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영혼

본래 여행이란 계획없이 떠나는 게 진정한 여행이라지만, 그래도 계획을 잘 잡아두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희방사역의 답사가 딱 그랬다.

 

 

영주역에 도착했을 때 식사를 마치고, 시간만 잘 잡았으면, 북영주신호소나 풍기역까지 답사를 마무리할 수가 있었는데, 시간과 장소를 잘못 인식하고 있던 탓에 결국 북영주신호소와 풍기역의 답사가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 날 시간과 장소만 잘 확인해뒀어도 두 번 수고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희방사역에서 시간상 입장권을 발매하지 못한 탓에 다시 한번 다녀오기도 해야 하고, 희방사역의 열차 사진 포인트도 확인했던 터라 안타깝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교훈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걸로 한번 씁쓸한 마음을 위안삼아 본다.

 

 

시간과 경로를 확인한 데다가 길도 한번 다녀왔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고 자부한다. 내년초 열차시간표가 개정됨에 따라 경북선의 편수가 확대됨에 따라 옥산역까지 시간을 잘 짜서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다.

 

 

 

 

 

 

 

 

 

 

영주시내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지 30분에서 40분 정도를 달려 희방교차로가 있는 수철정류장에 도착한다. 물론, 지나갈 때 풍기역을 거쳐서 지나갔다. 풍기역까지 대략 20분 정도가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철정류장에서 걸어서 내려오자 사과밭이 눈에 들어왔다. 대구, 경북지역이 사과가 유명하다고 알려진 것처럼 영주에서도 사과가 재배되고 있던 것이다. 요즘은 지구온난화 탓에 사과가 경북지역에서 북상하여 강원도 영월, 정선 등지에서도 재배된다고 한다. 그만큼 자연의 놀라운 힘 앞에 사람의 존재는 한없이 작아지는 듯하다.

 

 

 

 

 

 

 

 

 

 

희방사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사과밭을 등지고 보면 레미콘트럭이나 각종 공사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 있던 터라 중앙선 복선화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간 방문한 중앙선 연선에 위치한 역직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시기적으로 2020년에서 2022년을 전후로 중앙선 복선화 공사가 완료될 것으로 사료되는데, 아마 이 시점이 되면 희방사역도 폐역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중앙선 복선화를 통해 청량리에서 가는 철도교통이 보다 빨라지고 편해지겠지만, 보다 더욱 좋아지겠지만, 그래도 역주변의 풍경과는 모순되면서 언밸런스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두고, 기차를 탑승할 수 있을 때 탑승해야겠다는 생각이다.

 

 

 

 

 

  

 

 

 

 

5분 정도 걸어서 내려왔을까... 사진에서처럼 역 주변에 캐러번 캠핑카가 놓여있었다.

 

 

원래는 캐러번 캠핑카가 없었으나 지자체인 영주시측에서 예산을 들여 희방사역과 주변 마을 지역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캐러번 캠핑카가 있는 캠핑장을 설치했다고 한다. 역직원을 통해 알게 된 바로는 작년 여름 무렵에 들어왔다고 한다. 다른 분들이 다녀와서 올린 포스팅과는 달리 풍경이 확연히 변해있었다.

 

 

완연한 가을의 날씨이다. 가을의 기운이 계절 그대로 피부에 느껴진다. 꼭 담고 싶었던 사진이 바로 이 사진이다. 가을에 단풍이 한창일 때 희방사역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숲을 거닐며 기차에 탑승하기 위해 역에 가는 모습이 꽤 낭만적이지 않은가. 연인과 함께라면 더욱 더 좋을 것 같다. 꼭 가을이 아니더라도 봄에 벚꽃 필 무렵도 운치가 있을 것이므로 개인적으로 꽤 기대가 된다. 이 구도의 모습이 여행의 욕구를 자극했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조용히 혼자 자연을 거닐면서 기차역으로 가는 낭만은 바로 시골역에서만 느끼는 게 가능하다.

 

 

 

 

 

 

 

 

 

 

○ 희방사역의 역사

 

 

- 1942년 4월 1일  배치간이역으로 영업 개시

 

 

- 1951년 4월 11일  역사 신축 및 보통역으로 승격

 

 

- 1974년 3월 11일  소화물 취급 중지

 

 

- 1976년 7월 10일  화물 취급 중지

 

 

- 1988년 12월 12일  현재 역사 신축

 

 

- 1988년 12월 23일  전철화 개통

 

 

- 2009년 9월           역간판 및 역명판에 표시되는 역명을 소백산(희방사)역으로 변경

 

 

- 2016년 하반기       역간판 및 역명판에 표시되는 역명을 기존처럼 희방사역으로 재변경

 

 

- 2022년 무렵          중앙선 복선 전철화 구간이 완공되면 폐역될 예정

 

 

 

 

 

역간판과 역명판이 소백산과 희방사를 왔다갔다 했다지만, 코레일의 전산상으로나 각종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역명은 엄연히 "희방사역"이었다. 즉, 실제 역명과 역간판, 역명판에 쓰인 역명이 달랐던 역이었다는 것이다. 

