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내년 초에 이설을 앞두고 있는 웅천역이 떠올랐다.

 

 

장항선 2단계 개량사업에 따라 웅천역도 선로와 역사가 모두 이전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예정대로 라면 장항선은 2년 뒤인 2022년까지 복선전철화로 개량된다고 하나 아마 시일이 걸릴 것을 예상하면 수년이 지나서 완공이 되리라 생각된다. 장항선 2단계 개량사업은 남포에서 간치 구간이 완료될 예정이고, 완료시 간치역이 폐역될 예정이다. 이미 2018년 동백정역까지 운용되는 서천화력선이 폐지됨으로서 간치역의 기능도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동전의 양면처럼 새로 생기는 존재가 있는 반면, 없어지는 존재가 있기 마련이다. 새로 등장하는 이에 대한 기대와 없어지는 이에 대한 그리움이 공존하는 게 사람들에게 던져진 숙명이 아닌가 싶다.

 

 

새로운 웅천역은이 현 위치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으로 이전한다고 한다. 웅천고등학교 인근으로 이전된다고 하는데 추후 보령을 방문하게 될 때 새로운 웅천역도 필히 방문할 생각이다.

 

 

 

 

 

2020년 12월 9일을 끝으로 장항선 대야역이 이설됐다.

 

 

대야역이 이설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2년 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당시 대야역에 다녀왔을 때가 생각났다. 꼭 다녀오겠다고 마음을 먹고 다녀온 거라 무더위도 싫지 않았다.

 

 

붉은 벽돌로 치장된 역사의 외관도 그렇고, 숨겨진 보물처럼 지나가게 되는 역이라 더욱 가고 싶었던 장소이기도 했다. 새로운 장소로 이설돼서 역사를 역사로 남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2년 전에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년 전, 2018년하면 끔찍했던 무더위가 생각나는데 정말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었던 심정이었다. 8월 말에 열돔을 뚫어 내는 비가 내리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무더위 속에서 피어올랐던 아지랑이처럼 2년 전 다녀왔던 기차역의 추억도 아지랑이처럼 솟아오른다.

 

 

 

 

 

그간 장항선에서 찍었던 여객열차들을 처음부터 살펴봤다.

 

 

장항선에서 찍었던 열차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서 얻었던 공통점은 바로 7300호대가 견인했던 열차들이 주가 됐다는 점이다. 7400호대도 있긴 하다. 의도했던 건 아니었지만, 7300호대가 대부분이라 이번 게시물의 주제도 7300호대가 되겠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 되돌려 보면서 각각의 사진들이 하나의 추억 내지 하나의 기록으로 남았단 사실이다. 첫 번째 사진의 7333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서대전 ↔ 용산 1556 무궁화호의 경우 2016년 12월 9일 여객열차 시간표가 개정되면서 장항선을 경유하여 운행하는 서대전역 착발 여객열차가 역사로 남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네 번째 사진의 7368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153 새마을호는 PP 부수객차가 내구연한 초과로 퇴역하게 되면서 우리가 알던 새마을호 열차가 아닌 리미트 객차를 개조한 새마을호로 운행되고 있다. 우리가 알던 새마을호도 그야말로 역사로 남게 됐다.

 

 

철도의 역사로 갖는 의미뿐만 아니라 계절적인 의미로도 많이 변했다고 할 수 있다. 판교역에서 촬영한 첫 번째 사진은 7333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서대전 ↔ 용산 1556 무궁화호, 각각 청소역에서 촬영한 두 번째 사진의 7316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151 새마을호와 세 번째 사진의 7379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4891 서해금빛열차, 웅천역에서 촬영한 네 번째 사진은 7368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153 새마을호는 모두 2016년에 촬영한 사진들이다. 사진들을 보면 뿌옇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미세먼지의 공습이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미세먼지라는 단어가 언론 매체에 등장하게 되는데 2016년에 들어서 미세먼지가 우리의 일상이 됐다는 점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사진은 대천역에서 촬영한 7318호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용산 ↔ 익산 1553 무궁화호이다. 대천역에서 2018년에 촬영했다. 2018년에는 장마가 엄청 일찍 끝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무더위를 겪었던 시절이다. 두 달 가까이 무더위로 연일 기록 갱신이 뉴스에 보도가 됐던 시절이기도 하다. 두 번 다시는 겪어 보고 싶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 여름이라고 보면 되겠다.

