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그간 장항선에서 찍었던 여객열차들을 처음부터 살펴봤다.

 

 

장항선에서 찍었던 열차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서 얻었던 공통점은 바로 7300호대가 견인했던 열차들이 주가 됐다는 점이다. 7400호대도 있긴 하다. 의도했던 건 아니었지만, 7300호대가 대부분이라 이번 게시물의 주제도 7300호대가 되겠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 되돌려 보면서 각각의 사진들이 하나의 추억 내지 하나의 기록으로 남았단 사실이다. 첫 번째 사진의 7333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서대전 ↔ 용산 1556 무궁화호의 경우 2016년 12월 9일 여객열차 시간표가 개정되면서 장항선을 경유하여 운행하는 서대전역 착발 여객열차가 역사로 남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네 번째 사진의 7368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153 새마을호는 PP 부수객차가 내구연한 초과로 퇴역하게 되면서 우리가 알던 새마을호 열차가 아닌 리미트 객차를 개조한 새마을호로 운행되고 있다. 우리가 알던 새마을호도 그야말로 역사로 남게 됐다.

 

 

철도의 역사로 갖는 의미뿐만 아니라 계절적인 의미로도 많이 변했다고 할 수 있다. 판교역에서 촬영한 첫 번째 사진은 7333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서대전 ↔ 용산 1556 무궁화호, 각각 청소역에서 촬영한 두 번째 사진의 7316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151 새마을호와 세 번째 사진의 7379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4891 서해금빛열차, 웅천역에서 촬영한 네 번째 사진은 7368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153 새마을호는 모두 2016년에 촬영한 사진들이다. 사진들을 보면 뿌옇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미세먼지의 공습이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미세먼지라는 단어가 언론 매체에 등장하게 되는데 2016년에 들어서 미세먼지가 우리의 일상이 됐다는 점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사진은 대천역에서 촬영한 7318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553 무궁화호이다. 대천역에서 2018년에 촬영했다. 2018년에는 장마가 엄청 일찍 끝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무더위를 겪었던 시절이다. 두 달 가까이 무더위로 연일 기록 갱신이 뉴스에 보도가 됐던 시절이기도 하다. 두 번 다시는 겪어 보고 싶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 여름이라고 보면 되겠다.

 

 

작게는 2년, 크게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이 갖는 무상함이랄까.

 

 

시간 날 때마다 했던 기차여행은 코로나로 인해 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날 찍었던 사진들이 시간이 지나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된다는 점이 사진이 주는 또 하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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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어 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폰으로 촬영한 사진인데 얼마 전에야 새롭게 발견했다. 사진을 촬영한 날짜를 보면서 예전 희방사, 탑리, 화본, 반곡을 목표로 다녀왔던 걸 기억에서 끄집어낼 수 있었다. 사진뿐만 아니라 기존에 올렸던 서울 동대구 1309 무궁화호 열차 승차권도 다시 꺼내 본다. 승차권까지 꺼내 보면서 기억이 더욱 또렷하게 난다.

 

 

서울을 떠날 때 펼쳐진 야경을 시작으로 동대구역에 도착했을 무렵 시원함과 서늘한 기운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중앙선을 처음으로 탑승하면서 탑리, 화본, 희방사 등 특색 있고 아름다움을 지닌 절경을 지닌 기차역을 거칠 때 느꼈던 성취감과 풍경에 빠져들던 황홀함마저 떠올리게 된다. 한 가지 흠이었다면 아침 저녁으로는 가을의 일교차가 있어서 낮에 덥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옷차림으로 갔던 기억이다. 반곡까지 이어오면서 체감했던 더위를 제외하곤 만족할 만한 답사였다.