 

 

희방사역을 둘러싸고 있는 소백산이 존재하기도 하고, 지차체인 영주시측에서도 관련 지역의 명칭을 소백산면으로 변경해 소백산으로 알리려고 했으나 소백산의 주요 봉우리가 영주시에만 있는 것이 아닌 단양군에도 엄연히 위치하고 있는 터라 결국 행정조정을 거친 끝에 희방사역은 순전히 희방사역으로 남게 되었고, 영주시도 관련 지역의 명칭도 소백산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볼 때 지역, 지명이라는 부분이 워낙 민감한 주제이기에 이런 문제일수록 지역간의 충분한 협의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한편, 작년 여름 캐러번 캠핑카만 설치된 게 아니라 역의 외관도 리모델링이 됐다고 한다. 이전에는 역의 외관이 밋밋하게 느껴졌는데, 대대적으로 주변을 개보수하면서 역사도 이전보다 깔끔하게 느껴진다. 사진에 잘 나와있지 않지만, 역사의 한켠에는 커피나 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조형물에는 영주 지역의 특산품인 풍기 인삼과 사과를 바탕으로 관광지 등이 친절히 소개되어 있었다. 역 한켠의 정자와 수돗가를 보며 마치 유명한 약수터가 떠오른다. 가을의 시원함을 느끼기에 제격인 듯 싶다.

 

 

역 주변의 마을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있었는데, 버드나무를 피해 빼꼼히 드러난 마을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포근함을 전해준다.

 

 

 

 

 

 

 

 

 

 

역사 내부도 한마디로 확 바뀌었다. 의자도 다른 블로그 등지에서 본 것과 달리 새롭게 도색이 된 것처럼 보이고, 매표창구는 물론이고, 시간표도 목재 우드 형태로 바뀌었다.

 

 

보통 역들을 다녀보면 역사 한켠에 형식적으로 느껴질 KTX의 사진 등이 걸려있는 게 많은 편인데, 희방사역에는 소백산과 희방사의 등산코스나 주변 지역 마을, 관광지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런 점이 눈에 띄면서 참신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역이란 주제를 넘어 주변을 소개하고, 주변의 관광지들을 소개하면서 보다 아우를 수 있는 컨텐츠 같은 것들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역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살릴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열차시간표를 보면 안동, 부전 방면은 오전에 두 편, 청량리, 원주 방면은 오후에 두 편, 총 상하행 2왕복 도합 4편도의 열차가 희방사역을 정차한다. 즉, 희방사와 소백산을 가고자 하는 등산객들을 겨냥한 시간표라 하겠다.

 

 

실제로도 아침에 일찍 출발해서 희방사와 소백산을 둘러보고, 오후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이용하면 꽤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희방사와 희방사역까지는 수철정류장쪽으로 나와 시내버스를 이용해야할 정도로 거리가 있긴 하다.

 

 

그만큼 희방사역의 여객취급 목적은 다른 역들과 달리 분명하다.

 

 

 

 

 

 

 

 

 

 

역 한켠에는 텃밭이 가꾸어져 있는데, 고추를 비롯 각종 채소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역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정성스레 가꾸는 것 같았는데, 사뭇 맛이 궁금하다.

 

 

 

 

 

 

 

 

 

 

청량리 기점 199.2㎞에 위치한다. 그만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많이 떨어져있음을 반증한다. 결코 우리나라는 작은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각각 단양, 풍기 방향 선로의 모습들이다. 단양 방향의 선로에 큰 교각이 나타나는 데 이는 중앙고속도로의 모습으로써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됨에 따라 도로교통이 보다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는 사진이 아닐까 싶다. 철도도 빨라진다고 하지만, 문전배달이 가능한 도로교통을 따라가기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단 한가지 선로의 모습이 완만한 곡선인데, 보기에 따라선 완만한 곡선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이 느껴진다. 소백산의 품속에 있는 기차역답게 선로가 아릅답게 느껴지는 데 뒤이어 나오는 사진을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한편, 완연한 가을 날씨라 그런지 산속에서는 금방 해가 진다. 움직여서 다소 더워졌던 몸이 금새 서늘해진다. 그만큼 스산한 기분이 빨라진다고 해야할까. 사진에 나온 것보다 하늘이 금새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대리석이 분홍색으로 칠해진 나무를 받치고 있는 의자인데, 은은하면서도 균형감까지 갖춰서 편하게 열차를 기다릴 수 있게 해준다. 주변 풍경은 물론 기차역이란 소재에 맞게 적절하게 어울린다.

 

 

호기심에 한번 앉아봤는데, 기분탓일지는 모르지만, 편한 느낌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단양이 아닌 죽령이 나와야 하나 죽령이 신호장인 관계로 여객취급을 하는 단양이 바로 나오게 된다. 예전에는 죽령이 있었으나 단양으로 바뀐지는 오래다.

 

 

역 표식에서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선로 방향으로는 표식이 희방사(소백산)역으로 보다 정확히 적혀있으나 광장 방향으로는 소백산(희방사)로 표기되어 있었다. 그만큼 희방사역의 치열한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모습일 것이다.

 

 

물론, 선로 방향으로는 소백산을 괄호로나마 표기함으로써 희방사역도 소백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웅변해주는 듯 하다. 그만큼 소백산의 존재는 포근하면서도 넓다.

 

 

 

 

 

 

 

 

 

 

앞서 말한 바로 완만한 곡선의 미가 바로 이런 것이다. 처음이라 구도를 잘 잡지 못해 아쉬움이 가득하나 한번 다녀온 지금 그때의 교훈이 있기에 다음에는 보다 아름다운 열차 사진을 담을 자신이 있다.

 

 

선로 한켠에서는 8500호대 전기기관차들이 중련으로 무수히 많은 화차들을 끌며 소백산을 오르고, 다른 선로 한켠에는 표준 전기기관차로 통칭되는 8200호대 전기기관차가 무궁화호 객차들을 끌고 소백산을 내려간다.

 

 

반곡역으로 떠나갈 무렵 스산한 날씨가 구름과 함께 걷히고, 오후의 따스한 태양이 솟아오른다. 힘든 일을 마친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자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번 답사로 크게 세 가지를 얻은 것 같다. 하나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사진 포인트를 알게 된 점, 두번째는 봄과 가을을 떠올릴만 사진, 그리고 뒤이어 나올 파노라마 사진이다.