 

 

작게는 2년, 크게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이 갖는 무상함이랄까.

 

 

시간 날 때마다 했던 기차여행은 코로나로 인해 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날 찍었던 사진들이 시간이 지나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된다는 점이 사진이 주는 또 하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연산역을 둘러보고, 마지막 목적지이기도 한 대야역으로 향했다.

 

 

익산역에서 여유를 즐기며 기다리고 있다가 장항선을 경유하는 용산행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 날도 초여름의 끝물에 해당하는 날씨답게 한마디로 더웠다. 그래서 열차에 몸을 싣고, 더위를 이제 피할 수 있으려는 찰나 야속하게도 대야역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며 내리쬐는 태양을 맞이하러 가게 된다.

 

 

대야역만 다녀오면 오늘의 목표는 끝낸다는 생각에, 그동안 꼭 가보고 싶었던 대야역에 가게 될 생각에 몸 한켠에는 엔돌핀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15분이 흘렀을까 무궁화호는 대야역에서 본인을 내려주고, 두 명의 사람을 싣고 목적지인 용산으로 갈 길을 재촉한다.

 

 

 

 

 

 

대야역의 한자인 大野驛이라는 말처럼 커다란 바깥 풍경과 더불어 역 구내에는 커다란 화물 야적장이 있어서 사전적 의미가 그대로 맞아떨이지는 역 중에 하나였다. 넓은 벌판을 따라 서해 바다, 강 호수 등 다양한 자연환경 속을 달리는 장항선의 매력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된다.

 

 

한국철도에도 수많은 기차 노선들이 존재하는 데, 그 중에서 장항선이야말로 진짜 기차여행한다는 느낌을 주는 노선이라고 자부한다.

 

 

 

 

 

 

천안 기첨 142.4㎢. 충청남도의 시작인 천안과 전라북도의 시작인 군산간의 거리가 철길로 무려 142.4㎢라는 의미. 그동안 무심하게 타고 다녔던 열차가 얼마나 먼 거리를 달리는지 이 날 제대로 실감하게 된다.

 

 

 

 

 

 

○ 대야역의 역사

 

 

- 1912년 3월 12일  지경역이란 이름으로 간이역으로 영업 개시

 

 

- 1912년 10월 1일  보통역으로 승격과 동시에 화물 및 소화물 취급 개시

 

 

- 1953년 6월 1일  지경역에서 대야역으로 역명 변경

 

 

- 1977년 8월 1일  무연탄 전용선 부설

 

 

- 1977년 8월 26일  군산역 대신 민수용 무연탄도착취급역 지정

 

 

- 1988년 1월 1일  소화물 취급 중지

 

 

- 1991년 1월 30일  역사 신축

 

 

- 1998년 5월 30일  무연탄 전용선 폐선

 

 

- 2000년 7월 25일  컨테이너 화물 취급 개시

 

 

- 2008년 1월 1일  군산선에서 장항선으로 편입, 군산선 통근열차 폐지, 장항선 새마을호 및 무궁화호 정차 개시

 

 

- 2008년 3월 10일  컨테이너 화물 취급 중지

 

 

- 2008년 5월 1일  장항선 새마을호 무정차 통과

 

 

- 2020년대말  장항선 복선전철화로 역사 이설. (역사가 이전되며 화물취급, 운전취급, 여객취급, 승차권발매 등의 업무를 개시할 예정. 대야역 직원에게 문의결과 이와 같은 답변을 얻음.)

 

 

 

먼저 다녀온 연산역처럼 대야역도 유서깊은 중에 하나였다. 일제시대에 개업한 역이기도 하고, 화물의 취급과 중지, 노선의 변경, 운행하는 열차의 등급도 달라졌으니 말이다.