 

 

2018년이 덥기는 정말 더웠던 해였다. 불과 2년 전이었지만, 장마마저 반짝으로 끝나면서 6월 말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무더위는 8월 말이 되어서야 진정될 기미가 보였다. 무더위의 여진이 10월 중순에도 느껴질 정도였으니 2018년의 무더위는 기네스북에 남기에 충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견뎠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동대구까지 운행한 무궁화호 1309 열차도 2018년 12월 격변의 시기를 맡게 되는데, 내가 다녀오고 난 뒤 두 달이 지나 무궁화호 1317로 개편이 됐고, 동대구에서 대전으로 구간이 단축되었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이 날 발권한 승차권이 나름 의미를 가진 승차권이 되었다는 점도 내겐 특별했다. 또한, 찍어놓은 사진도 시간이 지났을 때 힘을 발휘한다는 것도 새삼스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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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맞아 동해역을 기점으로 하는 무궁화호 행선판들이 새롭게 탄생했다.

 

 

첫 번째 사진의 강릉 ↔ 동해 구간의 무궁화호 RDC의 행선판을 제외하곤 두 번째 사진과 세 번째 사진의 동대구, 부전 방향의 열차들은 동해역이 아닌 강릉역까지 운행하던 열차들이었다. 마치 열차의 주인이 바뀐 셈이다.

 

 

올해 3월 초에 여객열차의 개편이 단행되면서 동해역이 시종착역의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여객열차의 개편과 바뀐 행선판을 보면서 무궁화호의 역할도 점차 축소되는 걸 느낀다. 왕년의 무궁화호가 갖는 역할이 작아진다고 해야 할까.

 

 

예전 같으면 강릉역까지 가는 열차가 동해역에서 멈추면서 이러한 현실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무궁화호의 구간이 축소되는 것과 예전처럼 객차형 열차를 접하는 빈도도 줄어드는 느낌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동차형 여객열차의 모습을 더 자주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 사진과 세 번째 사진의 행선판은 같은 열차다. 부전 ↔ 동해 구간을 운행하는 1682 무궁화호 열차가 운행을 마치고, 동해 ↔ 동대구 구간을 운행하는 1673 무궁화호 열차로 새롭게 운행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동해역에 도착하자 역직원들이 행선판을 바꿔 놓은 것이다. 1682 열차가 운행을 마치고 1673으로 운행하는 것도 처음 봤다. 무궁화호 RDC와 신기역을 목표로 다녀왔던 답사가 즐거웠던 게 바로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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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수집한 CDC 디젤동차의 베리에이션들이다.

 

 

CDC 디젤동차를 처음 접했던 건 개조형이었던 무궁화호 RDC였고, 카메라에 처음으로 담았던 건 평화열차 DMZ-Train이었다. 평화열차 DMZ-Train에 이어 CDC 디젤동차, 바다열차, RDC 무궁화호의 순서로 카메라에 담았다. 하나 빼곤 다 담은 셈이다. 아직 담지 못한 한 가지가 과거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였던 경북나드리열차다. 한 종류씩 찍었던 게 어느덧 한 종류만 남게 되었다.

 

 

지금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면서 역시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사실이다. 당시 보통 등급 여객 완행 열차인 통근열차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평화열차와 경원선, 초성리역과 전곡역까지 아울러서 다녀왔던 게 벌써 일 년이 훌쩍 지났다. 목표했던 8000호대 전기기관차를 놓치고, 정동진역에서 바다열차를 담았던 시절도 일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영동선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RDC를 담았던 것도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이렇게 찍어 둔 사진을 보고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것도 재미지다는 생각이 든다. 초성리역에서 스텝이 꼬였던 것과 보기 좋게 8000호대 전기기관차를 놓치고, 바다열차라도 담자는 생각에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정동진역에서 대기타던 시간까지 기억의 한 편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보면 시간이 아니라 사진이 약이라는 생각이다. 코로나가 진정되고 경북나드리열차를 담아서 2019년의 시간도 다시 한 번 회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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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의미를 갖는 승차권이다.

 

 

첫 번째로 처음으로 발권한 무궁화호 RDC의 승차권이라는 점이다. 열차의 탑승을 위해서 또는 단순히 수집을 위한 목적으로 발권한 승차권들 중에서 무궁화호 RDC 승차권이 없었다. 물론, 무궁화호 RDC를 예전에 탑승한 적은 있었지만, 승차권을 수집하기 전에 탑승했던 터라 수집한 승차권은 없었다.