 

 

 

 

 

 

 

 

 

파노라마 사진도 꽤 큰 소득이라 하겠다. 찍어놓고도 잘 안되면 어쩌지 싶었는데, 파노라마 사진이 기가 막히게 잘 나왔다. 사진의 아름다움에 직접 눈으로 본 아름다움에 두 번 감탄했다.

 

 

소백산의 따뜻한 품속과 가을의 시원함이 이렇게 오묘한 조화를 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연의 아름다움에 몇 번이나 감탄했는지 모를 정도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자연과 가까운, 시골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들이다. 희방사역도 그 중 하나다.

 

 

희방사역은 소백산의 품속에서 때로는 기차를, 때로는 사람을 품는 따스한 역이다.

 

 

 

 

 

 

 

 

 

승차권과 같이 소장하기 위해 발매한 입장권이다.

 

 

탑리역의 경치도 경치였지만, 역직원들의 친절함에 크게 놀랐다.

 

 

중앙선과 관련된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변해주었으며, 입장권 발매도 먼저 권했던 것도 탑리역의 역직원들이었다. 또한, 주변에 갈만한 곳도 권해줄 정도로 역직원들이 정말 편하게 대해줬던 기억이다.

 

 

사실, 날밤을 새웠던 탓에 꽤 피곤했는데, 역직원들의 친절함에 피곤한 기색이 시원하게 날아갔다. 특히 시골역에 갈 때 느끼는 매력 중에 하나가 바로 역직원들의 인간미일 것이다. 탑리뿐만 아니라 화본, 신녕, 분천, 청소, 대야 등지에서도 역직원들의 인간미가 느껴졌다.

 

 

내가 시간이 될 때마다 시골역의 답사를 다니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일 것이다.

 

 

 

 

 

http://flytoazuresky.tistory.com/784 이곳에 올린 탑리 ↔ 화본 승차권과 같이 발매한 승차권이 되겠다.

 

 

또한, 열차를 승차하기 위해 발매한 승차권이 아닌 입장권과 같이 단순히 소장하기 위해 발매한 승차권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운행하는 열차 역시 강릉에서 동대구까지 가는 무궁화호 1671로써 동일하다.

 

 

탑리를 제외하고는 화본과 신녕은 운행하는 열차와 열차 편수까지 모두 동일하다는 공통점까지 지니고 있다. 이후 중앙선의 복선화가 완료되는 데로 폐역이 될 에정이라는 점까지 모두 똑같다.

 

 

그리고, 찾아가기 힘들지만, 멋진 기차역들 중에 하나라는 공통점도 같이 가지고 있다. 나는 이게 가장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무궁화호 1671 역시 동대구와 강릉을 오고가는 열차 중에 하나이다.

 

 

이 열차도 소위 말하는 근성열차로 손꼽히는 열차인데, 오래 전에 강릉에서 동대구까지 가기 위해 무궁화호 1671 열차를 타고 간 적이 있다.

 

 

그때도 지루함을 넘어 온몸이 쑤시는 경험을 제대로 했다. 아마 이 때 기차여행이 낭만을 넘어 고통을 주는 걸 깨달았던 날이었다.

 

 

다만, 경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좋다고 생각한다.

 

 

1671과 1672도 마찬가지고, 1681, 1682, 1691, 1692 등 영동선을 경유하는 열차들은 사실 전구간을 이용하는 생객보다 구간 소요를 노리고, 어찌보면 공익적인 측면에서 운영하는 열차로 보면 된다. 해당 열차들이 지나가는 지역이 주로 삼척, 태백, 봉화, 영주 등 교통이 다소 불편한 지역이면서도 수요를 크게 거두기는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니까.

 

 

아무쪼록 이 날 이후로 무궁화호의 마지노선은 대략 3시간이라는 나름의 가치관도 생겨난 날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여정의 시작이라 하겠다.

 

 

첫 여정은 아닌 게 서울에서 동대구까지 오는 여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대구를 출발할 무렵 막 동이 트고 있었다.

 

 

아침 해가 솟아오를 때의 풍경을 말로 어찌 설명할까.

 

 

대구선을 타고 하양역으로 향할 때 풍경이 말 그대로 끝내줬다. 동이 틀 무렵 하양역을 지나 화본역을 거쳐 탑리역으로 향할 때 농촌의 아침 풍경이 마치 그림같은 풍경으로 내게 다가왔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물로 보는 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과거 서울 ↔ 부산 무궁화호 막차를 대신하는 열차. 경부선의 마지막 열차가 되겠다.

 

 

역시 무궁화호는 3시간 이상을 넘어서면 몸이 힘들어진다. 여기에 밤을 새우는 것도 작용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왜냐하면, 시간을 맞추려면 이 방법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

 

 

마지막 열차라 사람들이 꽤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서울에서 천안까지는 사람들이 만석을 넘어 입석도 종종 보였는데, 천안을 지날 무렵부터 슬슬 사람들이 빠지기 했다. 그러다 대전을 지날 때부터 상당히 널널했다.

 

 

그렇다 쳐도 좋은 경험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서울역의 구내가 도안이 된 기념입장권이 되겠다.

 

 

서울역 기념입장권은 다른 역들과 몇가지 다른 특징들이 존재한다.

 

 

서울역을 제외한 나머지역들의 경우 역이나 역주변을 대표할만한 인지도나 상징성이 높은 곳들이 도안에 들어가 있다면, 서울역의 경우 플래그쉽인 KTX와 역구내의 사진을 담고 있어서 다른 곳과 달리 철도의 정체성에 가장 부합한 기념입장권이라 생각한다.