 

 

2008년은 말 그대로 대야역에 있어서 많은 의미가 있는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군산역의 컨테이너 기지가 설치되어 컨테이너 화물 취급 기능이 군산역으로 이전됐으며, 군산선에서 서천, 장항 등을 지나는 장항선으로 노선이 바뀌어 기존 군산선에서 운행되던 통근열차가 폐지되고, 장항선에서 운행하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운행하게 됐으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특히 여객열차도 보통열차에 해당하는 통근열차에서 엄연히 급행열차인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운행하게 됐으니 알고 보면 그만큼 역의 급이 올라갔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장항선의 복선전철화가 대략 2020년에 완료가 될 예정인데, 공사가 완료되면 대야역은 이설 및 이전을 거치게 된다. 다사다난하다는 말이 딱 떠오른다.

 

 

한편, 대야역이 이전과 관련되어 이 날 근무하던 역직원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화물취급, 운전취급, 여객취급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며, 승차권발매도 기존처럼 역창구에서 발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역시 나무위키나 위키백과 등의 백과 프로그램도 적당히 신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익산에 갈 때 새마을호를 이용하게 위해 장항선을 경유하는 열차를 타고 가곤 했는데, 특히 대야역을 지날 때마다 느꼈던 감정 중에 하나가 내가 열차를 타고 지나갈 때마다 변화가 없어서 정감이 가곤 했다. 물론, 각종 표식이나 역명판과 역간판 등은 신규 CI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역사는 물론이고, 역이 풍기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변화가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더욱 꼭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던 역 중에 하나였다.

 

 

변화가 없다는 말을 바꿔 보면, 그만큼 특징이 있어서 이렇다할 시선을 끌기에는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특징이 없어 좋은 감정을 느낀 반면, 누군가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어서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만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2016년 모 종편채널에서 "시그널"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이 때 바로 대야역이 촬영장소로 등장하게 되는 데, 정작 대야역이란 본명이 아닌 현풍역이란 필명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렇다할 특징이 없던 탓에 대역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었나 보다.

 

 

 

 

 

 

열차를 타고 지나갈 때도 상상했던 풍경이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역 구내도 변화가 없는 간소함을 지녔고, 광장 방향의 역사 바깥쪽도 도시 교외지역처럼 간소함을 고스란히 지녔다. 상상과 현실이 말 그대로 일치가 됐던 터라 당연한 말이지만, 이질감을 없었다.

 

 

 

 

 

 

무궁화호가 상행 4번, 하행 5번으로, 장항선 무궁화호가 총 9왕복(18편도)를 운행하는 것을 비춰보면, 대략 절반 정도가 정차하고 있었다. 그래도 시간별로 적절하게 편성이 되어 있어서 접근성 측면에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이용승객도 하루 평균 보통 20명에서 30명 내외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에 걸맞게 여객열차의 편수가 배치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역의 분위기도 여느 교외지역의 기차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사 외부도 역사 내부도 소박하고 간소했다.

 

 

'누군가 이게 다입니까?'로 물어본다면, 나는 당연히 '네.'라고 대답한다. 정말 이게 다다. 소박하고 간소하게 보이지만, 역으로서 갖추고 있을 것은 갖추고 있고, 사람들도 역의 규모에 맞게 이용하며, 열차도 비교적 적정 수준으로 정차한다.

 

 

그래도 이렇게 끝내기가 아쉽기도 하고, 역에 왔으면 가능한 파노라마 사진도 꼭 남기고 싶어서 선로 방향과 광장 방향으로 각각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봤다.

 

 

 

 

 

 

광장 방향은 만족하는 데 반해, 선로 방향은 살짝 불만족스러웠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만족이다.

 

 

소박하고, 간소하면서도 두드러지는 특징이 없지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는 대야역이야말로 내게 있어 커다란 매력덩어리다.

 

 

 

 

 

1. 용산역에서 광주역까지 가는 ITX-새마을 1111 열차. 용산에서 쉼없이 달려와 익산역에 다다르고 있다.

 

 

 

 

 

 

 

 

2. 익산역에서 용산역으로 가는 장항선 리미트 새마을호 1156 열차. 과거 디자인리미트(현 SLS중공업)과 로템(현대로템)에서 제작한 리미트객차 중 최후기형인 03년산 객차들을 새마을호로 개조한 열차이다.