 

 

두 번째로 역사 속으로 남게 된 승차권이라는 점이다. 강릉 ↔ 동해 구간을 운행하는 셔틀열차가 전부 6월 1일부로 누리로로 운행하게 되면서 역사적인 의미를 갖게 된 승차권이 되었다. 동시에 동해역에서 촬영한 무궁화호 RDC 열차와 행선판도 역사적인 의미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지금 와서 보면 단기간만 운행하고 종료된 열차의 승차권을 확보한 것도 처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승차권도 수집하기 위한 목적에서 발권한 승차권이다. 이번 승차권과 관련되어 나름의 에피소드가 존재한다. 동해역에서 무심결에 동해 ↔ 강릉 구간의 승차권을 발권하려고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동해 ↔ 정동진 구간으로 발권할 수 있었다. 금전적인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강릉까지 발권했다면 운임이 2,900원을 지불했겠으나 역직원의 보이지 않는 배려로 정동진까지 발권해서 기본운임인 2,600원에 발권할 수 있었다. 역직원의 친절함과 보이지 않는 배려에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무궁화호 RDC와 신기역을 목표로 철도와 함께 한 하루였는데, 정말로 기분 좋은 기억만 남아 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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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발권한 차내승차권이 되겠다.

 

 

차내승차권을 발권한지도 어느덧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처음으로 차내승차권을 발권한 시기가 2018년 청소 ↔ 대천 구간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1557 열차에서였다. 그래서 이번 신기 ↔ 동해 구간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1682 열차에서 발권한 승차권은 처음의 의미를 갖는 건 아닌 셈이다.

 

 

차내승차권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승차권과는 다른 맛이 있다. 발행창구에 적혀진 숫자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신기역에서 매표창구를 지금도 운영했다면 신기역에서 승차권과 입장권을 각각 발권했겠지만, 이미 2010년 5월 무렵에 매표창구의 운영이 중지되고, 승차권 차내취급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그야말로 옛날 일이 되어 버렸다. 마침 차내승차권을 발권하고 싶었던 터라 신기역의 승차권도 수집하고 싶은 생각에서 차내승차권을 발권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승차권 차내취급역으로 차내승차권 발권시 별도의 추가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차내승차권은 보관하는 과정에서 귀퉁이가 살짝 찢어졌다. 이번 답사의 한 가지의 흠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온전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심하게 훼손된 건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

 

 

이렇게 갖고 싶었던 차내승차권도 두 번째로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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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의미를 갖는 동해역 종착 승차권이 되겠다.

 

 

1682 열차는 여러 차례 탑승한 적이 있는 열차지만, 종착역이 강릉역 내지 정동진역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3월 태백선, 영동선 계통 일반열차의 시종착역이 강릉역에서 동해역으로 조정됨에 따라 승차권에 찍힌 종착역은 동해역이 되는 셈이다.

 

 

같은 열차번호를 갖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떠올리게 된다. 일반열차 감축 및 무궁화호 자연 도태에 따라 향후에는 운행하는 열차등급도 변경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신기역이 승차권 차내취급역이라 돌아올 때를 대비해 동해역에서 미리 승차권을 발권했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차내승차권도 추가로 확보하고 싶어서 소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차에 탑승했을 때 신기 ↔ 동해 구간의 차내승차권도 여객전무로부터 별도로 발매를 했다. 신기역을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승차권 차내취급역이라 별도의 추가금이 붙지 않아서다. 매표창구를 운영하는 역에서 차내승차권을 발매하면 기본 운임에다가 추가금이 별도로 붙는다.

 

 

추후에 그간 확보한 무궁화호 1682 열차의 승차권을 통해서 시대적인 정리를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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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2 무궁화호 열차의 역사를 설명하는 사진이라 하겠다.

 

 

전에도 올렸던 사진이라 중복의 의미가 강하지만 시간적 흐름을 설명하기 위해서 같이 첨부했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사진이 2017년 1월 1일 동백산역에서 촬영한 부전 ↔ 정동진 구간의 1682 무궁화호 열차이고, 두 번째 사진이 2019년 5월 29일 석포역에서 촬영한 부전 ↔ 강릉 구간의 1682 무궁화호 열차이다. 이 두 사진이 예전에 촬영한 사진을 다시 올리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사진이 2020년 5월 23일 신기역에서 촬영한 부전 ↔ 동해 구간의 1682 무궁화호 열차이다.