 

 

또한, 서울역 입장권의 경우 도라산, 연산, 화본, 정동진과 달리 매표창구가 아닌 서울역 안내센터에서 구매해야 하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물론, 가격은 1,000원으로 동일하다.

 

 

개인적으로 밤에 갔던 터라 서울역 입장권을 구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지만, 다행히도 서울역 안내센터가 그 시간까지 운영되고 있어서 구할 수 있었던 사연이 있다.

 

 

 

 

대야역에서 승차권과 같이 발매한 입장권.

 

 

변화와 존재감이 동시에 없는 존재야말로 무색무취, 특징이 없는 존재로 폄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변화와 존재감이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역설적으로 상대에게 더욱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야역이야말로 큰 뜰을 지닌 소리없는 강자라 하겠다.

탑리, 희방사는 화본에 비하면 정말 양반이었다.

 

 

답사를 했던 역들 중 화본이 가장 난관이었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교통은 불편했고, 열차편은 탑리보다도 1왕복이 적은 2왕복이라 일정을 짜는 데 있어서 여러모로 머리가 아팠다.

 

 

탑리에서 화본으로 가기 위해 역직원에게 교통편을 문의한 결과 택시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하고 빠른 방법이라는 답을 얻었다.

 

 

실제로 탑리시외버스터미널이 존재하고 있기는 하나 우보까지 가는 것이었고, 우보도 화본과는 반대 방향에 있어서 시간과 비용이 그만큼 든다는 설명이었다. 어차피 우보에 가서도 화본까지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 날도 의성탑리오층석탑을 구경한 다음 터미널 근처에 있던 개인택시를 이용하기로 정하고, 역직원도 탑리에서 화본까지 택시 비용으로 대략 2~3만 원 가량 든다는 설명이었고, 개인택시 사무실에서 기사님에게 비용 문의를 해본 결과 역직원의 설명과 똑같아서 결국 탑리에서 화본까지 택시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개인적으로 시골 지역이라 왕복비용까지 5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터라 이동수단으로 택시를 결정하게 되었다.

 

 

탑리에서 대략 25분 정도 지났을까... 난관으로 설명할 수 있는 화본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국도변을 지나다가 마주치는 여느 시골마을의 풍경이었다. 한적한 분위기가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중화요리 음식점의 이름이 말 그대로 "철가방"이었다. 심플하면서도 의미 전달이 확실했다. 마케팅을 잘 하려면 네이밍을 잘해야 한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준다.

 

 

"리틀 포레스트"는 오늘의 주인공인 화본역과 더불어 화본마을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준 영화라 하겠다. 실제로 화본역과 역전상회가 영화의 촬영지로 등장했다고 전해진다.

 

 

직접 영화를 감상하지 않아서 뭐라고 평하기는 뭐하지만, 영화를 시청한 지인에 따르면 풍경은 좋고, 의도는 좋았지만, 모방성이 있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뒤이어 설명하겠지만, 2010년에 나온 드라마인 도시락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역이기도 하다.

 

 

스토리나 전개가 어찌되었건 각각 2010년과 2018년에 등장한 도시락과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화본역과 화본마을이 사람들에게 명소로 알려진 건 분명한 사실이라 하겠다.

 

 

 

 

 

 

 

 

 

 

가을 녘에 들어가는 간이역의 모습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자연과 사람이 만든 조형물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모습 말이다.

 

 

사실, 화본역의 초창기 모습은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접역인 우보역의 모습과 상당히 흡사했는데, 역사의 양식이 특히 그랬다. 물론, 화본역 주변에는 민가와 마을이 있지만, 우보역 주변에는 민가나 마을이 크게 있지 않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화본역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점은 2010년 군위군이 그린 스테이션 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화본역과 화본마을을 지금처럼 새롭게 조성하면서 현재 모습이 갖춰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되어 한 가지 비화가 존재한다. 뭐냐면, 화본역도 우보역처럼 무인화의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그러다가 군위군의 주도로 그린 스테이션 사업이 추진되고, 다양한 방송매체들, 그러니까 시사교양, 오락, 드라마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화본역과 화본마을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화본역도 무인화의 길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한편, 앞서 말한 도시락에 대해 설명도 추가로 해야할 것 같다.

 

 

2010년 모 지상파 채널의 일일 단막극 형태로 나온 "도시락"이라는 드라마에서 화본역은 미강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는데, 폐쇄를 앞둔 역과 관련된 사람들의 아픔과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스토리로 등장한 바가 있다. 화본역뿐만 아니라 전라남도 화순 지역도 배경으로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날 시청한 소감으로 스토리와 더불어 지역을 뛰어넘어 영상에 비친 풍경과 배경이 참으로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한, 당시 내로라하던 배우들도 다 나와서 단막극치고는 배우들의 무게감이 꽤 있었다. 

 

 

비록 미강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을지언정 무인화가 거론되던 화본역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것 같아 마음 한편으론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이 날도 열차를 이용하려는 주민들보다 오히려 역과 주변 마을지역을 관광하려던 관광객들의 수가 더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비록 현대에 맞게 꾸몄다고 하나 역의 클래스는 그대로다.

 

 

역이라는 하나의 개념을 뛰어넘어 관광지로 변모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시대에 맞게 꾸몄음에도 주변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점이 마음에 든다.

 

 

역의 광장 한켠에는 말로만 듣던 박해수 시인의 "화본역" 시비가 놓여있었다. 박해수 시인은 화본역뿐만 아니라 건천역 등 다양한 역사들의 특징들을 반영한 시를 써서 철덕들에게 더욱 친숙한 시인이기도 하다.

