과 간치역 등은 폐역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진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만약 이 때 사진을 찍지 않았더라면, 후회하고 있을 자신을 발견하고 있을 터.

 

그런 점에서 사진은 시대와 시대를 연결해준다는 점에서 기차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웅천역은 이 날 장항선의 계획된 마지막 답사역이라 그런지 한결 수월했다.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해야할까...

 

청소역에서 무궁화호의 교행을 보고 웅천역에 도착했을 때 웅천역에서 받은 인상은 정겨움이었다.

 

○ 웅천역의 역사

 

- 1931년 8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 1982년 4월 19일 역사 신축 준공

 

- 1988년 12월 20일 운전취급방식을 연동폐색방식으로 변경

 

- 1991년 9월 1일 소화물 취급 중지

 

- 2006년 11월 15일 화물 취급 중지

 

 

이미 오래전부터 영업을 시작해온 웅천역은 1982년 현재 역사를 준공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었다. 보령의 명소 중에 하나인 대천해수욕장과 달리 번잡하지도 않으면서 편안한 휴양을 즐길 수 있는 무창포해수욕장이 있는데, 무창포해수욕장을 이용하기 위해서 웅천역을 이용하는 게 더 가까운 편이다. 물론, 웅천역에서 무창포해수욕장으로 가려면, 웅천역에서 내려 시내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무창포의 내음이 전해지는 것처럼 웅천역은 내게 더 없이 편안한 존재였다.

 

 

 

현재 코레일의 신 CI 체계가 적용됨에 따라 역명판, 역간판 등이 시대에 순응하고 있으나 장항선의 비전화구간에 있고, 과거 소화물을 취급했던 장소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마치 신구조화를 이룬다고 해야할까. 신구조화를 이루면서도 거북함보다는 조화로움을 전해주고 있는 듯 하다.

 

 

 

 

웅천역의 광장 방향에서 찍은 웅천역의 첫번째 파노라마 사진인데, 찍은 사진도 만족할 뿐만 아니라 장항선의 옛 정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청소역 못지 않게 웅천역도 가치를 매길 수 없다. 이전에 청소역과 웅천역을 보며 소중한 가치를 지닌 역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사실에 서운하기만 하다.

 

 

 

 

웅천역의 역사로 들어서자마자 담소를 나누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구수하기로 소문난 충청도사투리로 담소를 나누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규모가 큰 관리역, 중추역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풍경을 시골에 있는 보통역에서는 언제든지 느낄 수 있다.

 

사람냄새가 난다고 해야할까? 시골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냄새 같은 것 말이다.

 

 

 

 

웅천역은 대천역과 다르게 G-Train으로 불리는 서해금빛열차 1왕복을 제외하곤, 장항선을 운행하는 모든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정차한다. 많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다. 이용객 역시 꾸준한 편에 속한다.

 

지금 사진을 정리하고, 포스팅을 하는 시점에서 눈에 띄는 건 당연히 서대전이다. 2016년 12월 9일 시간표 대개정이 있기 전까지 장항선을 경유하여 대전까지 기차여행을 할 수 있던 기차편 1왕복이 존재하고 있었다. 무궁화호 1556과 무궁화호 1563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탑승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이제는 서대전을 가기 위해서 익산역으로 가서 "환승"을 해야만 한다. 사실, 아무리 추억과 활용을 이야기한다 할지라도 시간이 적게 걸려야 하고, 비용도 적게 들어야 하는 효율성의 논리앞에 다 무용지물일 뿐이다.

 

 

 

 

매표창구 역시 어느 시골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표를 담당하던 직원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를 처리한 점 깊은 양해를 구한다.)

 

 

 

 

웅천역 한켠에 石공예홍보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웅천역 나름대로 특색이 마련되어 있어 색다른 맛이 있다. 각종 석공예품이라 돌로 만들었을 터인데, 돌로 어떻게 저렇게 멋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란 생각에 감탄하기도 하고, 자연을 가다듬었던 장인들의 솜씨를 보며 편안한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에 역의 가치가 더욱 올라가는 것 같다. 

 

웅천역을 보며 역이 단순히 거쳐가는 공간만이 아닌 역의 특색을 살려 문화공간으로 좀 더 승화시켜나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웅천역은 지방에 있는 시골역들의 소중한 참고서라 할 만 하다.

 

특히 시골역은 단순히 거쳐 지나가는 곳만이 아닌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춘 존재들이다. 

 

비록 적은 공간일지라도 역의 한 공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비춰볼 때 웅천역은 정말 좋은 역이다.

 

 

 

 

웅천역의 맞이방 내부가 크지도 작지도 않고, 알맞다. 기차를 기다리거나 잠시 쉬어가기 위해 모여 담소를 나눈 등 정겹고 편안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겹고 편안함이란 이런 걸 두고 말하는가 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웅천역의 소중한 정취를 간직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기에 웅천역의 곳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웅천읍의 마을 풍경이 궁금해져 역사 광장으로 나와봤다.

 

 

 

 

역사 앞 정자부터 그야말로 평온한 한 시골 마을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동네도 포근하고, 덩달아 내 마음도 포근해진다.

 

 

 

 

웅천역 광장에서 선로 방향으로 웅천역의 역사를 담아본다. 웅천역이 전해주는 넉넉한 인심처럼 파노라마 사진도 덤으로 추가했다.

 

 

 

 

웅천역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 무궁화호 기차를 기다리며 광장 방향의 파노라마 사진을 또 만들어봤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들을 수 있고,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며, 기차를 기다리는 소박한 풍경들이야말로 도시에서 관리역에서 중추역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풍경들이다. 또한, 역의 곳곳이 자연과 잘 어울리고 있는 분위기다. 기차여행도 하고, 웅천역 주변에서 자연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웅천역에서 천안역 가는 승차권을 웅천역 창구에서 구매하고, 입장권 발권도 같이 부탁을 드리니 기꺼이 발권해주시던 역직원분의 넉넉한 인심까지 이런 소중한 것들을 과연 다른 역에서 또 느낄 수 있을까 싶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시골역에서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특색을 가진 기차역이라는 공간에서 위안을 받고 힐링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시골역의 가치를 만끽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