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강원도 원주시의 낭만 기차역인 반곡역과 동화역도 소임을 다하고 역사의 뒷편으로 물러나게 됐다.

 

 

두 역사 모두 2018년에 방문했었는데 은은하면서도 편안한 풍광에 푹 빠졌던 기억이 아련히 남아 있다. 원주는 강원도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도시인데 큰 도시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편안함을 주는 곳이 있다는 점에 크게 놀랐다.

 

 

동화역과 반곡역, 두 역사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은은하면서도 편안한 풍광을 자랑하는 점, 조그마한 보통역이라는 점이 두 역이 갖는 공통점이라 볼 수 있다. 동화역은 그야말로 아늑한 동화처럼 교외 지역의 자그마한 마을과 어울리는 기차역인 반면, 반곡역은 혁신도시에 안에 있는 기차역이라는 특성에 맞게 숨겨져 있는 보물과도 같은 존재라 하겠다.

 

 

아름다운 정취를 자랑하는 기차역이 역사의 뒷편으로 물러났지만 이들 역에서 느꼈던 아늑함과 편안함은 마음 속에 영원히 자리한다. 

 

 

 

 

 

내년 초에 이설을 앞두고 있는 웅천역이 떠올랐다.

 

 

장항선 2단계 개량사업에 따라 웅천역도 선로와 역사가 모두 이전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예정대로 라면 장항선은 2년 뒤인 2022년까지 복선전철화로 개량된다고 하나 아마 시일이 걸릴 것을 예상하면 수년이 지나서 완공이 되리라 생각된다. 장항선 2단계 개량사업은 남포에서 간치 구간이 완료될 예정이고, 완료시 간치역이 폐역될 예정이다. 이미 2018년 동백정역까지 운용되는 서천화력선이 폐지됨으로서 간치역의 기능도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동전의 양면처럼 새로 생기는 존재가 있는 반면, 없어지는 존재가 있기 마련이다. 새로 등장하는 이에 대한 기대와 없어지는 이에 대한 그리움이 공존하는 게 사람들에게 던져진 숙명이 아닌가 싶다.

 

 

새로운 웅천역은이 현 위치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으로 이전한다고 한다. 웅천고등학교 인근으로 이전된다고 하는데 추후 보령을 방문하게 될 때 새로운 웅천역도 필히 방문할 생각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던 희방사역도 추억의 한 페이지 속으로 들어갔다.

 

 

화본역, 반곡역, 탑리역과 함께 일정을 계획해서 다녀왔는데 역시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즈넉한 가을의 풍경과 선선한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는 날씨에 시나브로 매료됐었다. 겨울을 앞두고 더욱 화려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풍경에 감탄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이 남는다.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과 소중한 시간이 들어간 사진을 다시금 꺼내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2020년 12월 9일을 끝으로 장항선 대야역이 이설됐다.

 

 

대야역이 이설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2년 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당시 대야역에 다녀왔을 때가 생각났다. 꼭 다녀오겠다고 마음을 먹고 다녀온 거라 무더위도 싫지 않았다.

 

 

붉은 벽돌로 치장된 역사의 외관도 그렇고, 숨겨진 보물처럼 지나가게 되는 역이라 더욱 가고 싶었던 장소이기도 했다. 새로운 장소로 이설돼서 역사를 역사로 남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2년 전에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년 전, 2018년하면 끔찍했던 무더위가 생각나는데 정말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었던 심정이었다. 8월 말에 열돔을 뚫어 내는 비가 내리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무더위 속에서 피어올랐던 아지랑이처럼 2년 전 다녀왔던 기차역의 추억도 아지랑이처럼 솟아오른다.

 

 

 

 

 

찍었던 사진이 좋은 효력을 발생시킬 줄은 몰랐다.

 

 

2019년 5월 무렵 8000호대 전기기관차를 잡으러 철암역으로 가기 위해 담았던 무궁화호 11289 객차이다. 이 날은 철암역에 정작 8000호대가 아닌 8500호대 전기기관차가 있어서 이렇다 할 소득 없이 돌아와야만 했다.

 

 

철암역에 8000호대가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를 갖고, 기분 좋게 11289 객차를 담았는데 이 객차가 이번 게시물의 소재를 쓰일 줄은 2019년 5월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11289 객차가 에코레일로 편성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에코레일은 1999년 대우중공업에서 제작한 새마을호 객차 중 3량이 새마을호 도색을 한 채 운영되고 있었다. 참고로, 11174 11175 11186 이 객차들이 그야말로 최후의 새마을호 객차로 남게 됐다. 남아 있는 세 량의 새마을호 객차들이 에코레일뿐만 아니라 임시열차 내지 관광열차로도 종종 활약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무궁화호 특실을 거쳐 일반실로 활약하고 있던 11289 객차가 기존에 있던 11174 11175 11186 객차들과 함께 에코레일 도색이 칠해져 편성됐다고 한다.