 

 

 

 

 

 

 

 

3. 익산역에 유치되어 있는 새마을호의 특실, 일반실, 장대열차들. 한 시대를 풍미한 열차이자 철도청 시절 최고의 플래그쉽 열차였다. 새마을호의 편안함과 안락함은 리미트 새마을호나 ITX-새마을에 절대 비견할 수 없다. 새마호의 마지막을 담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시간의 흐름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웅천역으로 들어오는 새마을호 1153.

 

장항선의 복선화가 완료되면 웅천역은 이전할 예정이며, 청소역과 간치역 등은 폐역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진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만약 이 때 사진을 찍지 않았더라면, 후회하고 있을 자신을 발견하고 있을 터.

 

그런 점에서 사진은 시대와 시대를 연결해준다는 점에서 기차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씨 속에 금빛을 비추며 지나는 존재 바로 일명 G-Train, 서해금빛열차다.

 

관광열차임에도 다른 관광열차와 달리 일반열차의 기능도 함께 가지는 귀하신 존재다.

 

특히, 가을이 다가오며 금빛이 질 무렵 또는 노을이 질 무렵 충남 서해안의 철길을 달리는 서해금빛열차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 날 말 그대로 역사로 남게된 무궁화호 1556이 판교역에 들어오는 사진이다.

 

지금이야 익산에서 출발하지만, 2016년 12월 9일 시간표 개정이 있기 전까지 서대전에서 출발하는 열차였다.

 

이 날 청소까지 탑승한 것도 역사였고, 열차에 탑승하기 전 리미트객차에 있던 행선판까지 찍었던 사진도 결국 역사로 남게 되었다.

 

 

 

장항선 판교역, 웅천역, 청소역을 답사하며 청소역에서 찍은 열차 사진 중 하나.

 

졸작이라고 말해도 할 말이 없겠다.

 

7316의 견인에 이끌려 장항선 새마을호가 전속력으로 청소역을 통과하고 있는 사진.

 

새마을호가 청소역을 통과하고 있는 모습인데, 마치 은퇴시기가 다다른 고참 운동선수가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수놓는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새마을호가 딱 그 모습이었다.

 

거기에 역사적 가치는 말할 것도 없는 청소역까지 어우러지면서 가치와 가치가 제대로 만났다고 해야할까...

 

가치와 가치의 만남,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청소역은 한 방송사의 추석 특집 단막극이었던 "아버지 당신의 자리"로 널리 알려진 역이다.

 

꼭 "아버지 당신의 자리"의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청소역은 장항선의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한국철도의 숨겨진 또다른 보물로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역이다.  

 

 

○ 청소역의 역사

 

- 1929년 12월 1일 진죽역(眞竹驛)으로 배치간이역으로 영업 개시

 

- 1958년 9월 1일 보통역으로 승격

 

- 1961년 3월 12일 현 역사 착공

 

- 1961년 11월 9일 현 역사 준공

 

- 1988년 12월 1일 진죽역에서 청소역으로 역명 변경

 

- 1990년 1월 1일 소화물취급 중지

 

- 2006년 12월 4일 청소역사 등록문화재 305호로 지정

 

- 2013년 8월 1일 승차권 차내취급역으로 전환

 

 

청소역은 청소역의 역사처럼 청소역의 탄생부터 존재, 그리고 역사(驛舍)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역사(曆史) 자체라 하겠다.

 

이날 청소역의 답사는 정말 만족 그 이상이었는데, 뒤이어 사진으로 나오게 되겠지만, 청소역의 역사(驛舍), 청소역 맞이방 내부에 있는 애드몬슨 승차권, 청소역 주변 마을과 건널목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거기에 이날 내 마음을 알아준 것처럼 청소역에서 찍었던 사진들도 내 마음속에 쏙 들었다. 다시 말해, 옛 세월의 흔적, 그리고 장항선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역이 바로 청소역이었다.

 

이렇듯 청소역은 장항선의 보물이자 장항선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조화란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청소역은 옛 모습을 가지런히 간직하고 있는 마을과 자연스롭게 또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었다.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야말로 이상적일 것이고, 청소역은 이에 가장 부합하는 역이 아닌가 싶다.

 

비록 옛 모습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시대적 흐름에도 거스르지 않는다.