 

 

 

 

 

 

 

 

 

 

화본역의 또다른 특징 중에 하나다. 역명판이 현재 신형 CI를 반영한 역명판과 오랜 옛날의 역명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역 중에 하나다. 이른바 현재와 과거의 역명판을 동시에 가진 역이 몇 개 안되는 걸로 알고 있는 데 화본역이 이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과거의 모습을 가지면서 동시에 현재에 맞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화본역이 가진 커다란 매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 화본역의 역사

 

 

- 1936년 12월 10일  현재의 역사 준공

 

 

- 1938년 2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 1977년 5월 1일  화물 취급 중지

 

 

- 1990년 1월 1일  소화물 취급 중지

 

 

- 1997년 6월 1일  봉림역 관리역으로 지정

 

 

- 2006년 12월 22일  역사 지붕 개량 및 보수

 

 

- 2006년 12월 28일  박해수 시인의 간이역 시비가 세워짐

 

 

- 2011년                리틀 포레스트 사업에 따라 역사 개수

 

 

- 2022년                중앙선 복선 전철화에 따라 역사 이설 예정

 

 

 

 

 

역이 관광지로 발돋움함에 따라 역사 바로 앞에도 화단을 꾸미려고 하는 것인지 흙으로 화단의 형태가 얼추 만들어졌으며, 비료가 놓여져 있었다.

 

 

 

 

 

 

 

 

 

 

역사 내부는 시대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이야 잘 사용하지 않는 통표걸이부터 전호깃발과 과거 철도청 시절 각종 매뉴얼까지 진열장에 놓여있었다. 또한, 과거 추억이 담긴 사진도 있어서 철도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점도 꽤 인상깊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열차, 철도차량들과 열차등급, 그리고 승차권들도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된 점도 정말 보기 좋았다. 정말 짜임새있게 잘 정리가 되어 있어 철도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보다 철도에 더욱 친숙해지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모습들을 볼 때 화본역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같다.

 

 

 

 

 

 

 

 

 

 

철도에 관심이 있거나 코레일에서 발매하는 기념입장권을 수집하는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 것이라 생각한다. 바로 화본역의 기념입장권에 들어있는 도안들이다. 저 사진들이 화본역의 기념입장권 안에 들어있는 셈이다.

 

 

사실, 역세권이 미약한 터라 기념입장권이 화본역의 주요 수입 중에 하나다. 급수탑과 플랫폼에 입장하려면 승차권을 끊어서 열차가 도착할 시간에 들어가거나 기념입장권을 발매해야 하기 때문인데, 일반입장권과 달리 기념입장권의 경우 장당 1,000원의 요금을 내고 구매하는 존재라서 그렇다.

 

 

즉, 기념입장권은 동시에 하나의 입장료 정도로 보면 될 듯 하다.

 

 

한편, 화본역도 도라산역, 정동진역처럼 두 종류의 입장권을 판매하는 역 중에 하나인데, 정동진역의 경우 시기별로 한 장씩만 판매하는 반면, 화본역의 경우 시기에 상관없이 두 장을 모두 구매할 수 있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서울역의 기념입장권과 더불어 화본역의 기념입장권도 이 날 구매할 수 있어서 만족이다. 이와 별도로 탑리역의 승차권과 화본역의 승차권도 함께 구매를 했다. 왜냐하면, 이들도 수집하고자 했던 대상이었으니까.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존재인 토마스 기관차와 고풍스러운 클래식카에 탑승한 레고, 그리고 화본역의 역사까지 승차권 발매창구 한편에 놓여있는 것들인데, 아마 철덕이나 철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놓은 것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분야를 뛰어넘어 관심과 애정은 활력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매표창구와 모니터 옆에 있는 열차시간표를 보면 두 가지가 보일 것이다.

 

 

첫번째는 신녕역과 동일한 열차가 정차하는 동병상련이라는 것과 두번째는 시간표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그대로다. 화본도 승부 못지않게 찾아가기가 힘든 편에 속한다. 부산이나 대구처럼 남부지방에 거주하고 있다면 열차시각에 맞춰 찾아가겠지만 수도권이나 중부지방에서 찾아가려면 말 그대로 작정하고 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을 지닌 매력을 꼭 접하고 싶기에 찾아가게 된다.

 

 

 

 

 

 

 

 

 

 

화본역의 상징인 급수탑에 물을 공급하는 급수정이 있는 곳인 것 같다. 급수정 내부에는 급수탑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있는 데, 과거 증기기관차가 어떤 식으로 운행을 했는지에 대해 보다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증기기관차를 거쳐 디젤기관차, 그리고 전기기관차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시대에 걸맞게 많은 것들이 발전했다는 생각이다.

 

 

 

 

 

 

 

 

 

 

화본역의 상징이자 명물인 급수탑이다. 열린 공간에는 고양이와 함께 있는 여인상이 있고, 급수탑을 둘러싸고 있는 담쟁이덩굴과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특히, 수확을 앞둔 가을 논밭의 풍경과 어우러져 언출하는 풍경이 가히 환상적이다. 급수탑을 직접적으로 접해본 것 역시 이 날 처음이었는데, 급수탑도 좋은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또한, 1930년부터 고스란히 이어져온 것이니 보물로 불리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급수탑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거리표를 발견한다.

 

 

청량리 기점 312.4㎞. 한마디로 멀다. 우리나라 땅덩어리가 좁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절대로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영토를 기준으로 판단하기에 작아보일 뿐이지 우리나라 영토가 좁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당장 수도권에서 남부지방까지 이동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다녀오면 기운이 빠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절대 작은 영토가 아니고, 위축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렇게 포스팅을 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며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기차역들은 가을의 청명한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었다. 여기에 계절별로 사계를 담고 싶다는 욕구도 든다.