 

 

11289 객차는 새마을호 일반식, 무궁화호 특실, 무궁화호 일반실, 에코레일로 편성되면서 다사다난한 운명이라고 하겠다. 에코레일로 편성됐던 1999년 대우중공업에서 제작한 새마을호 객차를 12량이 아닌 50량에서 60량 정도까지 제조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다면 무궁화호 리미트 객차를 새마을호로 개량하지도 않았을 거고, 장항선과 호남선, 전라선과 경부선 등지에서 각각 정규열차와 임시열차로 새마을호가 현역으로 활약하면서 객차 부족도 크게 문제시 되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서다.

 

 

코로나로 인해서 철도와 가까워지기 힘든 시간이지만, 기존에 찍었던 사진이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답답함이 풀려가는 것 같다.

 

 

 

 

 

그간 장항선에서 찍었던 여객열차들을 처음부터 살펴봤다.

 

 

장항선에서 찍었던 열차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서 얻었던 공통점은 바로 7300호대가 견인했던 열차들이 주가 됐다는 점이다. 7400호대도 있긴 하다. 의도했던 건 아니었지만, 7300호대가 대부분이라 이번 게시물의 주제도 7300호대가 되겠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 되돌려 보면서 각각의 사진들이 하나의 추억 내지 하나의 기록으로 남았단 사실이다. 첫 번째 사진의 7333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서대전 ↔ 용산 1556 무궁화호의 경우 2016년 12월 9일 여객열차 시간표가 개정되면서 장항선을 경유하여 운행하는 서대전역 착발 여객열차가 역사로 남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네 번째 사진의 7368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153 새마을호는 PP 부수객차가 내구연한 초과로 퇴역하게 되면서 우리가 알던 새마을호 열차가 아닌 리미트 객차를 개조한 새마을호로 운행되고 있다. 우리가 알던 새마을호도 그야말로 역사로 남게 됐다.

 

 

철도의 역사로 갖는 의미뿐만 아니라 계절적인 의미로도 많이 변했다고 할 수 있다. 판교역에서 촬영한 첫 번째 사진은 7333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서대전 ↔ 용산 1556 무궁화호, 각각 청소역에서 촬영한 두 번째 사진의 7316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151 새마을호와 세 번째 사진의 7379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4891 서해금빛열차, 웅천역에서 촬영한 네 번째 사진은 7368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153 새마을호는 모두 2016년에 촬영한 사진들이다. 사진들을 보면 뿌옇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미세먼지의 공습이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미세먼지라는 단어가 언론 매체에 등장하게 되는데 2016년에 들어서 미세먼지가 우리의 일상이 됐다는 점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사진은 대천역에서 촬영한 7318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553 무궁화호이다. 대천역에서 2018년에 촬영했다. 2018년에는 장마가 엄청 일찍 끝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무더위를 겪었던 시절이다. 두 달 가까이 무더위로 연일 기록 갱신이 뉴스에 보도가 됐던 시절이기도 하다. 두 번 다시는 겪어 보고 싶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 여름이라고 보면 되겠다.

 

 

작게는 2년, 크게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이 갖는 무상함이랄까.

 

 

시간 날 때마다 했던 기차여행은 코로나로 인해 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날 찍었던 사진들이 시간이 지나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된다는 점이 사진이 주는 또 하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어 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폰으로 촬영한 사진인데 얼마 전에야 새롭게 발견했다. 사진을 촬영한 날짜를 보면서 예전 희방사, 탑리, 화본, 반곡을 목표로 다녀왔던 걸 기억에서 끄집어낼 수 있었다. 사진뿐만 아니라 기존에 올렸던 서울 동대구 1309 무궁화호 열차 승차권도 다시 꺼내 본다. 승차권까지 꺼내 보면서 기억이 더욱 또렷하게 난다.

 

 

서울을 떠날 때 펼쳐진 야경을 시작으로 동대구역에 도착했을 무렵 시원함과 서늘한 기운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중앙선을 처음으로 탑승하면서 탑리, 화본, 희방사 등 특색 있고 아름다움을 지닌 절경을 지닌 기차역을 거칠 때 느꼈던 성취감과 풍경에 빠져들던 황홀함마저 떠올리게 된다. 한 가지 흠이었다면 아침 저녁으로는 가을의 일교차가 있어서 낮에 덥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옷차림으로 갔던 기억이다. 반곡까지 이어오면서 체감했던 더위를 제외하곤 만족할 만한 답사였다.