 

조화란 말이 바로 청소역을 함축하는 하나의 단어라 할 수 있다.

 

 

 

 

청소역은 2006년 12월 4일 문화재청으로부터 역사적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청소역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역이자 1929년에 개업하여 장항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로서 살아 숨 쉬고 있고, 비록 근미래에 복선전철화가 되어 영업상 폐역이 될지라도 묵묵히 내색없는 아버지와 같은 든든한 존재로서 때론 장항선의 산증인으로서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다.

 

 

 

 

청소역이 위치한 보령시의 상징인 머드를 형상화한 캐릭터를 곁들여 청소역에 대한 기본지식과 설명을 통해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청소역의 역간판부터 출입문 안내판까지 과거 철도청 시절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역사 광장앞 음식점과 매점, 그리고 택시승강장까지 청소역이 전해주는 모습 하나 하나가 그야말로 정겹다. 삭막하고 지친 일상속 청소역에서 정겨움을 만끽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야말로 역사 속으로 추억 속으로 사라진 에드몬슨 승차권이 액자에 담겨 있어 청소역의 가치를 더욱 빛내주고 있었다. 쉽게 접하기 힘든 검표가위, 전호깃발, 집표도장도 청소역의 알림판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다른 블로거의 답사기를 통해 파악한 바 있었는데 아쉽게도 없었다. 마침 역 구내를 순찰하던 역직원에게 영문을 물어보니 잘 모르겠지만, 분실 및 도난 등의 이유로 치우지 않았을까란 의견을 말해주었는데, 현재 승차권 차내취급역으로 전환된 청소역의 상황을 볼 때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표가위, 전호깃발, 집표도장이 있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에드몬슨 승차권과 운치 있는 긴 벤치, 역사 곳곳에 남아있는 세월의 자취만해도 청소역은 장항선의 철도박물관이라 칭할만 하다.

 

 

청소역 내부에는 보령시의 명소인 대천해수욕장, 무창포해수욕장, 오천항, 오서산 등의 사진들이 걸려있어 청소역뿐만 아니라 보령시의 여행지를 사람들에게 적극 권하고 있는 듯 했다.

 

 

 

 

 

2013년 8월 1일 청소역이 승차권 차내취급역으로 전환되고 말았다. 역 운영 개선 및 경영효율화가 목적이라곤 하나 그래도 내심 섭섭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결국 청소역은 승차권 차내취급역으로 전환되면서 역직원들이 3조 2교대로 운전취급만 담당하고 있다. 인접역인 광천역과 대천역에서 승차권을 예매할 것으로 안내하고 있으나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마을의 특성상 꽤 불편함을 느낄 듯 싶다. 그래도 무인화의 칼날을 피해갔으니 다행이라는 현실에 안도해야하는 상황이니 웃프다는 게 바로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역 운영 개선 및 경영효율화의 어두운 단면을 나타내주는 듯해서 씁쓸함만 느끼게 되었다. 

 

 

 

 

매표창구에서 승차권 예발매를 취급했다면 더욱 정겨웠을 상상을 마음속에 넣어둔다. 매표창구 옆에는 열차시간표와 여객운임표가 액자로 조촐하게 담겨있었다.

 

 

 

 

얼핏보면 청소역을 무인역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래도 청소역은 엄연히 역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보통역이다.

 

 

 

 

바로 위에 있는 사진이야말로 이날 청소역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청소역에서는 전철화가 되어 있지 않아 다소 거추장스러워 보일 수 있는 전선들이 보이지 않아 사진을 담기가 한결 수월했다. 미세먼지가 아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자연은 처음에 모든 것을 내주지 않는가보다. 사실, 처음에 모든 것을 다 알아버리면, 그것만큼 재미없는 게 어디 있을까?

 

다음에 청소역을 들렀을 때를 상상해보며 청소역을 꼭 한번 다시 들리기로 다짐을 해본다.

 

 

 

 

광천역 방면으로 놓여진 승강장 위의 가로등이 더욱 청소역의 정겨움을 배가시켜주는 듯했다. 다음에 청소역에 올 때는 가로등을 벗삼아 기차와 사람이 조화되는 사진을 담기로 다짐해본다.