 

 

같은 1682 무궁화호 열차지만, 이들 열차는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강릉역 지하화가 되기 전까지는 디젤기관차가 견인했다. 강릉역 지하화가 완료되고 정동진역에서 강릉역으로 시종착역이 변경되면서 영주역에서 기관차 교체가 이뤄지기 시작한다. 영주역까지는 디젤기관차가 견인하고, 영주역에서 기관차가 교체되어 강릉역까지 전기기관차가 운행하는 형태를 띄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를 맞아 또 다시 시종착역이 강릉역에서 동해역으로 조정되면서 부전 ↔ 동해 구간으로 새롭게 바뀐 것이다. 즉, 운용되는 기관차의 형태가 바뀌었다는 것과 시종착역이 역사 신축, 열차 운용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변경됐음을 의미한다. 같은 열번의 열차지만, 상기한 이유 등으로 인해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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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선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동력분산식 전기동차 누리로이다.

 

 

과거 강릉역이 시종착역일 당시에는 전기기관차와 객차로 구성된 객차형 열차가 주류였으나 동해역으로 시종착역이 조정되면서 동력분산식 누리로가 주류가 되었다.

 

 

간선 전기동차인 EMU-150의 추가 발주분이 도입되고 나면 일반열차들 상당수가 객차형 열차가 아닌 동차형 열차로 바뀔 것이다. 코레일이 전동차로 패러다임을 바꾸게 된 주된 이유가 바로 누리로였다. 누리로가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 셈이다. 누리로 인해 노후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객차형 열차가 아닌 전동차로 바뀌게 된 것이다. 전동차라 유지비가 싸고, 열차 입환 및 조성에 드는 인건비가 줄어드는 장점이 컸기 때문이다. 즉, 비용 절감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고 볼 수 있다.

 

 

태백선의 누리로가 등장하게 된 이유가 열차 운용의 효율화로 볼 수 있겠다. 무궁화호의 객차 부족과 맞물려 태백선에 운용되던 무궁화호 객차가 주요 간선 및 로컬선으로 이동하고, 주요 간선과 로컬선에 사용되던 누리로가 태백선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이번 답사는 그야말로 대세가 된 누리로를 확인하고 온 것으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 사진이 신기역에서 촬영한 1640 누리로 열차이고, 두 번째 사진과 세 번째 사진이 동해역에서 촬영한 1633 누리로 열차인데 이들 사진이 누리로가 대세가 됐음을 설명하는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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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역을 출발한지 30분을 조금 못 미쳐 신기역에 도착하였다.

 

 

열차를 타보는 것도 오랜만이고, 기차역을 답사하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5월 하순의 시기라 어느덧 날씨도 봄과 여름의 경계에 해당했다. 움직여도 땀은 나지 않지만 더위를 느끼는 날씨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봄의 시간은 줄어들고 여름의 시간이 늘어가는 것만 같다.

 

 

온갖 고생을 하며 8000호대를 카메라에 담은 시기가 2019년 8월이니까 아홉 달이 훌쩍 지난 동안 아름답기로 소문난 태백선과 영동선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들 노선의 시종착역이 강릉역에서 동해역으로 옮겨졌다는 것과 환승 수요를 위해서 무궁화호 RDC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강릉역에서 동해역으로 옮겨졌다는 사실을 겪으면서 마치 한 지역의 터줏대감이 어떠한 이유로 물러난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정작 터줏대감이 물러났는데 터줏대감의 영향력이 필요해서 이를 위해 또 다른 무언가가 생겼달까. 주제와는 상관없지만 강릉선의 KTX가 동해역까지 연장됐다는 것도 많은 변화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덜컹 거리는 전기기관차와 객차 조합의 무궁화호가 아닌 가감속을 바탕으로 한 동력분산식의 전기동차 누리로가 운행하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컬쳐 쇼크로 정의해 두고 싶다. 과거 여객열차의 주류가 객차형 열차였다면 이제는 전기동차를 위시로 한 동차형 열차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이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영동선과 태백선 등지에서도 객차형 열차인 무궁화호가 아닌 동차형 열차인 누리로가 운행되는 것을 보며 더욱 확실해졌다. 2018년에 충북선의 누리로를 탑승할 때도 그랬지만, 가감속이 좋아서 승차감도 상당히 편안한 느낌이었다. 객차형 열차의 투박함과는 다르게 동차형 열차의 세련됨이 훨씬 가까이 다가온다.

