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초성리역을 거쳐 가보고 싶은 역으로 선정한 전곡역에 이른다.

 

 

마음 같아서는 초성리, 전곡, 연천, 신탄리까지 경원선에 직원들이 근무하는 역들은 모두 다녀오고 싶었지만, 시간이 되지 않는다. 말이 좋아 초성리역 다음으로 가보고 싶은 역이었지 시간상 가능한 역이 전곡역까지였다.

 

 

개인적으로 시간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이럴 때보면 원망스럽기 그지없다.

 

 

사실, 초성리와는 달리 전곡에서도 이러저러한 사정 탓에 시간에 쫓겼던 터라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초성리역에서 이러저러한 사정이란 게 보면 어처구니 없던 거였다. 나는 연신 가져가도 괜찮다고 하는 데 반해 정작 상대방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해야할까... 뭐, 그런 일이 있었다. 내가 괜찮다는 의사 표시를 그냥 액면 그대로 이해하고, 넘어갔다면 나도 갈 길을 서두르게 재촉하지도 않아도 됐을 거고, 상대방도 굳이 시간을 빼앗기지 않았을 터인데, 이런 사정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또, 그렇게 됐다면, 나도 초성리역에서 통근열차를 타고, 전곡역에서 여유있게 주변을 돌아보며, 승차권뿐만 아니라 입장권도 발권하며 나름대로의 추억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저러한 사정 탓에 시간에 쫓기고 갈 길을 재촉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곡에서도 부랴부랴 사진 찍고, 승차권 발권하느라 역을 제대로 보기도 힘들었다. 초성리역을 지나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전곡역에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전곡역까지 뛰어갔던 나름의 우여곡절도 존재한다.

 

 

역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서둘러서 역 주변의 모습을 담기 시작한다.

 

 

초성리와는 달리 여느 지방 소도시의 한 모습이랄까, 내가 생각했던 경기도의 모습에 조금이나마 한발 다가선 느낌을 주었다.

 

 

 

 

 

 

 

 

 

 

○ 전곡역의 역사

 

 

- 1912년 7월 25일  영업 개시

 

 

- 1945년 9월  남북 분단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측의 경원선 최남단 역이 됨

 

 

- 1958년 10월 16일  현 역사 완공

 

 

- 2011년 7월 28일  집중호우로 인한 선로 유실로 영업 일시 중단

 

 

- 2012년 3월 21일  초성철교 완공으로 통근열차 운행과 영업 재개, 편도 기준 1일 6회 감편

 

 

- 2012년 7월 1일  통근열차 운행 편수 증편

 

 

- 2014년 10월 31일  수도권 전철 1호선 복선전철 착공

 

 

- 2015년 5월 29일  화물 취급 중지

 

 

- 2018년 8월 29일  전곡 ↔ 연천 구간 사이 차탄천 철교가 폭우로 침수되어 경원선 통근열차가 당 역까지만 운행

 

 

- 2018년 9월 7일  전곡 ↔ 연천 구간 사이 운행 재개

 

 

- 2019년 4월 1일  경원선 동두천 ↔ 연천 구간의 전철화 공사로 인한 통근열차 운행 중단, 일 32회 대체버스 운행

 

 

- 2022년  수도권 복선 전철 구간 완공 및 개통에 따라 전철역으로 전환될 예정

 

 

 

 

 

지난 4월 1일부로 통근열차가 운행이 중단됨에 따라 연천역까지 들어가는 화물열차와 전세객차는 초성리역으로 종착역이 변경되면서 전곡, 연천, 신탄리의 경우 역의 운영이 모두 중단되었다고 한다. 3년이 지나면 연천도 전곡도 전철역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우리나라의 주요 간선들의 전철화도 머지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2005년 무렵으로 기억하는 데, 이때도 단선이기는 하나 영동선도 전철화가 되었다. 2019년인 지금 장항선, 경원선도 장래에 전철화가 된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시나브로 전철화가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역의 한 가운데에 이처럼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떡하니 놓여있는 게 인상 깊었다. 기존에 다녔던 역들과 주는 느낌이 달라서일 것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진을 찍는 나는 나그네라는 의미를 스스로 부여해본다. 정신없이 갈 길을 가다가 숨이 차던 나그네의 모습과 일치하는 것 같다.

 

 

나그네도 여울목을 건너가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여울목을 만나 지나가는 길일 것이다.

 

 

 

 

 

 

 

 

 

 

열차가 들어오기 전 잠시 한숨을 놓으며, 승차권을 발권하고, 역사 내부를 찬찬히 살펴본다. 전곡까지 숨 돌릴 틈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편안함이 따로 없었다. 시간이 됐다면 입장권까지 같이 발권을 받았겠지만, 열차 시간이 임박해서 입장권 발권은 시간상 어려웠던 탓에 역직원은 난색을 표하며 승차권만 발권해주었는데, 전곡역에서 발권한 승차권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승차권에 보면 열차등급란에 통근열차라는 항목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경원선의 연선에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통근열차가 들어간 승차권을 갖게 된 것도 처음이었다.

 

 

경원선도 처음이고, 통근열차도 처음이고, 통근열차가 기입된 승차권도 처음이었다. 고로, 경원선은 내게 모두 처음이라는 주제와 결론으로 귀결되는가 보다.

 

 

한편, 2005년만 해도 경원선에서 한탄강역을 제외하면 역직원이 배치됐음은 물론, 역창구도 운영되어 승차권과 입장권 모두 발권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다 2007년이 지날 무렵 역운영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무인화나 승차권 차내취급 전환이 알음알음 진행되어 2019년 현재는 동두천, 소요산, 초성리, 전곡, 연천, 신탄리만 역직원이 근무하는 역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마저도 초성리는 일근제로 변하게 되었으며, 승차권을 발매하는 역으로는 동두천, 전곡, 연천, 신탄리가 전부다.

 

 

개인적으로 초성리, 전곡, 연천, 신탄리를 상정했던 이유도 바로 역직원이 근무하는 시골역이라는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용산 기점 65.2㎞. 초성리보다 용산에서 더 멀어졌다. 전곡까지 오는 우여곡절 동안 제법 먼 거리를 왔음을 알려주는 이정표인 셈이다.

 

 

 

 

 

 

 

 

 

 

다른 연선과는 달리 경원선에서는 차광막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초성리에서도 플랫폼 위에 차광막이 설치되어 있었고, 전곡도 그랬다.

 

 

주변 역세권이 형성이 되어있어서 그런지 열차 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는데, 전곡역이 위치한 행정구역이 전곡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열차가 구내로 진입할 무렵 많은 사람들이 통근열차를 타기 위해 몰려들었다. 

 

 

한편, 과선교도 사진으로만 봤지, 실제로 본 적이 전혀 없었는데, 과선교도 이 날 처음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시간에 쫓겨 그마저도 보다 한정된 역들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해 못내 아쉬웠는데, 한발 물러서서 찍었던 사진들을 다시 보면서 느낀 건 꼭 아쉬움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생전 처음 과선교도 직접 봤고, 통근열차도 타보고, 열차등급에 통근열차가 들어간 승차권도 발권하고, 가보고 싶었던 역들도 둘러봤으니 이것대로 만족의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파노라마 사진도 남길 수 있었으니 소득의 이유였다. 늘 그렇듯 파노라마 사진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다녀왔던 곳에서 남긴 사진을 다시 꺼내보며, 마음을 내려 놓고, 세상이라는 여울목을 건너는 나그네의 모습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