 

 

 

 

과거 화물을 취급했던 화물승강장 위에는 선로와 이름 모를 벽돌들이 놓여있었다. 그간 사용하지 않았는지 듬성듬성 잡초들이 자라나 있었다.

 

 

 

 

청소역의 역명판만큼은 시대를 앞서간다. 현재 코레일 CI체계로 개편된 역명판을 채용하고 있었다. 미세먼지로 가려졌지만, 청소역에서는 오서산을 바라볼 수가 있다. 청소역에서 오서산의 사시사철을 담아보고 싶은 욕구가 요동친다. 오서산의 봄여름가을겨울이 사뭇 궁금해진다.

 

산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정겨운 마을, 철도박물관에서나 볼만한 철도의 소중한 유산들이 시골역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청소역이야말로 가장 조화롭고 이상적인 시골역이 아닐까 싶다. 물론, 청소역이 지닌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환산불가일 것이고. 

 

 

 

 

웅천역으로 떠나는 열차시간이 다가오면서 청소역의 역사 전경과 청소역 주변 마을을 사진에 담아보기로 했다. 청라, 대천 시내방면으로 가는 도로와 마을,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역사로 숨쉬고 있는 청소역의 역사 전경을 각각 플랫폼과 광장방향으로 담아본다.

 

청소역에서 담았던 사진 하나 하나가 포스팅하는 지금 새롭게 내 마음속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청소역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더불어 청소역에서 보고 담았던 사진들이 내가 기대한 이상이라 정말 만족 그 이상이었다.

 

 

 

 

청소역의 진정한 마지막 하이라이트! 청소역에서만 볼 수 있는 무궁화호의 교행이다. 청소역을 떠나 웅천역으로 가기 전 운전취급을 보던 역직원이 역무실에서 나와 사람들에게 열차가 들어오니 조속히 플랫폼으로 갈 것을 재촉했는데, 바로 청소역에서만 볼 수 있는 무궁화호의 교행때문이다. 용산행 무궁화호 1558과 익산행 무궁화호 1557이 열차 다이아상 교행하는 관계로 청소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마치 내게 다음에 또 오라는 당부와 더불어 청소역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주는 소중한 선물과 같았다.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을 내 눈으로본 게 믿기지 않았다. 이 날 청소역의 답사는 100점 만점에 10,000점이다.

 

결국 시간이 되어 청소역에 더 있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한 채 나는 웅천역으로 가는 무궁화호에 몸을 실는다.

 

 

오래전 추석때 단막극으로 유명 방송사에서 방영된 「아버지 당신의 자리」의 아름다운 글귀와 더불어 이날 청소역에 다녀온 소중한 추억을 바탕으로 다음번 청소역을 방문했을 때 청소역의 숨겨진 참모습을 만끽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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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당신의 자리

 

장항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청소역


광천역과 대천역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간이역이다.


번화한 두 역사와는 달리 이제는 간간히 오가는 햇볕과 바람만이


숨을 고르고 가는 쇠락한 간이역으로 남아있다.


70여 년의 장구한 세월을 간신히 버티고 있는 듯, 초록의 기와는 하늘을 얹고는


그저 쓸쓸하다.


한때는 많은 이들이 오고갔을 역.


시대는 변하는데 변하지 못하는 간이역은 하나 둘, 폐역이 되어간다.


기차는 지나건만 멈추어 주질 않는다. 아무도 찾아 주지 않아


있어도 있지 않은 존재.



늙어감도 그러한 것 같아 서럽다.


하루가 다르게 낡아가는 것처럼......


아무도 다가와주지 않는 고독.



쓸쓸함과 헛헛함을 그저 그러해야만 하는 듯 삭히며 짐 지고 가는 노인.


버림받고 있는 간이역처럼


자식에게 등 돌려진 자신도 閉驛(폐역)을 앞둔 그와 다르지 않다.



드라마는 쇠락한 청소역을 무대로 간이역과 인생을 함께한 노인의


상처 깊은 가족사를 통해


함께 견뎌내고 함께 건너가는 힘.


가족 간의 이해와 용서 그리고 사랑이


사람을 살아있는 것처럼 살아가게 해주는 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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