 

 

2018년이 덥기는 정말 더웠던 해였다. 불과 2년 전이었지만, 장마마저 반짝으로 끝나면서 6월 말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무더위는 8월 말이 되어서야 진정될 기미가 보였다. 무더위의 여진이 10월 중순에도 느껴질 정도였으니 2018년의 무더위는 기네스북에 남기에 충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견뎠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동대구까지 운행한 무궁화호 1309 열차도 2018년 12월 격변의 시기를 맡게 되는데, 내가 다녀오고 난 뒤 두 달이 지나 무궁화호 1317로 개편이 됐고, 동대구에서 대전으로 구간이 단축되었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이 날 발권한 승차권이 나름 의미를 가진 승차권이 되었다는 점도 내겐 특별했다. 또한, 찍어놓은 사진도 시간이 지났을 때 힘을 발휘한다는 것도 새삼스레 깨달았다.

 

 

 

 

 

2020년을 맞아 동해역을 기점으로 하는 무궁화호 행선판들이 새롭게 탄생했다.

 

 

첫 번째 사진의 강릉 ↔ 동해 구간의 무궁화호 RDC의 행선판을 제외하곤 두 번째 사진과 세 번째 사진의 동대구, 부전 방향의 열차들은 동해역이 아닌 강릉역까지 운행하던 열차들이었다. 마치 열차의 주인이 바뀐 셈이다.

 

 

올해 3월 초에 여객열차의 개편이 단행되면서 동해역이 시종착역의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여객열차의 개편과 바뀐 행선판을 보면서 무궁화호의 역할도 점차 축소되는 걸 느낀다. 왕년의 무궁화호가 갖는 역할이 작아진다고 해야 할까.

 

 

예전 같으면 강릉역까지 가는 열차가 동해역에서 멈추면서 이러한 현실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무궁화호의 구간이 축소되는 것과 예전처럼 객차형 열차를 접하는 빈도도 줄어드는 느낌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동차형 여객열차의 모습을 더 자주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 사진과 세 번째 사진의 행선판은 같은 열차다. 부전 ↔ 동해 구간을 운행하는 1682 무궁화호 열차가 운행을 마치고, 동해 ↔ 동대구 구간을 운행하는 1673 무궁화호 열차로 새롭게 운행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동해역에 도착하자 역직원들이 행선판을 바꿔 놓은 것이다. 1682 열차가 운행을 마치고 1673으로 운행하는 것도 처음 봤다. 무궁화호 RDC와 신기역을 목표로 다녀왔던 답사가 즐거웠던 게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간 수집한 CDC 디젤동차의 베리에이션들이다.

 

 

CDC 디젤동차를 처음 접했던 건 개조형이었던 무궁화호 RDC였고, 카메라에 처음으로 담았던 건 평화열차 DMZ-Train이었다. 평화열차 DMZ-Train에 이어 CDC 디젤동차, 바다열차, RDC 무궁화호의 순서로 카메라에 담았다. 하나 빼곤 다 담은 셈이다. 아직 담지 못한 한 가지가 과거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였던 경북나드리열차다. 한 종류씩 찍었던 게 어느덧 한 종류만 남게 되었다.

 

 

지금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면서 역시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사실이다. 당시 보통 등급 여객 완행 열차인 통근열차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평화열차와 경원선, 초성리역과 전곡역까지 아울러서 다녀왔던 게 벌써 일 년이 훌쩍 지났다. 목표했던 8000호대 전기기관차를 놓치고, 정동진역에서 바다열차를 담았던 시절도 일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영동선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RDC를 담았던 것도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이렇게 찍어 둔 사진을 보고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것도 재미지다는 생각이 든다. 초성리역에서 스텝이 꼬였던 것과 보기 좋게 8000호대 전기기관차를 놓치고, 바다열차라도 담자는 생각에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정동진역에서 대기타던 시간까지 기억의 한 편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보면 시간이 아니라 사진이 약이라는 생각이다. 코로나가 진정되고 경북나드리열차를 담아서 2019년의 시간도 다시 한 번 회상하고 싶다.

 

 

 

 

 

수집할 생각에 발권한 입장권인데 뭔가 특이점이 존재한다.

 

 

입장권에 영문으로 적힌 열차번호를 보면 열차등급과 열차번호가 나오기 마련인데, 실제 운행하는 열차가 아닌 과거에 운행했던 열차가 찍혔다. 누리로가 찍혀야 했는데 무궁화호가 찍힌 것이다. 올해 3월 1일까지는 1640 열차의 경우 무궁화호 등급이었으나 열차시간표 개정으로 인해서 누리로 등급으로 변경됐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것이겠지만, 특이점이 존재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입장권을 발권했을 때 그냥 누리로겠거니 생각하고 챙겨뒀다가 정리하는 과정에서 누리로가 아닌 무궁화호가 찍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누리로와 무궁화호가 동위동급의 열차라 그게 그거일 수도 있겠지만, 엄연히 다른 열차등급이고 다른 유형의 열차다. 그래서 더욱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다. 입장권에 나온 열차와 실제로 운행하는 열차가 다르니까.

 

 

처음에는 동해역에서 입장권을 발권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특이점과 색다름을 갖춘 입장권이라 발권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