 

 

집안에 정물 사진으로 걸어두고 사람들과 같이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스스로 자부심도 덤으로 느껴진다.

 

 

 

 

 

 

 

 

 

 

역사의 사진도 여러 장으로 담고 싶었다. 왜 이렇게 중복된 걸 올리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여러 장으로 남기고 싶다.

 

 

역사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끼며,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모습에 감동에 젖어든다.

 

 

 

 

 

 

 

 

 

 

급수탑과 또다른 명물인 새마을호 객차들이다. 진짜 새마을호가 지난 4월에 일선에서 퇴역하면서 완전한 역사이자 명물이 되었다고 보면 된다. 열차의 전두부를 보면 PP동차의 상징인 동력차로 볼 수 있으나 사실은 저건 모형이다. 즉, 진짜가 아니란 소리.

 

 

부수 객차들은 진짜지만, 전두부는 새마을호의 식당차에다가 모형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나도 육안으로 처음 봤을 때 동력차로 혼동했을 정도로 절묘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새마을호 객차가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에 급수탑과 하나의 명물임은 절대 부정할 수 없다. 급수탑과 함께 한적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새마을호를 통해 시간여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겠다.

 

 

 

 

 

 

 

 

 

아무 생각없이 찾아간 곳인데, 저곳이 바로 화본역의 관사라고 한다. 정말로 지도나 이런 것들을 안보고, 우연히 화본마을을 둘러보다가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일본식 건물양식을 지니고 있어서 신기하기도 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해봤는데 화본역 관사가 맞다고 한다.

 

 

 

급수탑도 처음이요, 관사도 처음이다. 일본식 건축물도 처음 보고, 횡재했다는 표현이 바로 이런 걸 두고 말하나 보다. 정말 횡재했다.

 

 

 

 

 

 

 

 

 

 

옛 산성중학교의 건물이다. 학교는 폐교된 상태이고, 폐교된 건물을 이렇게 옛날을 추억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한다. 열차 시간도 거의 다 됐고 해서 안에 들어가보진 않았다. 들어가려면 소정의 입장료가 있다고 한다.

 

 

다음에 화본역을 다녀올 때는 꼭 들리기로 마음 속에 저장해둔다. 어른들이 추억할만한 공간으로 꾸몄다고 하던데 사뭇 기대된다.

 

 

 

 

 

 

 

 

 

 

화본역 관사와 산성중학교를 둘러보고 다시 역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역 플랫폼으로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역에서 사진도 찍고, 정모를 쓰며 추억에 떠올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기차와 역,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조화가 되는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역사 외부에는 자연과 계절, 사람들이 만든 모든 것들이 어울리고 있었다.

 

 

 

 

 

 

 

 

 

 

깊은 여운이 남는다, 깊은 여운을 달래고자 역사 사진과 박해수 시인의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잘 몰랐던 조화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게 사람이건 자연이건 말이다.

 

 

화본역은 사람과 자연, 과거와 현재가 조화되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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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본역

 

 

 

 

병술년 박해수 짓고 류영희 씀

 

 

 

 

꽃 진 물자리

 

 

젖꼭지 달렸네

 

 

 

자다 잠 깬

 

 

꽃물 든 목숨이네

 

 

 

선 자리 꽃자리

 

 

꽃 뿌리 눈물 뿌리

 

 

방울새 어디서서 우나

 

 

 

배꽃 메밀꽃 베꽃

 

 

배꼽 눈 보이네

 

 

배꼽도 서 있네

 

 

 

눈물 든 급수탑

 

 

억새풀

 

 

고개숙인 목덜미

 

 

눈물 포갠 기다림

 

 

설렘은 흰겨울 눈꽃에 젖네

 

 

 

어머니 젖꽃 어머니 젖꽃

 

 

젖꽃 실뿌리 실 실 실 웃는 실뿌리

 

 

오솔길 저녁 낮달로 떴네

 

 

 

어머니 삶꽃

 

 

젖빛으로 뜬 낮달로 떴네

 

 

오솔길 꽃 진 길 가네

 

 

 

산모롱 굽이 굽이 돌아

 

 

돌아누운 낮달 따라가네

 

 

낮달 따라 꽃 진자리 찾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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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리, 화본, 희방사, 반곡으로 이어지는 답사기의 첫 번째 역이다.

 

 

이 날의 답사는 바로 탑리역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탑리를 비롯 화본, 희방사까지 중앙선 연선에 있는 기차역 아니랄까봐 찾아가는 데 있어 제법 난이도를 자랑하는 역들이다.

 

 

사실, 이 날도 스스로가 조금만 디테일했다면 북영주신호소는 물론 풍기역까지 한꺼번에 답사를 해서 수고를 덜을 수도 있었는데, 기억력의 착각으로 풍기는 다시 한번 잡고 다녀와야 할 입장이 됐다.

 

 

 

 

 

 

 

 

북쪽에서 남쪽에 있는 기차역들 특히 중앙선처럼 난이도가 있는 역들을 다녀오려면 으레히 이틀의 시간은 잡고 움직여야 한다.

 

 

서울에서 동대구까지 가는 무궁화호 막차를 이용 동대구역에서 뜬 눈으로 새벽을 지새운 다음에야 답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동대구에서 탑리까지 무궁화호 1672 열차를 이용했는데, 이 열차도 나름 근성열차에 포함되는 열차 중 하나다. 왜냐하면, 동대구에서 강릉까지 가는 열차로 다이아상으로만 무려 6시간 40분의 소요시간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1시간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비교적 정시에 맞춰 동대구에서 출발한 열차가 탑리역에 도착하게 되었다.