 

 

동해역을 떠나 처음 정차한 역이지만 탑승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마저 내리는 사람도 나 혼자다. 1분 간의 정차시간이 지나 누리로는 출입문을 닫고 청량리를 향해 유유히 떠난다.

 

 

 

 

 

 

 

 

 

 

그간 몇 번 지나쳤던 곳을 이제야 마음먹고 찾아왔다. 한 번쯤 오겠다고 다짐하고 나서 몇 년이 지났을 거다. 이런 저런 것에 묻혀 살다가 오는 셈이다. 열차가 지나간 다음 플랫폼에서 도계, 태백 방향의 선로와 동해, 강릉 방향의 선로를 돌아본다. 역 주변이 조용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황량하진 않다.

 

 

몇 번 지나칠 때는 몰랐는데, 산 중턱에 있는 듯한 기차역과 주변에 있는 마을이 보다 편안하게 다가온다.

 

 

 

 

 

 

 

 

 

 

영주역 기점 127.6㎞. 기점인 영주역까지 절대로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 신기역의 역사

 

 

- 1940년 7월 31일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 1950년 1월 29일  역사 소실

 

 

- 1958년 8월 1일  역사 신축 준공

 

 

- 1977년 7월 1일  화물 취급 중지

 

 

- 1992년 1월 22일  현재 역사로 이전

 

 

- 1993년 4월 10일  소화물 취급 중지

 

 

- 1997년 11월 20일 무궁화화 통일호 열차 정차 및 철도승차권 단말기 설치

 

 

- 2004년 4월 1일  통일호 폐지로 무궁화호만 정차

 

 

- 2010년 5월 17일  승차권 차내 취급 지정 및 철도승차권 단말기 철거

 

 

- 2020년 3월 2일  당역 정차하는 태백선 열차 누리로로 변경

 

 

 

 

 

 

 

 

 

 

관심을 많이 못 받는 역이라 역명판과 각종 표식에서 시간의 흔적이 나타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모습이 더욱 고색창연하게 느껴진다. 낡았다고 멋이 없는 게 아니라 낡은 것 나름대로 멋은 있는 것이다.

 

 

플랫폼의 놓여진 벤치도 고색창연함을 배가시켜준다. 플랫폼과 주변 분위기와 뭔가 어울리는 멋이 있다. 예전이었다면 멋들어진 분위기와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더욱 어우러졌을 것이다. 열차 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삼삼오오 벤치에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모습이 그려진다. 교통이 발달하고, 젊은층의 이촌향도가 가속화되고 시골 마을이 점차 힘을 잃어가면서 이런 모습도 점차 옛말이 되어 간다.

 

 

시간의 그림자가 기차역에서 느껴지는 모습이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예전에는 맞이방의 출입문 주변을 동굴의 형상으로 꾸며 놓은 적이 있었으나 오래 전에 옛말이 되었다고 한다. 동굴의 형상으로 꾸며 놓은 것도 이유가 있었는데, 역 주변에 삼척의 명소인 환선굴이 있기 때문이다. 삼척 역시 인접 도시인 동해와 마찬가지로 석회암 지대로 동굴이 발달한 곳이다. 듣기로 역에서 동굴까지 차량으로 10분에서 15분 내외의 위치에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지역의 명소를 적극 홍보하는 듯 했다.

 

 

동굴의 형상은 온데간데없이 나무가 구름사다리 형태로 방문객들을 반겨준다. 돌로 제작된 석재와 둥그스름한 돌로 둘러쌓인 조그만 텃밭에 있는 조형목이 아기자기하다. 역의 멋을 한껏 살려준다.

