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휴일이던 한글날을 맞아 머리를 식힐 겸 정동진역을 다녀왔다.

 

이 날 한글날을 마치 반겨주듯 하늘도 맑았고, 바다와 날씨 모두 푸른빛을 보여주었다.

 

사실, 정동진역은 간이역이라 부르기에는 다소 어중간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과거야 어엿한 바다를 끼는 아름다운 간이역 그 자체였지만, 히트를 쳤던 드라마가 대중에게 나오며 간이역의 범주에서는 벗어났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간이역이면 어떻고, 간이역이 아니면 어떠랴...

 

역직원이 있고, 열차를 탑승하는 사람들도 있고, 역 자체가 하나의 관광지가 되어 사람을 맞이하는 온전히 역으로서 역할을 다하면 그뿐이 아닐까?

 

 

 

○ 정동진역의 역사

 

- 1962년 11월 6일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 1962년 11월 11일 현재 역사 준공

 

- 1988년 1월 1일 소화물차 취급 중지

 

- 1996년 1월 1일 여객 취급 중지

 

- 1997년 3월 15일 플랫폼 구조 변경 및 여객 취급 재개

 

- 2002년 7월 16일 태백선 새마을호 열차 정차 (2006. 10. 31일 까지)

 

- 2005년 9월 1일 전철화 개통

 

- 2005년 9월 30일 화물 취급 중지

 

- 2014년 9월 15일 원주 ↔ 강릉선 공사로 인하여 임시 시종착역 기능 수행 

 

 

 

 

 

 

정동진역의 기둥형 역명판이 반겨주고 있었다. 기둥형 역명판을 뒤로한 푸른 바다에서 내는 푸른 내음을 전해주며 마치 날을 잘 잡았다고 반겨주는 듯했다.

 

 

 

 

소위 말하는 근성열차로 불리는 1691 정동진 ↔ 부산의 무궁화호 열차가 떠난 뒤였다. 어딘가로 떠나는 이들을 태운 무궁화호 열차는 출발하고, 정동진역을 여행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 역을 둘러보거나 푸른 바다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듯했다. 푸른 날씨와 푸른 바다를 보며 그간 나도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가 시나브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렇듯 정동진역은 바다와 하늘, 더 나아가 자연을 사람에게 전해주는 소중한 존재인 듯 싶다. 

 

 

 

 

푸른 바다, 푸른 하늘과 잘 어울리는 소나무가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실, 정동진역하면 떠오르는 소재 중에 하나가 바로 소나무이다. 정동진역을 떠올려주는 소나무의 존재가 바다와 하늘, 그리고 자연과 꽤나 잘 어울렸다. 자신의 존재를 숨기던 태양이 비추며 가을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정동진역의 상징이자 정동진역을 크게 도약시킨 모래시계 소나무이다. 그렇다. 바로 정동진역을 크게 부흥시킨 존재이자 정동진역을 방문하면 둘러보게 된다는 모래시계 소나무이다. 정동진역을 부흥시킨 드라마가 바로 박상원씨, 고현정씨, 최민수씨가 출연한 모래시계이다.

 

뒤에도 나오겠지만, 고현정씨가 플랫폼으로 나가는 장면은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장면 중 하나일 것이다. 비록 내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지만, 내가 찍은 사진치고는 꽤나 잘 나온 것 같아 지금도 꽤 마음에 드는 사진 중에 하나이다.

 

모래시계 소나무와 푸른 바다,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하이라이트로 손꼽아도 어색하지 않을 그런 사진이라 하겠다.

 

과거 비둘기호만 정차하던 정동진역이 모래시계를 만나 통일호, 무궁화호, 더 나아가 새마을호와 관광열차인 바다열차까지 정차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여행지로 각광받는 곳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상전벽해란 말이 바로 이런 것인가보다.

 

상전벽해의 이면에는 간이역이라는 이미지와 정취가 다소 퇴색하기는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는 역이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모래시계 소나무만큼은 아니지만, 위에 찍힌 이름 모를 소나무도 마음에 든다. 이 날은 마치 내게 정동진역의 정취를 만끽하도록 마련해준 자리 같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역의 곳곳에는 뒤이어 나올 시비와 증기기관차를 형상화한 대리석이 놓여있었다.

 

 

 

 

정동진역의 역사에 새로 건립된 맞이방이 다소 이질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비록 전철화가 대세라지만, 그래도 전선이 뭔가 풍경을 제약하는 요소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 같다.

 

 

 

 

역명판은 코레일의 기본 양식을 따르고 있었다.

 

 

 

 

2007년 7월 25일 CDC차량을 개조하여 탄생한 바다열차의 안내판이 강릉역의 공사 관계로 지금은 정동진역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다열차는 영동선의 지선으로 여겨지는 삼척선을 이용하여 삼척역까지 가는 열차라 나름 특별하고 각별하다고 볼 수 있겠다. 삼척역의 몇 안되는 여객열차 중에 하나가 바로 바다열차이니까. 

 

 

 

 

정동진역의 또다른 상징인 정동진 시비이다.

 

신봉승 시인의 정동진이라는 시인데, 정동진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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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신봉승

 

벗이여,

 

바른동쪽

 

정동진으로 떠오르는 저 우람한

 

아침 해를 보았는가.

 

 

큰 발원에서

 

작은 소망에 이르는

 

우리들 모든 번뇌를 씻어내는

 

저 불타는 태초의 햇살과

 

마주서는 기쁨을 아는가.

 

 

벗이여,

 

밝은 나루

 

정동진으로

 

밀려오는 저 푸른 파도가

 

억겁을 뒤척이는 소리를 들었는가.

 

 

처연한 몸짓

 

염원하는 몸부림을

 

마주서서 바라보는 이 환희가

 

우리 사는 보람임을

 

벗이여, 정녕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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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역의 진정한 상징인 정동진역의 역사이다. 근무하던 역직원에게 들은 바로는 지금 사진으로 보여지고 있는 정동진역 역사의 맞이방은 정동진역 미술관으로서 역할이 바뀐 상태이고, 과거 역무실은 여객전무 등 승무원들이 대기하고, 운전취급 등 역무 공간으로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정동진역의 마지막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경복궁 광화문의 정동쪽 정동진을 상징하는 푯말이다. 모래시계와 더불어 정동진역을 더욱 부각시키는 존재라 하겠다.

 

 

 

 

정동진역의 옆에는 레일바이크가 활성화되어 운영되고 있는 데 휴일을 맞아 사람들이 레일바이크에 여념이 없었다. 푸른 자연을 만끽하며 레일바이크를 탄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정동진역의 곳곳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도 기존에 있는 존재들과 함께 보다 동화될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라 적고 욕심이 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 사진이야말로 과거 정동진역이 순수한 간이역이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 아닐까 한다. 어떻게 보면 정동진역이 정동진역 다운 사진이라고 자부하고 싶다.

 

 

 

 

 

이처럼 정동진역의 옛 맞이방은 정동진역 미술관으로서 제2의 인생을 맞이하게 되었다. 역사 안켠에 있는 고현정씨가 플랫폼으로 나가는 장면을 그림으로 보여주며 정동진역이 모래시계의 촬영지이자 모래시계역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존재라 하겠다.

 

천고마비의 가을이라는 계절과 푸른 내음이 흘러나오는 푸른 바다, 그리고 푸른 하늘을 보며 몸도 마음도 푸름이 가득해지는 것 같아 꽤 맑고 상쾌한 시간이었다.

 

늘 이야기하는 거지만, 자연과 사람이 한 자리에 어울리는 역들이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