 

 

 

 

 

 

 

 

○ 탑리역의 역사

 

 

- 1940년 4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 1950년 8월 7일  한국 전쟁으로 역사 소실

 

 

- 1958년 6월 14일  역사 신축

 

 

- 1994년 1월 1일  소화물 취급 중지

 

 

- 1997년 12월 31일  현 역사 신축 완공, 인근에 위치한 금성산성을 본떠 성의 형태로 설계

 

 

- 2005년 9월 30일  화물 취급 중지

 

 

- 2022년 6월         중앙선 복선 전철화 구간이 완공되면 화본, 신녕, 희방사등과 함께 폐역될 예정

 

 

 

 

 

 

 

 

 

흙과 자갈을 밟았다. 화본역처럼 플랫폼이 시멘트나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탑리역도 흙과 자갈로 이루어져 좀 더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준다.

 

 

여기에 역 구내와 주변 풍경이 잘 어우러져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배가 되는 측면도 있다.

 

 

또한, 역 플랫폼에 화분이 아닌 화단이 조성되는 역은 정말 처음인 듯 싶었다. 물론, 시골역을 가보면 대게 화분이 플랫폼에 놓여있는 것이 많으나 화단이 조성된 역들은 본 경험이 없어서다. 그만큼 신선한 느낌과 더불어 자연친화적인 느낌도 함께 받았다.

 

 

 

 

 

 

 

 

가을에 접어든 시기이자 동시에 아침 해가 떠오를 일출시간때라 승강장이 운치 있게 느껴진다. 사진에서도 나오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공사현장이 바로 나타난다.

 

 

바로 중앙선 복선 전철화 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중앙선 복선 전철화를 가지고 역직원과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는데, 2022년쯤에 완공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나 공사란 게 어디 사람 마음대로 될까... 아마 몇 년이 추가로 더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중앙선 복선 전철화 공사가 끝나면 탑리를 비롯 신녕, 화본, 희방사까지 중앙선 연선에 위치한 상당수의 역사들은 영업을 중지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신녕, 화본, 탑리, 희방사 등 특색있는 역들이 많은 만큼 이설이 되더라도 온전히 보존이 되고,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으면 한다. 

 

 

 

 

 

 

 

 

청량리 기점 296㎞. 한마디로 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땅이 좁다고 하지만, 순전히 거리로만 따진다면, 정말로 먼 거리다. 아무리 교통이 좋아졌다고 한들 이 정도 거리를 다녀오면 제대로 녹초가 될 것이다.

 

 

 

 

 

 

 

 

 

역 주변에 의성 탑리 오층석탑이 있어서 탑리역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물론, 탑리라는 지명도 여기서 유래.

 

 

그래서인지 뒤에 나올 역사의 형태도 역사 곳곳에 돌탑이 쌓여져 있었다. 그만큼 탑이라는 컨셉에 가장 잘 부합하며 동시에 역명과 가장 잘 부합하는 역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통 탑이 주는 이미지가 불교, 사찰, 절과 관련이 깊은 경우가 많은데, 역 구내도 장독대와 옹기, 돌탑과 석공예, 그리고 각종 화단까지 마치 절에 온 분위기를 자아낸다.

 

 

절에 가면 마음에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탑리역에 도착했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복선 전철화의 공사 현장이 아니라면, 더욱 운치가 있었겠지만, 아쉽지만 현실을 받아들인다. 감성보다 이성으로 이상보다는 현실을 추구하는 게 지극히 사람의 합리적 본성이기 때문이다.

 

 

비록 분위기가 반감이 될지언정 기본적인 분위기는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나 역이나 클래스는 존재하나 보다.

 

 

개인적인 속마음을 덧붙이자면,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탑을 모티브로 지어진 역사라고 하지만, 정작 역사의 분위기는 탑이라기보다 흡사 과거 중세시대의 성곽 같은 분위기를 준다.

 

 

탑이라면 탑이겠지만, 그래도 성곽이라는 물씬 느껴지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한 가지 더, 우리에게 친숙한 슈퍼 마리오 게임의 배경과 유사하다고 느낀다면 정말 기분 탓일 거다. 어렸을 때 한번씩 접해본 게임이 바로 슈퍼마리오가 아니었던가.

 

 

탑리역의 역사를 실물로 접했을 때 유년 시절에 즐겨했던 게임 슈퍼마리오가 바로 떠올랐다.

 

 

 

 

 

 

 

 

 

의성탑리오층석탑, 금성산 등 탑리 주변 지역의 명소가 액자에 담겨진 사진으로 걸려있다. 의성탑리오층석탑은 역직원이 권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탑리라는 지명, 역명의 배경이기도 하다.

 

 

거리가 좀 떨어져 있지만, 빙계계곡과 금성면 지역에 존재했던 조문국의 고분군도 있을만큼 알고 보면 탑리역도 숨겨진 보물처럼 관광 소재와 친숙한 역 중에 하나다.

 

 

 

 

 

 

 

 

 

진열장에 김태일이라는 분이 기증한 지게, 절구, 항아리 등의 모형, 짚신, 나막신, 곰방대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마치 조선시대를 소재로 한 지역박물관에 온 것 같았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바로 오르간이었다. 다른 말로 풍금. 풍금을 봤을 때 초등학교때 음악 수업때 풍금을 연주하던 선생님과 '내 마음의 풍금'이라는 영화가 절로 생각이 났다. 전자의 경우 선생님이 풍금을 연주하면 노래를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남아있고, 후자의 경우 서정적인 동화책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게 하고, 기분도 꽤 맑아졌던 기억이다.

 

 

물론, 초등학교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내가 경험한 전자와 후자의 유일한 공통점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내 마음의 풍금은 이병헌, 전도연, 이미연씨가 출연했던 영화였는데, 하근찬의 단편소설 '여제자'를 원작으로 촬영한 영화라고 한다.