 

 

나무 덩굴 아래에 있는 벤치도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제격이란 생각이다. 산 중턱에 있는 역치고는 사람 친화적인 역이라 하겠다. 근처에 지나가다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역을 방문해 쉬고 가는 것도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역사의 덩치와는 다르게 맞이방은 단촐하다. 규모는 단촐하지만 여객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은 없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객 수요가 미미한 탓에 2010년에 철암역과 함께 승차권 차내 취급역으로 지정됐다. 승차권 차내 취급역으로 지정되면서 승차권 발매단말기가 철거되었다. 한편, 철암역은 중부내륙순환열차와 백두대간협곡열차의 개통과 맞물려 승차권 차내 취급역에서 승차권 발매역으로 재지정되면서 매표창구가 다시 운영되기에 이른다.

 

 

승차권 차내 취급역으로 전환된 이후에 수요 부족으로 여객열차도 점진적으로 감축되어 지금은 상행 4회, 하행 3회 등 총 7회의 여객 열차만이 정차한다. 정차하는 열차를 보더라도 이곳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쇠퇴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교통의 발달과 인구 감소가 이어지면서 여객 열차의 감축까지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역사가 우뚝선 존재이다. 주변 마을과 비교해봤을 때 역사가 뭔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그러한 이질적인 점이 기차역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는 모습이다.

 

 

주변 민가와 큰 도로로 가는 길은 여느 시골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게 왠지 모르게 좋다. 낯선 사람의 등장으로 열렬히 짖어대는 개 말고는 전반적인 마을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편안하다.

 

 

가끔 시골 마을로 가고 싶은 이유도 조용한 분위기 속에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주요 기차역보다 이렇게 시골에 있으면서 역직원들도 있는 역들을 선호하는 이유가 그래서다. 분위기도 좋았고, 역직원들도 정말 친절했다.

 

 

조용하고 편안한 곳에 왔으면 걷는 것이 인지상정. 동해로 가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길을 따라 걸었다.

 

 

 

 

 

 

 

 

 

 

동굴의 형상을 한 조형물을 통해 삼척이라는 걸 알려주는 듯하다. 주변에 환선굴과 또 다른 동굴인 대금굴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환선굴도 유명하지만 대금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서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한다.

 

 

사진에는 없지만, 길 건너편에 마트와 같이 운영되는 시외버스정류소가 위치하고 있다. 위치와는 다르게 기차가 아니더라도 역을 오고갈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건널목의 느낌이 뭔가 색다롭다. 건널목의 형태와 위치가 전에 보던 것과는 달라서 신기로웠다.

 

 

건널목하면 떠오르는 표지판과 구성 요소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시간여행하기에 정말 충분했다. 편안함 속의 시간여행으로 정의하고 싶은 마음이다. 다시 역으로 걸어가는 길이 따뜻하기만 하다.

 

 

 

 

 

 

 

 

 

 

역직원의 안내를 받아 기다리는 동안 8236호 전기기관차가 견인하는 무궁화호가 구내로 들어오고 있다. 1682 열차는 1682 열차인데, 내가 기존의 이용하던 것과는 또 다른 차이가 존재한다. 종착역이 강릉이 아닌 동해가 되겠다. 1682 열차 자체는 몇 차례 이용하던 열차지만, 행선지가 강릉이 아닌 동해란 사실이 신선하기만 하다.

 

 

이번에도 내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타는 사람은 그저 나 혼자다. 신기역에서 겪었던 하루는 따뜻하고 마음 편안한 날이었던 데 반해, 한편으로는 시골 기차역들의 어두운 단면도 같이 보게 되어서 쓸쓸함도 공존했다. 불가능한 이야기겠지만, 시골 기차역들도 사람이 북적이고 마음 편안한 기분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마지막 사진은 역에서 내리자마자 찍었던 광장 방향 역사 사진이다. 이번 답사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개인적으로 잘 찍었다고 생각한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역사 사진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신기역에서 느꼈던 동굴과 철도 사이의 신기로움은 조용함과 편안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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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삼척시 신기면 신기리 163-1 | 신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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