 

 

아마 내가 알기로는 그다지 흥행을 거둔 영화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투명하고 맑은 분위기의 영화였다. 

 

 

 

 

 

 

 

 

 

열차시각이 많이 남아있으면 무료하기 마련인데, 역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좋고, 맞이방 한 켠에는 책과 잡지들이 마련되어 있어서 독서로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목공예 제품들과 함께 전선과 관련이 깊은 나무로 된 케이블드럼이 테이블로 놓여있어서 꽤 아기자기한 멋이 난다.

 

 

맞이방이 단순히 시간을 떼우는 공간에서 벗어나 하나의 휴식공간으로 완벽히 자리매김했다. 다만, KTX가 대세인 탓에 탑리역에서도 원동역 구간을 배경으로 하는 KTX의 액자가 어김없이 달려있었다.

 

 

원동역도 멋진 지역임에 틀림없지만, 그래도 각 역을 대표하는 사진이 걸리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중앙선답게 열차가 정말 다니지 않는다. 정확히 3왕복만 정차한다.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현재 경북나드리열차)가 있었을 당시에는 하루 4왕복의 열차가 있었지만, 시간표 개정이 들어가면서 이마저도 날아가 현재는 3왕복만 정차한다. 그래도 탑리역이 화본역, 신녕역보다 다행인 점은 동대구와 강릉을 오고 가는 무궁화호 1672와 1673이 추가로 정차한다는 점과 주변에 탑리시외버스터미널이 있어 비교적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이다.

 

 

주변역들에 비해 무궁화호 1왕복이 추가로 더 정차하고, 다른 대체 교통수단이 가까운 곳에 있어 다행이라는 사실이 한편으론 씁쓸하게 느껴지기만 하다. 역이 특색있어 오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지만, 그에 반해 교통이 불편하다는 점이 선뜻 가기에는 여러모로 시간상 비용상으로 고민을 갖기에 충분하다.

 

 

지금 와서 고백하지만, 탑리, 화본, 신녕, 희방사 이런 역들을 가고자 했을 때도 개인적으로 꽤 망설여졌던 게 사실이다. 교통편도 열악한 편인데다 그나마 있는 교통편마저 놓치면 기약없이 길 위에서 기다리고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성곽과 탑의 조화가 아닐까 싶다. 순수한 돌탑도 있고, 옹기와 돌을 조화시킨 이른바 옹기돌탑도 있다.

 

 

꼭 열차를 타고 가지 않아도 하나의 휴식공간으로 느껴질만큼 소소한 볼거리가 꽤 많았다.

 

 

선로 방향 역사를 카메라에 담을 때도 영락없는 성곽이고, 슈퍼마리오의 배경이다. 슈퍼마리오 시리즈가 나온다면, 제작자에게 탑리역을 배경으로 만들어보는 것을 권해주고 싶을 정도다.

 

 

역직원의 권유에 따라 탑리 지역 시가지를 거쳐 의성탑리오층석탑으로 발길을 돌린다.

 

 

 

 

 

 

 

 

의성탑리오층석탑까지 가는 길마다 담은 사진들이다. 탑리 지역 시가지이기도 한데, 전반적으로 1970년대 분위기를 자아낸다.

 

 

곳곳에 최근에 지은 건물들도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오래전에 지은 건물들도 상당수가 남아있고, 70년대 시절에 사용됐을 법한 간판들도 제법 남아있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온 것 같았다.

 

 

아직도 이런 게 있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정말 깜짝 놀랐다.

 

 

문득 들었던 생각은 변하지 않고,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란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온전히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 놀라웠고, 오래됐다고 무작정 없애려고 하기 보다 현실과 조화시키며 잘 갖춰나가는 게 좋다고 하겠다.

 

 

 

 

 

 

 

 

탑리라는 지명의 모티브이기도 하며, 탑리역의 명명도 여기서 왔다.

 

 

의성탑리오층석탑이다. 사진상 구도가 다소 아쉬웠는데, 석탑 앞에서는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구도를 잡기가 살짝 어려웠다.

 

 

그래도 풍경치고는 잘 나왔다고 자부한다.

 

 

특히, 의성탑리오층석탑은 이래 봬도 국보 77호로 지정될 만큼 국가의 소중한 보물 중에 하나다.

 

 

탑리역에 가보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의성탑리오층석탑과 탑리 지역 시가지를 한번 다녀올 것을 권하는 바다. 탑리역에서 걸어서 10분 안팎으로 갈 수 있다. 또한, 시가지도 그다지 크지 않아서 곳곳에서 70년대 흔적을 느끼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리틀 포레스트의 촬영지가 의성과 군위 지역을 배경으로 촬영됐다고 한다. 탑리 지역이 영화에 나온 것은 아니지만, 마치 영화의 촬영지로 쓰였을만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탑리역의 파노라마 사진이다. 역시 파노라마 사진이 있어야 든든한 기분이 든다.

 

 

먼저 다녀온 신녕역과 지금의 탑리역, 뒤이어 나올 화본역, 희방사역은 찾아가기 힘들지만, 찾아오는 이들에게 그만한 아름다움으로 보상해주는 것이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워낙 교통이 불편했던 탓에 갈까 말까 망설여지고, 몇 번이고 쓸데없는 고민이 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녀왔을 때 밀린 숙제에 한 것에 대해 커다란 보상을 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중앙선 복선 전철화 공사가 완료되기 전 신녕, 탑리, 화본, 희방사는 다시 한번 꼭 방문할 것을 스스로 약속한다. 정말 오길 잘했다.

 

 

내 마음의 풍금은 바로 탑리역이다.